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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사설] 조선일보 ‘삽화 사고’, 실수였어도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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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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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가 ‘성매매 사기 절도 사건’ 기사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부녀의 이미지가 들어간 삽화를 실어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 피해자인 조 전 장관은 법적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3일 성명을 내어 “보도를 참칭한 범죄적 인권유린 행위”라고 비판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조선일보는 이날 ‘제작상의 실수’라며 조 전 장관 부녀에게 사과했다. 조선일보는 “이 일러스트는 서민 교수의 조국씨 관련 기고문(본지 2월27일자)에 썼던 일러스트였다. 담당 기자가 이미지만 보고 이를 싣는 실수를 했고 이에 대한 관리 감독도 소홀히 했다”며 “조국씨 부녀와 독자들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하지만 파장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은 “상습범의 면피성 사과다. 도저히 용서가 안 된다”며 사과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선일보의 뒤늦은 사과도 문제다. 문제의 삽화가 실린 건 지난 21일 새벽 5시였다. 조선일보는 그 뒤 2시간30분이 지나 “조국씨와 조민씨를 연상시킨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른 삽화로 교체했다고 밝혔다. 삽화 노출 시간은 시민들이 모바일 기사를 많이 보는 출근시간대와 일부 겹쳐 있다. 이미 광범위하게 퍼졌다고 봐야 한다. 당사자로서는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다. 그런데도 조선일보는 조 전 장관 쪽에 이를 알리기는커녕 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항의한 지 12시간쯤 지난 23일 오전 11시50분에 사과문을 냈다. 관련 기사가 쏟아진 지도 한나절은 지난 때였다. 피해자가 문제 삼지 않았으면, 파장이 커지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가려 했던 건 아닌지 의심된다.

조선일보 해명대로 오로지 제작 과정의 실수라고 해도 문제는 심각하다. 성폭력이나 성매매 관련 이슈는 2차 피해를 경계해 최대한 신중하게 보도해야 마땅하다. 이번 ‘삽화 사고’는 정반대였다. 클릭 수 장사를 위해 선정적인 제목에 ‘단독’ 표기를 해서 서둘러 기사를 내보내는 언론계의 관행에선 꼼꼼한 게이트키핑은 기대하기도 어렵고, 가능하지도 않다.

언론 윤리 자율 감시기구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의 심의에서 가장 많이 제재를 받는 것 가운데 하나가 성폭력 기사 등과 관련한 선정적인 이미지다. 심의위원회에서 매달 빠지지 않고 ‘선정 보도 금지’ 위반으로 다수의 기사들이 제재를 받는데도 개선되지 않고 있다. 조선일보 삽화 사고는 단적인 사례다. 언론들의 통렬한 자성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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