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식 특사 아닌 의장 대리 자격
폭력 중단 등 40일 전 합의, 무용지물
합의 후 민간인 사망자만 10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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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 사무총장 등이 3일 미얀마에 도착했다. 아세안 특별정상회의 합의 40일 만에 이뤄진 방문이지만 공식 특사 자격은 아니다. 군부 쿠데타를 사실상 용인하는 행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4일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림 족 호이 아세안 사무총장과 에리완 유소프 브루나이 제2외교장관(제1외교장관은 브루나이 국왕이 겸직)은 전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 도착했다. 이들은 이날 쿠데타 주역인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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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민통합정부(NUG)나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 지지세력 등 반(反)군부 진영 지도자를 만날지는 미지수다. 군부는 NUG 등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아세안 방문은 군부 입맛에 맞는 일정으로 채워질 가능성이 크다. 한 미얀마 소식통은 외신에 "아세안 외교는 도착 즉시 사망(Dead On Arrival·DOA)"이라고 혹평했다. "(이번 방문이) 쿠데타가 성공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를 군부에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얀마 사태 해결을 위한 아세안의 외교 노력은 구두선에 그치고 있다. 4월 24일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세안 특별정상회의에 직접 참석한 가운데 아세안 정상들이 5가지 사항에 합의했으나 현재까지 제대로 이행된 게 없다.
합의 첫 줄에 오른 '폭력 즉각 중단'은 합의 당일 미얀마에서 시위대가 사망하면서 깨졌다. 군부 강경 진압과 사실상 내전 상황이 격화해 회의 이후 민간인 추가 사망자는 이날 기준 100명 가까이 늘었다. NUG는 시민방위군을 창설했고 국경지대를 비롯한 지방 곳곳에서 교전이 벌어지고 있다.
그나마 기대를 모았던 '특사 방문 및 모든 당사자 면담'은 이번 방문으로 그 의미가 희석됐다. 1인 특사(인도네시아), 여러 명으로 구성된 특사단(태국), 관망 등 회원국마다 입장이 엇갈리면서 '아세안 협의로 임명한다'고 합의한 특사는 아직 선정되지 못했다. 이번 방문단은 올해 아세안 의장인 하사날 볼키아 브루나이 국왕의 대리 자격으로 알려졌는데, 림 족 호이 사무총장 역시 브루나이 출신이다. 인구 44만 명의 소국(小國) 브루나이는 역내 리더십 약체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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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번 방문의 성과 여부는 공교롭게도 미얀마 군부에 달렸다. 친(親)군부 언론은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피터 마우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총재를 3일 만났다고 보도했다. 이례적인 만남으로 풀이됐다. 반면 쿠데타 초기부터 입국 허가를 요청하고 특별정상회의장에도 찾아갔던 크리스틴 슈래너 버기너 유엔 미얀마 특사의 방문은 "아직 적기가 아니다"라며 거부하고 있다. 한 역내 외교관이 외신에 밝힌 것처럼 "모든 것은 미얀마 군부의 완전한 동의가 있을 때만 효과가 있는" 상황이다.
자카르타= 고찬유 특파원 jutd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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