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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나스닥 3배 뛸 때 코스닥 3분의 1토막"…어쩌다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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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5.50'

2000년 3월 10일 코스닥 지수다. 올 들어 1000포인트를 넘어서고 있지만 코스닥 지수는 21년 전과 비교해도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당시 닷컴버블로 지수에 거품이 끼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미국 나스닥 지수는 지난 21년 간 5000에서 1만5000까지 3배 가까이 뛰었다.

한국과 미국 시장에서 이처럼 수익률에서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은 나스닥 시장에는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너도나도 진입하며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코스닥 시장은 여전히 코스피 2부리그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특히 코스닥 대표기업들이 조금만 몸집이 커졌다 하면 코스피로 옮겨가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어 지수 상승을 가로막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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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지수는 2000년 3월 10일 최고점인 2925.50까지 올랐지만 21년이 지난 현재 1000포인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사진 출처 = 한국거래소 통계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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훨훨 나는 나스닥... 추락하는 코스닥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지난 4월 20년 7개월 만에 1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코스닥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선 것은 지난 2000년 9월 15일 이후 처음이다.

이후 4월 말부터 6월 초까지 코스닥은 1000포인트 밑으로 밀렸지만 최근 대형주 위주의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다시 1000포인트를 회복했다.

코스닥 지수가 1000포인트를 넘어서면서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과거 최고점과 비교하면 지수는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앞서 코스닥이 기록한 최고점은 2000년 3월 10일의 2925.50이다. 당시 코스닥 지수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이어진 닷컴버블에 힘입어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냈다.

특히 1999년 한해에만 751.80에서 2561.40으로 340% 넘게 급등했고 2000년에 들어서도 상승세를 지속하며 한때 3000포인트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다 이내 거품이 꺼지면서 6개월 만에 500선 밑으로 폭락했다.

반면 코스닥의 '원조' 격으로 볼 수 있는 나스닥은 고공행진했다.

나스닥 지수는 2000년대 초반 5000포인트를 넘어섰다가 이후 버블이 꺼지면서 곧바로 추락해 10여 년간 박스권 흐름을 보였지만 2015년에 다시 5000포인트를 돌파했다.

작년 6월에는 시장 출범 이래 처음으로 1만포인트 고지를 밟았다. 무려 5년 만에 2배 성장한 것이다.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며 지수는 현재 1만4000포인트까지 올라섰다. 코스닥이 3분의 1토막난 사이 나스닥은 3배 가까이 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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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스닥 지수는 2000년대 초반 5000포인트를 넘어선 이후 현재 1만4000포인트까지 뛰었다. [사진 출처 = 구글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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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대형주 잇딴 이탈...나스닥은 '스타기업' 즐비


코스닥 지수의 성장이 더딘 가장 큰 이유로는 대표 종목의 이탈이 꼽힌다.

코스닥 지수는 시가총액을 기준 시점과 비교해 산출하는데, 시총이 큰 기업들이 코스피로 옮겨가면서 지수 상승이 제한된 것이다.

실제 지난 20여년간 코스닥 시장에서 엔씨소프트, 네이버, 카카오, 셀트리온 등 시총 상위 기업이 연이어 코스피로 이전했다.

이 중 카카오와 네이버는 코스피에서 시총 3·4위를, 셀트리온은 9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재 코스닥 시총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도 코스피 이전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의 나스닥'을 표방하며 출범한 코스닥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코스피 2부리그에 전락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시장을 대표하는 스타기업이 잇따라 코스피로 둥지를 옮기거나 직행을 택하면서 시장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반면 나스닥 시장에는 내로라하는 글로벌 IT 기업들이 대거 상장해 있다.

현재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들로 불리는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알파벳, 페이스북, 테슬라, 엔비디아, 인텔, 넷플릭스 등이 모두 나스닥에 상장해 있다.

특히 나스닥은 이미 미국을 넘어 전 세계 기업들이 가고 싶어하는 꿈의 시장으로 부상했다.

국내 기업들 중에서도 코스피, 코스닥이 아니라 나스닥의 문을 두드리는 곳들이 많다.

국내 게임업체 그라비티가 2005년 나스닥에 상장해 거래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두나무·마켓컬리·야놀자 등 국내 유망 IT기업들이 나스닥 상장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더블유게임즈의 자회사 더블다운인터액티브도 국내 시장이 아닌 나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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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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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코스피 이전 종목 시총 200조 넘어...시장 신뢰도 회복해야


2000년 이후 지난해까지 코스닥 시장에서 코스피 시장으로 이전한 기업들은 총 45곳으로 이들의 시총 합은 200조원이 넘는다. 만약 이들 종목이 코스피로 옮겨가지 않았다면 지수는 어떻게 됐을까.

전문가들은 직접적으로 지수를 추정하긴 어렵지만 코스피로 이전했던 종목들이 유가증권시장으로 옮겨가지 않았다면 코스닥 지수는 현재보다는 더 올랐을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네이버, 셀트리온 3개사의 시총 합만 해도 170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현재 코스닥 전체 시총인 416조의 40%를 웃도는 수준"이라면서 "물론 이들 시가총액 비중만큼 그대로 지수가 상승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이 코스닥에 남아있었다면 코스닥이 지금보다는 더 높았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형주의 잇딴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낮아진 시장 신뢰도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꼽혔다. 투자자로 하여금 '믿을 만한 시장'이라는 인식을 갖게 하는 게 필요하다는 뜻이다.

한 때 상장폐지 기로에 섰던 코데즈컴바인은 코스닥 시총 2위까지 오르며 시장을 뒤흔들었고 조단위 덩치로 시총 상위를 점유했던 코오롱티슈진과 신라젠 등도 상폐 사유가 발생해 현재 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런 영향에 코스닥은 개인투자자들만의 전유물이 되고 있다.

증시의 주요 수급주체인 외국인과 기관이 코스닥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개인의 코스닥 거래 비중은 88.2%로 외국인과 기관 비중은 각각 8.5%, 3.3%에 불과했다.

또 턱없이 부족한 투자 정보도 해결해야할 과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닥 상장기업 1468곳 가운데 보고서가 한번도 나오지 않은 종목은 884곳에 달했다. 코스닥 상장사 중 약 60%의 기업에 대해서는 제도권 기관의 분석을 제공 받지 못하는 셈이다.

[김경택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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