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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연애했다고 징계 받은 해사 1학년들…“인권침해” 개정 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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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2월26일 경남 창원시 진해구 해군사관학교에서 열린 제79기 사관생도 입교식에서 생도가 분열하고 있다. 해군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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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사관학교가 ‘이성 교제’ 금지 규정 위반을 이유로 1학년 생도 47명을 징계한 것은 인권침해에 해당된다며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징계 취소 및 개정을 권고했다.

24일 인권위에 따르면 진정인인 해군사관학교 생도 A씨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1학년 이성 교제 금지 규정 위반’으로 징계를 받은 47명의 생도를 대표해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생도들은 진정서에서 “해군사관학교는 1학년 생도와 타 학년 생도 간의 이성 교제 및 1학년 생도 간의 이성 교제를 금지하고 있다”며 “이를 위반한 47명에 대해 징계 처분한 것은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 양심의 자유 등을 침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힌 생도는 “징계 결정 이후 매주 반성문을 제출해야 했고, 매일 지정시간에 전투복 착용 상태로 집합해 단체 자습을 해야 했다”며 “마치 범죄자로 낙인이 찍힌 기분이었다”고 호소했다.

이에 해군사관학교 측은 “여생도가 최초 입학한 1999년부터 1학년 생도의 이성 교제 제한 규정을 ‘사관생도 생활예규’에 반영해 운영하고 있다”며 ▶1학년 생도의 생도생활 조기 적응 ▶강요에 의한 이성 교제로부터 1학년 생도 보호 ▶상급 생도의 1학년 지도·평가 시 공정성 확보 등을 위해 필요한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인권위는 “사관학교에서 일정 정도 생도의 품행과 관련한 규율을 정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징계하는 것은 세계 어느 나라의 사관학교에서도 볼 수 있는 보편적 현상”이라고 전제했다.

다만 “이성에 대한 호기심이나 애틋한 감정은 어떤 제도나 법이 관여하기 어려운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1학년 생도의 이성 교제를 전면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과실로 징계하는 것은 기본권 보장 의무를 국가의 기본 책무로 정하고 있는 헌법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도 간의 건전한 이성 교제와 휴가 때 사적 공간에서의 개인적 만남과 상호작용까지 제재의 대상으로 삼아 국가가 간섭하는 것은 이성 교제에 관한 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군사관학교 측 주장에 대해 인권위는 “강요에 의한 이성 교제 금지는 예규에 이미 금지 규정이 있다”며 “지도·평가 시 공정성 확보의 문제는 2·3·4학년 생도 간의 이성 교제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고, 하급학년 생도의 공정성 평가 비중 확대 등 다면평가 활성화 등을 통해 해결해 나갈 수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인권위는 또 금지·징계 규정이 생도들에게 중대한 불이익 근거가 될 수 있음에도 이성 교제의 의미가 분명치 않다며 “국가가 일방적으로 개인의 행복추구권과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의 근본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아울러 대리인 선임권이 고지되지 않았거나 감경 사유가 고려되지 않았다는 등 징계 과정의 하자도 지적했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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