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항공사 100년 집대성…내달 5일 개관 1주년 맞아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 |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개관 1주년 소감요? 아직도 떨리고 설렙니다."
지난 25일 국립항공박물관에서 만난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은 내달 박물관 개관 첫돌을 맞는 소감을 묻자 "아직 할 일이 너무 많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관장의 표정에는 이제 막 모험을 떠난 소년 같은, 감출 수 없는 설렘과 흥분이 감돌았다.
최 관장은 서울지방항공청장, 국토부 철도정책관, 항공정책실장, 제2차관 등을 지낸 정통 관료 출신으로 항공박물관의 초대 수장을 맡았다.
◇ 임시정부 비행학교 개교일 맞춰 개관…"1세대 열정·헌신 계승"
최 관장은 박물관 개관일에 얽힌 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국립항공박물관은 지난해 7월 5일 문을 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당장 관람객을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도 개관을 미룰 수 없었던 것은 7월 5일의 역사적 의미 때문이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미국 캘리포니아에 항공비행사 양성소를 세운 1920년 7월 5일을 한국 항공 역사의 출발점으로 삼고, 박물관 개관으로 그 의미를 되새기고 싶었다고 최 관장은 말했다.
최 관장은 "항공 불모지였던 한국이 오늘날 항공 강국이 된 데는 1세대 항공인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다"며 "그들의 도전과 열정을 이어받아 후대에까지 전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박물관의 여러 유물과 자료 중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소장품으로 미국 스탠더드 사의 '제이 원(J-1)'을 꼽았다.
J-1은 한인비행학교에서 훈련기로 썼던 2인승 비행기다. 현재 전시된 비행기는 남아 있는 설계도를 바탕으로 당시 썼던 훈련기를 그대로 복원한 것이다.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 |
최 관장은 "박물관 개관을 준비하며 미국에서 실물 비행기를 수집하기 위해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보다가 결국 어렵게 돼 국내에서 직접 복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복원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동일 기종의 설계도면을 확보했지만, 오늘날 만든 도면처럼 정확하지 않아 여러 관련 문헌을 참조해야 했다.
또 로스앤젤레스(LA)의 항공박물관에 전시된 J-1 실물을 확인하고 사진을 촬영한 뒤 일일이 도면과 대조해가며 실체화 작업을 진행한 끝에 복원할 수 있었다
최 관장은 "수집과 제작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던 만큼 J-1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지금도 가끔 잘 있는지 종종 찾아가 보게 되는 자료"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국립항공박물관에는 J-1을 비롯해 13대의 비행기가 전시돼있다.
한국 최초 비행사로서 민족의식을 고취한 안창남의 '금강호' 복원 비행기, 대한국민항공사(KNA)가 사용한 첫 민간여객기인 '스테이션 왜건' 등 저마다 항공사에 날카로운 빗금을 그은 비행기들이다.
최 관장은 비행기를 공중에 매달아 고정하는 일부터가 쉽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우선 비행기 동체와 날개를 분리해 박물관으로 옮긴 탓에 운반과 조립, 설치까지 쉬운 작업이 없었다.
최 관장은 "설치 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바닥으로부터 높이와 비행기 간 거리 등을 미리 확인하는 작업을 거쳤지만, 실제 작업 과정에서는 예상과 다른 변수들이 많았다"며 "공중에 매단 비행기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매 순간 가슴을 졸일 수밖에 없었다"고 당시를 돌이켜 말했다.
최정호 국립항공박물관장 |
◇ '항공의 어머니' 권기옥이 탄 코드롱기 복원 예정
그는 국립항공박물관이 추가로 선보이게 될 비행기에 대해서도 귀띔했다.
박물관은 우선 1910년대 제작된 단발 엔진 복엽기인 프랑스의 코드롱(Caudron)기를 복원할 계획이다.
코드롱기는 대한민국 최초 여성 비행사이자 항공 독립운동가인 권기옥이 중국 윈난 육군항공학교에 입학해 훈련 때 사용했던 비행기이기도 하다.
항공박물관은 내년부터 복원 작업에 들어가 이르면 내년 말 복원기를 선보일 예정이다.
또 대한항공이 기증한 세스나 사이테이션 CE-560 에어프레임(Cessna Citation CE-560 Airframe)도 관객을 만나게 된다.
이는 대한항공이 1995년 민간 여객기 조종사 양성을 위해 도입한 기종으로, 제트 엔진기를 활용한 비행훈련 교육 체계 수립에 큰 변화를 불러온 비행기로 평가받는다.
최 관장은 항공박물관이 해결해야 할 과제로 수장고 확보 문제를 꼽았다.
박물관에 기증하겠다는 비행기는 많은데 정작 이를 보관하고 전시할 공간이 부족해 애를 먹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디지털 수장고에 대한 구상도 밝혔다.
최 관장은 "비용이나 공간 등의 문제로 박물관이 모든 항공기를 확보할 수는 없다"며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metaverse) 방식을 활용해 가상공간을 만들고, 가상공간에 실물과 똑같은 항공기를 전시해 감상과 교육의 장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또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활성화에 발맞춰 국내 박물관 최초로 온라인 학습관리시스템 구축 작업도 진행 중이다.
국립항공박물관에 전시된 다양한 비행기들 |
◇ 기증자 명판 제막식·국제학술대회…다양한 1주년 행사
개관 1주년을 맞아 다양한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우선 다음 달 1일 기증자 명판 제막식을 열어 박물관 개관과 성공적 안착에 도움을 준 유물기증자에게 감사를 전하고, 박물관 건립 과정과 1년간 운영 성과를 기록으로 남길 예정이다.
이어 2일에는 '코로나19 이후의 항공·우주박물관과 국제적 협력'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열고, 항공 국제학술지인 '국제저널 항공과 문화' 창간과 학술총서 발간도 준비하고 있다.
또 다문화가정 어린이 초청 항공 진로 체험 행사 등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진행된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관람이 제한되는 등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음에도 1년 동안 국립항공박물관을 찾은 관람객은 9만6천여명에 달했다.
특히 올해 상반기에만 6만명이 방문해 앞으로 관람객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최 관장은 마지막으로 "국립항공박물관이 전시와 체험, 교육을 아우르는 공간, 꿈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란다"며 "항공박물관을 방문했던 이들이 훗날 항공의 꿈을 이뤄 박물관을 다시 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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