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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상위 2% 종부세' 비판 봇물…"유례없는 '줄세우기', 혼란만 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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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들 대부분 부정적 견해…"사회적 비용 증가에 위헌 소지도"

"과세대상 여부 '깜깜이'…집값 떨어지는데 세금 오르는 '기현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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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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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뉴스1) 권혁준 기자 = 여당이 1가구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과 대상을 상위 2% 로 한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현재의 공시지가 기준이 아닌 비율을 기준으로 할 경우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려 국민들의 혼란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잇따른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8일 전체 의견 표결을 통해 1가구 1주택자의 종부세 대상을 상위 2%로 좁히는 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이 안이 실행될 경우 종부세 납부대상은 현행 18만3000명에서 8만9000명으로 절반 가량 줄어든다.

그러나 후폭풍이 만만치 않다. '깜깜이 과세'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부터 내년 대선을 앞둔 '포퓰리즘'적 정책이라는 비난까지 몰아치는 모습이다.

종부세 납부 기준을 '상위 2%'로 정해놓을 경우 부동산 과세 대상은 부동산 가격이 오르거나 내리는 것과 무관하게 정해진다. 정부는 매년 4월 공시가격이 정해지면 이를 바탕으로 6월에 상위 2%의 가격 기준을 정해 시행령에 반영한다는 계획인데, 그 전까지는 공시가격으로 납세자가 자신의 과세 여부를 알 수 없게 된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 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매년 상위 2%를 정하는 사회적 비용도 적지 않을 뿐더러, 국민들이 납세대상인지를 스스로 판단할 수 없기 때문에 혼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도 "비율을 과세 기준으로 삼는 경우는 유례가 없다"면서 "세금이라는 것은 납세자가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해야하는데 비율을 기준으로 하게 되면 매년 정부가 발표하기 전까지는 과세 여부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고 꼬집었다.

같은 맥락에서 정부가 사실상 매년 과세대상을 정한다는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세 종목과 세율을 법률로 정한다'는 헌법 제59조의 조세법률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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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21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양도소득세 대상의 축소 및 완화 정책을 당론으로 결정한 민주당을 규탄하고 있다. 2021.6.21/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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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기용 한국납세자연합회장(인천대 교수)은 "상위 2%를 대상으로 할 경우 집값이 떨어졌는데도 상대적인 하락 폭이 적었다면 세금이 오히려 늘어날 수도 있다"면서 "이는 과세표준을 각 개인의 부담능력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응능(應能)과세원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대책이 오히려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추기고 물량 잠김이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결국 집값이 아무리 올라도 상위 2%에만 속하지 않으면 세금 부담은 없는 셈"이라며 "부동산 안정화에 역행하는 방식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이 부동산 문제 해결을 위한 진중한 접근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가 얽힌 '포퓰리즘'적 성격이 짙다고 입을 모은다.

하준경 교수는 "이것이 부유세인지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시키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면서 "부유세라고 하면 소득세 등과 다르게 유독 주택을 대상으로만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말했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교수도 "결국 상위 3%부터 세금 감면을 해주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부자 감세' 논란이 나올 수밖에 없다"면서 "애초에 종부세는 보유세를 누진제 성격으로 세수를 높이면서 지방재정에 도움을 주고 주택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목적인데 이번 대책은 그 취지를 잃어버린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홍기용 교수도 "세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의지가 있었더라도 논리와 법체계에 맞게 했어야한다"면서 "과세 기준에 전례없는 상대성 개념을 도입하면서 국민들이 합리적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됐다. 결국 상위 2%에 해당되지 않는 분들 조차 선뜻 찬성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종부세의 개선 방향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각자의 견해가 달랐다.

임재만 교수는 종부세를 현행 누진세가 아닌 동등한 비율의 세율을 적용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누구나 집이 있으면 적당히 부담해야한다"면서 "초고가, 다주택자 뿐 아니라 일반 주택 수요자에게도 전반적으로 세금을 높여가야 집 보유 여부의 구분을 희석시키고 부동산 시장의 불안정성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기용 교수는 실거주 1가구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는 없애야한다는 입장이다. 홍 교수는 "실거주 1주택자의 경우 결국 투기가 아닌 주거 목적으로 집을 보유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집값이 올랐다는 이유만으로 세 부담이 커지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교수는 애초 종부세 도입 시기 과세 기준이 상위 1%(9억원)였던만큼, 이 기준을 유지해야한다는 입장이다. 서 교수는 "도입 시기와 비교하면 상위 2%는 오히려 기준점이 확대된 것"이라며 "1가구 1주택의 종부세 기준은 15억원 수준으로 설정해야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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