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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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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센 청년바람 불지만, 국민의힘 물밑선 청년 계파갈등 커져 [레이더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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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는 청년 청년 하는데, 청년 계파 갈등은 오히려 지금이 제일 심한 것 같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체제 2주째를 맞은 지난 24일 국민의힘 한 청년 정치인이 내놓은 말이다. 이 대표 취임과 함께 국민의힘은 기존의 '낡은 정당' 이미지를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제2 이준석'을 꿈꾸는 청년 정치인들이 당을 바라보는 속내는 마냥 편하지만은 않다. '청년의힘'으로 대표되는 청년 정치인 육성 프로그램 마련이 좀처럼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는 데다 탄핵 정국 이후 당이 잦은 분당과 합당, 당명 변경 등 과정을 겪으면서 청년 정치인 사이에서는 기성 정치인들보다 더한 ‘계파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이라서다.


잇단 분당·합당·창당이 만든 갈등…탈당파·잔류파

청년 계파 갈등은 새누리당 분당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이 탄핵 정국 속에 내홍을 겪으면서 청년 정치인들 사이에서도 정치 학습보다는 줄서기가 우선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는 말이 나온다. 새누리당 시절부터 청년 정치인으로 합류한 한 원외 인사는 "청년 정치인을 얘기하면 '어느 당 출신이냐'가 먼저 나오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첫 번째 갈등은 바른정당계 청년 정치인들과 자유한국당계 청년 정치인들의 충돌 양상으로 나타났다. 탄핵 정국 이후 바른정당이 새누리당에서 분리 독립하고 새누리당은 자유한국당으로 당명을 바꾸면서 일부 새누리당 출신 청년이 바른정당으로 이동했다. 당시 자유한국당 잔류파 청년들은 "아무리 그래도 당을 버리느냐"며 탈당파 청년들과 각을 세웠다.

두 번째 충돌은 바른정당과 국민의당 합당 과정에서 발생했다. 바른정당은 청년정치학교 등 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 중에서 실제 선거에 나설 인사들을 골라 '목민관학교'라는 교육 프로그램을 거치게 하는 등 청년 육성에 공을 들였다. 김용태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 역시 목민관을 통해 정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바른정당이 3차에 걸친 자유한국당 복당 과정을 거치면서 규모가 작아지고, 국민의당과 합당이 추진되자 청년들의 탈당 러시가 나타났다. 당시 국민의당은 새정치민주연합 등 민주당계·호남 출신 인사들이 주축이었던 만큼 바른정당 청년들은 합당에 대한 이념적 반대가 강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합당 당시에 잔류했던 바른정당 청년 정치인들 역시 이후 선거 공천과 당직 인사에서 국민의당이 주도권을 잡자 이후 탈당했다.


출신 정당이 정체성으로

세 번째 갈등은 2020년 총선을 앞두고 보수 대통합 논의가 일면서 발생했다. 자유한국당 잔류파, 바른정당계, 바른정당 탈당파, 새로운보수당 영입 인사 등 다양한 '출신 정당'을 가진 청년들이 한데 뭉치게 된 데다 김재섭 같이오름 창당준비위원장, 천하람 젊은보수 대표, 조성은 브랜드뉴파티 대표 등 청년들까지 한데 섞이게 되면서 갈등은 증폭됐다.

박기녕 전 국민의힘 부대변인은 "청년 정치인들은 기성 정치인들처럼 당 지도부와 소통하고 목소리를 낼 창구가 적다 보니 자신이 처음 몸담은 당이 곧 자신의 정체성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중청·청년의힘 불편한 동거


이준석 대표와 김용태 청년최고위원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새로운보수당, 바른정당 등 출신 청년들이 주류 위치에 올라섰지만 '청년의힘' 본격 시동을 앞두고 계파 갈등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에는 자유한국당 출신으로 중앙청년위원회(중청)에 몸담았던 청년 정치인들과 청년의힘 세력 간 갈등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띄운 청년의힘은 독일의 '영 유니온'을 바탕으로 청년 정치인을 육성하자는 취지에서 발족했지만 중청, 시도당 청년위원회 등 전통적인 당내 청년조직을 통폐합하는 조직이라는 특성이 있다.

한 자유한국당계 청년 정치인은 "당이 탄핵 정국이라는 어려운 시기를 거칠 때도 우리는 탈당 없이 당을 지켜왔는데 중청 조직이 흡수되는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만은 없다"고 했다. 반면 청년의힘 활동을 기획하고 있는 곽관용 정치발전소장은 "기존 청년위원회 역할이 청년 이미지를 강조하는 데 국한됐다면 청년의힘은 제대로 된 육성 시스템과 자치 플랫폼을 구축하자는 것"이라면서 "중청 출신 인사들도 함께 플랫폼에 들어와 안에서 건전한 논쟁을 했으면 한다"고 했다.

갈등을 봉합하고자 이들은 한때 기존의 중청 조직을 승격시키고 청년의힘 창당 세력이 합류하는 방식도 논의했으나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얽힌 매듭, 어떻게 풀까

'36세·0선' 이준석 대표 체제가 출범했지만 이 같은 청년 정치의 문제점 해결을 두고는 기대와 우려가 반반이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대부분의 청년 정치인들처럼 "바닥부터 닦아온" 인사가 아니라는 점을 꼽는다.

국민의힘 소속 한 청년 정치인은 "이 대표는 2011년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의해 발탁돼 비상대책위원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한 인물"이라면서 "청년 바닥정치를 경험한 사람이 아닌데 얼마나 청년 정치인들의 처지에 공감해줄지 의문"이라고 했다.

대변인 토론 배틀 등 이 대표가 능력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데 대해서도 "그동안 급여와 활동비도 없이 각종 선거와 세미나에 동원돼온 청년들의 헌신이 능력주의에 가려 사라질까 걱정된다"고 지적했다.

[박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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