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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거리엔 개 돼지만"… 장 볼 때도 백기 드는 미얀마 계엄령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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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히 피신하느라 애완동물, 가축 방치
신변 위협 때문에 흰 깃발 들고 이동
군부 "반군 세력이 300명 살해" 주장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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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는 개와 돼지만 있을 뿐입니다."
"채소를 사러 갈 때도 백기(白旗)를 들고 나가요."

미얀마 친주(州) 남부 민닷 지역 주민들이 18일 현지 매체 미얀마나우 등에 증언한 참담한 현실이다. 외딴 산악지대에 위치한 마을은 군부의 계엄령 선포 한 달이 지나면서 '유령 도시'로 변했다. 사람들이 급히 피신하면서 애완동물과 가축들을 두고 떠나는 바람에 굶주린 돼지들이 울타리를 부수고 우리를 벗어나 거리에서 음식을 찾고 있다. 주인 잃은 개들도 길에서 방황하고 있다.

민닷은 군부 쿠데타 이후 가장 먼저 구식 사냥총 등을 들고 무장 투쟁에 돌입한 곳이다. 4월 초부터 시민들의 무력 저항이 거세지자 5월 군부는 헬기와 중화기를 동원한 대규모 진압으로 마을을 장악한 뒤 계엄령을 선포했다. 저항 세력을 무력화하기 위해 주민들을 마구잡이 납치해 인간 방패로 앞세웠다. 생명에 위협을 느낀 주민들은 속속 집을 떠났다. 현재 주민 90% 이상이 이웃 마을이나 숲에 숨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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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이 당국에 등록한 주민에 한해 안전을 보장한다고 밝혔지만 엄격한 심문과 색출 작업 탓에 외출은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때때로 주거 지역에 떨어지는 포탄도 주민들에겐 공포다. 주민들은 자위 수단으로 항복을 뜻하는 흰 깃발을 이용하고 있다. "백기를 들고 있을 때만 시내를 돌아다닐 수 있다", "채소를 사러 나갈 때도 백기를 들고 다녀야 한다"는 것이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음식이나 물을 구하러 아주 가끔 밖으로 나가지만 백기가 언제까지 안전을 보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실제 백기를 내건 한 대피소를 향해 군인들이 발포하기도 했다. 사실상 내전 국면인 외곽 지역 주민들은 비슷한 처지에 놓였다. 250여 가구가 사는 마을이 통째로 불에 타기도 했다.

군부는 저항 세력의 책임을 물었다. 이날 군부는 자유아시아방송(RFA)을 통해 반(反)군부 세력에 의해 지금까지 공무원 10여 명을 비롯해 300명이 살해됐다고 주장했다. 폭탄 공격 198건, 방화는 50여 건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최근 카렌주에서 발견된 민간인 추정 25명의 시신도 소수민족 반군 소행이라고 밝혔다.

반면 해당 소수민족 반군은 "일부는 간첩 행위가 발각된 군인이라 처형됐고 나머지는 군부 포격에 의해 사망했다"고 반박한 뒤 "진상조사단을 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유엔은 내전 양상으로 빚어진 잇단 인권유린 사태에 우려를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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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선동 혐의로 기소된 미국 기자 대니 펜스터 '프런티어미얀마' 편집주간이 구금 약 한 달 만인 전날 미얀마 법정에 출두했다. 그는 재판을 마친 뒤 다시 양곤 인세인 교도소에 감금됐다. 건강 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펜스터를 만나게 해달라는 미국 대사관 요청을 미얀마 군부가 거절했다"며 "그에게 적절한 대우를 해주기를 미얀마 군부에 촉구한다"고 밝혔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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