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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뒤늦은 유엔 무기금수 결의안… 미얀마 군부 옹호국만 확인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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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네달 만에 결의안, 시기 늦어 실효성 의문
벨라루스 유일 반대, 중국ㆍ러시아ㆍ인도는 기권
태국 등 아세안 4개국도 군부 편… 외교 해결 난망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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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이 미얀마 군부 쿠데타 발발 넉 달 만에 무기금수 촉구 결의안을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늦게라도 유엔의 입장이 나온 것은 다행이지만 이번 결의안이 컨센서스(전원동의)가 아닌 낮은 수준의 경고 형태로 이뤄져 실효성을 담보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외교가에선 오히려 표결 과정에서 미얀마 군부 옹호 국가들이 대비되는 등 국제사회 분열상만 명확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20일 현지매체와 외신을 종합하면 유엔은 18일(현지시간) 총회를 열고 미얀마로 향하는 무기 수출을 차단할 것을 촉구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가결했다. 결의안에는 “군부는 평화 시위대를 겨냥한 모든 폭력을 중단하고 자의적으로 구금 또는 기소한 사람들을 석방하라”는 문구도 포함됐다. 156개국이 참여한 결의안 투표에선 찬성 119표, 기권 36표가 나왔다. 유일하게 반대표를 던진 국가는 알렉산드로 루카센코 대통령이 27년째 독재를 이어가고 있는 벨라루스였다. 벨라루스 정권은 지난해 8월부터 계속되는 대선 부정선거 항의 시위를 진압하며 시민세력을 탄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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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권표 리스트에는 미얀마와 서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인도도 있었다. 인도는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미얀마 군부를 엄호했던 중국ㆍ러시아와 달리 쿠데타 사태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유지했던 나라다. 난민협약 미가입을 이유로 들며 미얀마인들의 유입을 인정하지 않으면서도 자국 미조람주(州)로 대거 피신한 민주세력과 난민들을 내치지도 않았다. 하지만 서부 쪽의 인도가 뒤늦게 '커밍아웃'함으로써 미얀마 시민들은 이제 육로가 모두 포위된 채 투쟁을 해야 할 공산이 커졌다. 현재 미얀마의 북부는 중국, 동부는 태국이 버티고 있다.

미얀마 사태의 실질적인 외교 해결통로인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의 분열상도 확인됐다. 올해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부터, 미얀마 군부와 호형호제하는 태국, 캄보디아와 라오스까지 일제히 기권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반면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를 필두로, 말레이시아ㆍ필리핀ㆍ베트남은 금수조치를 찬성했다. 동남아 외교가 관계자는 “미얀마 특사단 파견 실무를 담당할 의장국과 역내 맹주 태국이 군부를 옹호하고 있는 이상 ‘모든 세력과의 대화를 통한 아세안의 중재’는 아직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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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는 전날 “유엔 결의안은 명백한 내정간섭”이라고 밝혔을 뿐 별다른 추가 대응은 하지 않고 있다. 결의안 도출 한 달 전 이미 러시아산 헬기 구매 협상을 마무리 지은 데다, 틈틈이 중국의 방위산업회사들로부터 재래식 소총과 감청 장비 등을 밀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해선 더 큰 조치가 필요하다”며 찬성표를 던진 스위스 유엔 대사가 목소리를 높이지만, 미얀마 군부는 그 뒤에서 조용히 웃고 있다.


하노이= 정재호 특파원 next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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