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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국회의원 이모저모

"대통령·총리님, 부동산 답은 현장에 있지 청사 안엔 없습니다" [핫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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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부겸 총리가 지난 23일 국회에서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상처 입은 분들에게 죄송한 마음"이라며 부동산 정책 실패에 대해 사과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1월 "주거 문제의 어려움으로 낙심이 큰 국민들께는 매우 송구한 마음"이라고 사과한 바 있다. 대통령에 이어 총리까지 부동산 정책의 실패에 사과한 형국이다.

그러나 사과만으로는 아무 소용이 없다. 국민들의 고통을 덜어줄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 김 총리는 "방법이 있다면 정책을 훔쳐 오고 싶은 심정"이라고 했는데, 그만큼 뾰족한 대책을 못 찾고 있다는 뜻이다.

매일경제

김부겸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그는 이날 국회에서 집값 폭등에 대해 사과했다. [이승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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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경영학계의 석학이면서 여러 기업을 창업한 스티브 블랭크(Steve Blank)의 말이 떠올랐다. "답은 회사 건물 안에 없습니다."

마찬가지다. 부동산 정책에 대한 답은 청와대 건물 안에도, 정부 청사 안에도, 국회 의사당 안에도 없다. 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에 나가서 답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대통령이든 총리든 현장에 나가서 진실을 보았다는 얘기는 들은 적이 없다. 이래서는 절대 부동산 문제에 대한 답을 찾을 수가 없다. 청와대나 청사, 의사당 건물 안에서 아무리 오랫동안 고뇌에 찬 고민을 한다고 해도 소용이 없다. 자신들의 기존 이념과 편견의 틀을 넘을 수가 없다. 오직 현장의 진실만이 그 틀을 깨뜨릴 수가 있다.

노무현 정부 때가 기억이 난다. 당시 정부도 세금을 올려 집값을 잡겠다고 했다. 양도세율을 2주택자는 50%, 3주택자는 60%로 올렸다. 고백하건대, 나는 당시 정책에 찬성하는 마음이었다. 집값이 올라 수억 원의 불로소득을 올리는 것은 정의롭지 못한 것 같았다. 양도세를 올려 투기 수요를 잠재워 집값을 잡을 수만 있다면, 그게 옳은 정책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현장은 내 머릿속 생각과 정반대였다. 당시 나는 서울시내 곳곳의 중개업소를 돌아다녔다. 양도세를 올린 이후, 매물이 사라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집주인들은 높은 양도세를 낼 바에야 집을 팔지 않겠다고 했다. 수천 가구의 아파트 단지에서도 매물은 귀하디 귀했다. 중개업소에서 매수할 집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들의 고통이 내 눈에 보였다. 매물 부족에 집값은 폭등했다.

당시 경험 이후 양도세에 대한 내 생각은 바뀌었다. 고율의 양도세가 집값을 올려 실수요자에게 고통을 준다면, 무슨 소용이 있을까 싶었다. '양도세 인상->투기 수요 억제->집값 안정'은 그냥 청와대나 정부 청사, 의사당 건물 안에 머물러 있는 사람들이나 연구실에 갇혀서 현장을 모르는 학자의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라는 걸 알았다. 현장을 나가면, '양도세 인상->매물 부족->집값 상승'의 메커니즘이 작동한다는 걸 알게 된다. 그렇다면, 고율의 양도세를 매기는 건 집값 안정에 도움이 안 된다는걸, 그러므로 징벌적 양도세를 매기면 안 된다는 답을 찾을 수가 있다.

대통령이든, 총리든, 국회의원이든 제발 집값 폭등의 현장에 나가서, 부동산 문제에 대한 답을 찾았으면 좋겠다. 옛날 왕들도 때때로 '미복잠행'이라는 걸 했다. 평상복 차림으로 민생을 살핀 것이다. 대통령은 힘들더라도, 총리나 국회의원이라면, 약간의 변장만 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집을 사고자 하는 시민과 동행해 직접 매수 현장을 돌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부동산 컨설턴트들에게 부탁하면 간단히 실행에 옮길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돌아다니다 보면, 고율의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가 과연 집값과 전셋값 안정에 기여하는지, 아니면 정반대인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단언하건대, 집값과 전셋값을 올리는 요인이라는 말을 집중적으로 듣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위정자들은 대개 민생 탐방을 한다면서 꾸며진 '가짜 현장'만 본다. 아랫사람들은 윗사람이 현장에 나온다고 하면, 윗사람의 심기 경호에 최선을 다하기 마련이다. 아랫사람들은 위정자가 보고 싶어 하는 가공된 현장을 만든다. 이는 정부든 기업이든 모든 조직에 공통된 현상이다.

경영전략의 석학으로 꼽히는 리타 맥그래스가 쓴 '모든 것이 달라지는 순간(청림출판)'이라는 책에 나오는 유럽 통신 회사의 사례가 기억이 난다. 이 통신 회사는 미국 시장에서 통화 품질이 상당히 나빴다. 중계기를 충분히 설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국 시장의 현장을 방문한 이 회사 중역들은 그 사실을 전혀 눈치챌 수가 없었다. 이유는 이랬다. "유럽 사람들은 통화품질 문제를 겪지 않았습니다. 본사 사람들이 어디서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 머물지 다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들 동선에 맞춰 통화품질 문제를 겪지 않도록 기술자들이 다 조치해뒀습니다." 우리나라 위정자들의 민생 현장 탐방 역시 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김 총리가 정말 부동산 문제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면, 당장이라도 현장을 나가야 한다. 현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다만, 그 현장은 가공된 현장이 아니라 '진짜 현장'이어야 한다. 청사 건물과 국회 의사당, 청와대를 오가면서, 가끔씩 '가공된 가짜 현장'만 본다면 답에 근접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오답만 낼 것이고, 국민의 고통은 가중될 것이다.

[김인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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