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성명서 전문이다.
지난 달 19일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열린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 봉축법요식에서 불자들이 관불의식에 참여하고 있다.(사진=노진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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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립합창단과 일부 시립합창단이 잇따라 특정종교를 찬양하는 선교 공연으로 물의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대구시립합창단은 창립 40주년 공연을 진행하면서 기독교 찬양 일색의 곡을 공연한 데 이어 부처님오신날 하루 전날에도 앵콜 공연을 진행하려다 큰 논란을 일으킨 바 있습니다. 더구나 대구시립합창단의 ‘찬송가 선교행위’는 일회성이 아니라 상습적이고 교묘하게 진행되어왔던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대구불교총연합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대구시립합창단의 연주목록 193곡을 조사한 결과 이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88곡(46%)이 기독교 찬송가였습니다.
국립합창단의 사정은 더욱 심각합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국립합창단이 2013년부터 진행한 정기공연에서 전곡이 기독교 종교음악으로만 편성된 공연이 25회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앞둔 12월에는 예외 없이 예수의 일대기를 묘사한 ‘헨델의 메시아’가 공연되었습니다.
물론 서양음악의 유명작곡자들이 기독교 음악을 다수 작곡했지만, 그들의 모든 작품이 기독교 찬송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종교색을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예술성을 갖춘 수많은 곡들이 많이 있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국립합창단이 공연을 하면서 전곡을 기독교 찬양곡으로 편성한 것은 다분히 의도적이라고밖에 볼 수 없습니다.
국립합창단이나 시립합창단의 설립취지는 음악과 예술을 통해 국민들을 위로하고 문화적 향유를 제공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특정 종교를 찬양하는 곡만을 한정해 놓고 공연하는 것은 국립 및 시립합창단의 설립 취지에 어긋나는 것입니다. 또한 다종교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종교적 갈등을 유발하고 국민을 분열시키는 일입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국민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역할을 해야 합니다. 국립 혹은 시립의 외피를 쓰고 선교 공연을 계속하고 있는 일부 지휘자와 합창단원들의 행위는 시정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국가와 지자체는 재발방지를 위한 법적인 조치 등 구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최근 대구시립합창단의 찬송가 공연으로 큰 논란을 빚자 대구시는 ‘시립예술단 설치조례 및 운영규칙’을 개정해 종교화합 자문위원회를 설치하고 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방지 및 공공기능을 회복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기로 하였습니다.
종교평화위원회는 대구시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며, 대구시의 재발방지 대책을 거울삼아 국립합창단을 비롯한 지자체 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행위도 근절되기를 기대합니다. 아울러 종교평화위원회는 앞으로도 공공영역의 종교적 차별해소와 평등한 사회구현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2021년 6월 23일
대한불교조계종 종교평화위원회 위원장 도 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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