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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HC는 왜 이재명 지사와 가맹점협의회장을 못 만나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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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제재 앞두고 협의회장 불참 회유 정황
"유력 대선주자에 갑질 알려지는 걸 원치 않아"
간담회 끝나자 공정위 신고 취하 요구하기도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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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프랜차이즈업체 BHC가 단체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가맹점주들에 대한 불이익 제공 및 부당 계약해지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기 직전, 이재명 경기지사와 BHC 전국가맹점협의회장 사이의 만남을 저지한 정황이 드러났다. BHC에 대한 공정위의 가맹사업법 위반 심의를 앞둔 상황에서 더불어민주당 유력 대선주자에게 BHC의 '갑질' 행위가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참석자를 회유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BHC 측, 합의 이유로 이재명 간담회 불참 요청


2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BHC 전국가맹점협의회장인 진정호씨는 지난 2월 3일 경기도청에서 열린 ‘가맹ㆍ대리점 분야 불공정 현안 간담회’ 참석을 하루 앞두고 돌연 불참 의사를 밝혔다. 당시 간담회는 이재명 지사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 김병욱ㆍ민병덕 의원이 참석해 외식업ㆍ전자제품ㆍ교육서비스업 분야 가맹점주 4명의 피해 사례를 듣는 자리였다. 진씨의 갑작스런 불참 통보로 이날 간담회에는 BBQ 가맹점사업자협의회 공동의장 출신의 양흥모씨가 대신 참석했다. 양씨는 “전국가맹점협의회에서 이 지사가 주관하는 간담회에 참석키로 했던 진씨가 불참하기로 해서 '펑크'가 생겼다며 대신 참석해달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진씨는 당초 간담회에 참석해 법적 다툼 중인 BHC의 '갑질 행태’를 이재명 지사에게 낱낱이 알리려고 했다. 하지만 당시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전국가맹점협의회(전가협) 중재로 진씨와 물밑 협상을 진행하던 BHC 측은 진씨에게 간담회 불참을 합의 조건으로 내세웠다고 한다. 앞서 진씨는 2019년 4월 가맹점협의회 이름으로 "BHC 고올레산 해바라기유 함량 의혹 등을 밝혀달라"며 공정위에 신고했다는 이유로 BHC로부터 일방적으로 계약해지 통보를 받았다. 수입이 끊긴 진씨는 파탄 위기에 놓였고 대출로 생계를 겨우 유지했다. BHC는 이것도 모자라 진씨를 명예훼손과 업무방해 혐의로 고소하고 10억 원의 손해배상 소송까지 제기했다. BHC의 갑질을 규탄하던 가맹점주들은 진씨가 본사에 당하는 모습을 보고 두려움을 느낀 나머지 협의회를 이탈하기 시작했다.

을지로위원회와 전가협이 BHC와 합의에 나섰던 것도 소송 중인 진씨를 돕기 위한 목적이 컸다. BHC가 2019년 4월에 이어 지난해 11월 6일 또다시 진씨에게 계약해지를 통보한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수년간 고통받아온 영세 가맹점주를 살려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을지로위원장인 진성준 의원은 지난 1월 국회에서 정종열 전가협 자문위원장과 임금옥 BHC 대표 등을 만나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간담회 불참 직후 BHC 측 공정위 신고 취하 요구


BHC와 진씨 간의 합의 논의는 을지로위원회와 전가협의 중재로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당시 합의를 중재했던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BHC와 진씨 사이에 제기된 법적 소송을 서로 취하하자는 큰 틀의 합의는 마련됐다. 이재명 지사 간담회 불참도 합의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야기였다. 그러나 이 지사 간담회가 끝나자 합의 논의는 급변했다. BHC가 진씨에게 합의 내용에 없던 공정위 신고를 취하하고 처벌불원서를 내달라는 요구까지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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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씨 입장에선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진씨는 "공정위 신고는 가맹점주들과 의견을 모아 결정한 것이라, 대표자인 내 이름이 명시돼 있다고 하더라도 취소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진씨는 특히 "이 지사 간담회 불참 이전만 해도 '지위보전가처분' 등 법원 소송만 취하하라는 줄 알았는데, BHC 측에서 간담회 직후 공정위 신고까지 취하해달라고 요구했다"며 "이를 거절하자 협상은 바로 결렬됐다"고 말했다. 결국 진씨와 BHC 사이의 합의가 물 건너가게 되면서 소송은 재차 진행됐고 지난 4월 법원은 BHC의 계약해지 조치를 무효로 해달라며 진씨가 제기한 가처분 소송을 받아들였다. BHC가 진씨에게 10억 원을 청구했던 민사소송 역시 BHC가 손해배상청구를 포기하고 소송비용도 전액 부담하도록 하는 화해권고결정을 내리면서 사실상 진씨 손을 들어줬다.

BHC, 공정위 앞에선 협상 결렬 책임 떠넘겨


BHC 측의 협상 태도에 대해 프랜차이즈업계에선 공정위 제재를 의식한 이중적 행태로 보는 견해가 적지 않다. 실제로 공정위 심의가 열린 4월 30일 BHC 측은 "진씨와 협상 의지가 있었지만 진씨가 무리한 돈을 요구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밝혔지만, BHC 측의 다른 대리인은 진씨에게 합의를 계속 종용했다. 이는 분쟁 책임을 진씨에게 돌려 공정위 과징금과 시정명령 수위를 낮추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볼 만한 정황이다. 실제로 BHC가 가맹사업법을 위반했다고 공정위가 판단한 내용 중 가맹점사업자단체 활동을 이유로 한 불이익 제공 행위는 진씨와 직접적 관련이 있는 부분이다.

공정위는 지난 5월 20일 BHC에게 가맹점주 단체활동에 불이익을 준 혐의에 대한 과징금 최고한도인 5억 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BHC가 가맹점에 모바일 쿠폰 취급을 강제하고 수수료를 부담시킨 혐의도 인정된다고 봤으나, 본사가 프로모션 비용을 부담한 점 등을 들어 과징금을 부과하지 않았다.

BHC 측은 을지로위원회 및 전가협 중재로 이뤄진 진씨와의 합의 과정에 대한 입장을 묻는 본보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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