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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책에서 세상의 지혜를

치명적인 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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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몬스터' 번역 출간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1971년 미국의 리처드 닉슨 대통령은 '암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 속에 암 치료는 암세포뿐 아니라 정상세포까지 공격하는 화학 치료요법, 암세포만 전문적으로 타격하는 표적 치료, 면역력 강화를 통해 암세포를 퇴치하는 면역 치료까지 발전을 거듭했다. 인류의 암 정복은 초읽기에 들어간 듯싶었다. 그러나 화학 치료는 여전히 부작용이 심하고, 표적 치료는 내성이라는 걸림돌에 직면했으며 면역 치료는 5명 중 1명의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을 뿐이다. '항암'의 길은 여전히 요원하기만 하다.

유전학 박사이자 과학 저술가인 캣 아니는 신간 '이기적 몬스터'(현암사)에서 세포분열을 하는 "다세포 생물이라면 암은 피할 수 없는 질병"이라고 주장한다. 인간뿐 아니라 반려견, 새조개, 개구리, 심지어 히드라까지 대부분의 생물에게서 암이 발병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곰팡이, 방사선, 흡연, 건강에 해로운 식생활, 유전적 결함, 면역기능 약화 등 원인은 다양하다. 그러나 이런 위험을 피한다고 해서 암을 예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암을 일으키는 요인이 한 가지에만 국한되지 않은 데다 종양의 유전학적 구성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수많은 돈을 퍼부으며 암 연구를 지원했지만, 닉슨의 꿈이 아직 달성되지 않은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인류가 난공불락의 암을 정복할 수 있을까? 저자는 암을 극복하기 위해선 암을 '정복'의 대상으로만 보지 말자고 제안한다. 오히려 암은 지구상에 등 퇴장했던 모든 생물과 마찬가지로 시간에 따라 변하는 진화적 성격을 지니고 있어, 그런 진화적 성격을 치료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연합뉴스

이기적 몬스터 표지
[현암사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저자에 따르면 진화를 통해 어떤 난관도 극복했던 지구상의 생물들처럼, 암세포도 변화된 환경에 스스로 적응하는 존재다. 암세포는 인간이 만들어낸 각종 치료제를 '내성'이라는 적응 방식을 통해 극복해 나간다.

"세포에 새로운 돌연변이가 생기고 세포가 자연선택을 거쳐 성장하고 확산한다는 점에서 (암의 진행과정은) 다윈이 제시한 생물 종 분화 방식과 흡사하다. 여기서 우리는 암에 대한 불편한 생물학적 진실을 발견할 수 있다."

저자의 결론은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들라는 것이다. 이른바 '버티기' 전략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고, 좋은 영양상태를 유지하면서 버티다 보면, 암을 정복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암의 확장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얘기다.

"모든 사람이 나이와 상관없이 너무 일찍 암에 굴복하지 않게 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목표다. 암 진단을 받아도 수십 년을 생존할 수 있다면 암 치료에 따라오는 부작용이 크게 줄어들어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제효영 옮김. 448쪽. 2만 원.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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