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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내 코인 진짜 상폐될 줄이야…1억5천이 10만원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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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락장에서도 다시 오를 거란 희망으로 '존버'(끝까지 버티기)했어요. 근데 이번에 잡코인들이 정리되면서 1억5000만원이 10만원이 됐네요"

최근 줄줄이 이어진 '잡코인' 상장폐지에 가상화폐 투자로 한 때 1억5000만원까지 수익을 올렸던 박모씨(34)는 18일 매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이렇게 털어놨다. 박씨는 2017년 3000만원으로 코인판에 뛰어들었다.

국내 굵직한 가상화폐 거래소들의 잡코인 솎아내기가 이어지면서 끝까지 희망을 놓지 않았던 투자자들의 얼굴엔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17일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내달 26일까지 입법예고한다고 밝히면서 코인판이 요동치고 있다.

특금법에 따르면 가상화폐 거래소는 오는 9월까지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FIU)에 사업자 신고를 마쳐야 한다.

거래소들은 향후 심사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부실 코인들부터 정리하는데 속도를 높이고 있다.

"진짜 상폐될 줄이야"…靑 청원까지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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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상담 라운지의 시세 현황판에 상장된 알트코인들의 시세가 표시돼 있다. [사진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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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차 '코인러' 박씨는 코인 상장폐지가 실제로 일어날 지는 몰랐다는 반응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버티기만 하면 다시 장이 회복할 거란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박씨는 "원래 잡코인이라는 게 유의종목으로 지정됐다가도 다시 해제되기도 한다"며 "설마 진짜 상장폐지가 되겠어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돈을 빼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투자로 벌었던 돈을 다 잃어서 허탈하다"고 밝혔다.

박씨가 투자한 코인 종목은 이번에 빗썸이 상장폐지를 결정한 드래콘베인과 오로라, 원루트 네트워크, 디브이피 등이다.

이같은 피해를 입은 투자자들이 박씨 뿐 아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가상화폐 거래소 상장폐지 결정을 비판하는 내용의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청원인은 "거래소측이 원화 마켓에서 별다른 이유 없이 상장 폐지했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 업비트·빗썸 잡코인 정리 속도…속타는 투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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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고객센터에서 한 방문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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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대금 기준 국내 1위 거래소 업비트가 원화시장 상폐 종목으로 지정한 코인 종목 5개 마로·페이코인·옵저버·솔브케어·퀴즈톡 등은 지난 17일 정오부터 원화 마켓에서 거래가 중지됐다.

이날 국내 2위 거래소 빗썸 역시 애터니티·오로라·드래곤베인·디브이피 등 4개 코인의 거래 지원을 내달 5일 오후 3시부터 종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들 4개 종목은 모두 국내 5대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에 상장되지 못했다.

업비트는 내부 기준에 따라 유의 종목 지정 뒤 코인 발행 주체에 통상 일주일간의 소명 기간을, 빗썸은 공지한 날로부터 30일간의 유예 기간을 준다.

국내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상장폐지 혹은 유의 종목으로 지정한 코인 종목들의 시세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 "기업도 상장폐지되는 마당에…코인도 솎아내기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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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화마켓에서 제거 되거나 유의종목으로 지정된 코인의 가격 변동성이 극대화 되고 있는 가운데 15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가상화폐거래소 업비트 라운지 태블릿PC에 원화마켓 제거가 확정된 코인 중 가장 거래량이 높은 `페이코인`의 가격이 띄워져 있다. [사진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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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인 투자자들은 이 같은 잡코인 솎아내기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미리 자금 회수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해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한 20대 김모씨는 최근 장이 심상치 않자 투자금을 모두 회수했다. 가상화폐가 폭락장을 맞이하기 직전이었다. 당초 200만원을 투자했던 김씨는 최종적으로는 380만원을 이익으로 벌었다.

김씨는 "기업도 상장폐지가 되는데 코인같은 경우도 솎아내기가 어느정도는 필요하다고 본다"며 "거래소 목적상 투자자들한테 투자하기 좋은 것들을 올려놓는 게 의무이자 목적이기도 하고, 순환을 시켜줘야 훨씬 자산가치가 올라갈 것"이라고 했다.

또 투자는 개인의 선택인만큼 자신의 판단으로 인한 결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최근 순이익 130만원을 마지막으로 가상화폐 투자금을 모두 뺀 투자자 박모씨(30)는 "투자할 때 분할 매수만큼이나 중요한 게 분할 매도"라며 "거래소에서는 유의 종목을 지정해주고 판단은 개인 투자자들에게 맡기는 건데 투자자들 개인이 선택을 하는 거지 누굴 탓할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 전문가 "거래소, 상장폐지 기준 투명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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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가상화폐거래소 빗썸의 고객센터에서 한 방문객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 = 박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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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개인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해선 거래소의 상장폐지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함량 미달의 코인들이 정리되고 있는 건 바람직한 상황"이라면서도 "거래소마다의 상장폐지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돼야 일반 투자자들이 돈을 뺄지 넣어놓을지 판단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러면서 "거래소가 유예·소명 기간을 준다고는 하지만 그건 거래소측이 가상화폐 발행 기관에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일 뿐"이라며 "일반 투자자들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일정한 기준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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