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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산재사망 보도 많았지만, 이유 밝히고 대안 찾는 기사 부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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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편집위원회

작업중지권 적극적으로 다루고

매주 싣는 ‘이주의 온실가스’처럼

산재사망 사례 언급하면 어떨지

스토리텔링 기사가 가독성 높여

‘공덕포차’ 이준석 대표 제외 논란

애초 섭외 안했으면 더 좋았을 것

스피커 큰 남성만 3명 뽑은 건 문제

내부 치열한 논의 독자에 알릴 필요


한겨레

<한겨레> 열린편집위원회 회의가 지난 14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회의실에서 진행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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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22일 경기도 평택항 부두에서 스물세살 이선호씨가 300㎏ 무게의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세상을 떠났다. 그 뒤로 한달 남짓 흐른 지난달 26일 세종시 조치원읍의 한 공장에서는 쉰두살의 화물차 기사 장창우씨가 같은 무게의 파지 더미에 깔려 숨졌다. 노동건강연대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 동안 이씨와 장씨처럼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만 77명이다. 지난 14일 오후 4시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대회의실에서 열린 회의에서 9기 열린편집위원회 위원들은 끊이지 않는 산재 사건을 다룬 기사를 비롯한 <한겨레>의 노동 기사를 집중적으로 점검했다. 회의에는 김민정 시민편집인 겸 열린편집위원장(한국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김경미 위원(섀도우캐비닛 대표), 임자운 위원(법률사무소 지담 변호사), 홍윤희 위원(장애인이동권컨텐츠협동조합 무의 이사장), 황세원 위원(일in연구소 대표)이 참여했다. 한겨레에서는 이봉현 저널리즘책무실장과 김영희 콘텐츠총괄, 정환봉 소통데스크가 함께했다.

김민정 지난달 한겨레 노동 기사를 살펴본 결과 여러 사건·사고가 터지면서 산업재해와 노동현장 안전 문제, 노동자의 건강권 등의 기사가 압도적으로 다수를 차지했던 것 같다. 노동 기사의 경우 한겨레에 대한 기대가 있어 잘하면 본전이고 조금 부족하면 야단맞는 위치에 있다 보니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황세원, 임자운 위원님이 관련한 전문가로 의견이 있을 것 같다.

황세원 지난달 10일부터 지면 기사를 기준으로 노동 기사를 집계해봤는데 60여건이었다. 열심히 보도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60여건 대부분이 노동자의 죽음을 다루는 기사였다. 자칫 묻힐 수 있는 이런 사건을 보도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다만 사망 기사를 잇달아 보도하는 것 이상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유심히 살펴봤지만, 연구기관이나 국회의원 등과 협업해서 이 같은 일이 계속 벌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는 기사는 많이 못 본 것 같다. 이제는 그런 보도가 더 나왔으면 좋겠다. <한겨레21>에서 이선호씨의 아버지와 김용균씨 어머니가 대담한 것을 본지도 보도했는데, 주목할 대목이 있었다. 중간 제목 중 하나가 ‘젊은이여, 힘든 일 거부할 권리가 있단다’였다. 이런 내용이 이후 대안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위험한 현장이면 노동자 스스로 판단해서 작업을 중단할 수 있고, 그렇게 작업을 중단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식을 잃은 두 부모가 젊은 세대에 강조하고 싶었던 ‘위험하면 네가 안 들어가야 한다’ ‘그만두고 집에 와도 된다’라는 메시지를 한겨레에서 더 주목해줬으면 좋겠다.

임자운 지난달 한겨레가 언급한 산재 사고 건수를 살펴보니 11건 정도였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에 산재 사망 사고 속보 페이지가 있는데 그곳 집계를 보면 같은 기간 실제 산재로 생명을 잃은 노동자는 35명(공단 사망 사고 속보 기준)이다. 한겨레도 모든 산재 사망을 다루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 자체를 문제 삼고 싶은 건 아니다. 지금 산재 사망에 대해 이렇게 오랜 시간 이야기되고 있다면, 한겨레가 ‘이주의 온실가스’에서 온실가스 현황을 소개해주는 것처럼 매주 산재 사망 사건 사례를 언급해주는 방식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개인적으로 산재 유족들에게 벌어지는 역고소를 다룬 기사(가족을 잃은 슬픔도 아물기 전…‘역고소’에 우는 산재 유족들)가 눈에 띄었다. 실제 변호사 업무를 하면서 많이 경험하는 일이기도 하다. 법원에 산재 승인을 취소해달라고 회사가 소송을 걸면 근로복지공단이 이 소송을 각하해달라고 주장을 강하게 해야 하는데 별로 그러지 않는다. 산재 승인이 취소되면 결과적으로 산재 인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공단이 소극적으로 나오는 것 아니냐는 의심마저 들 정도다. 한겨레가 이 같은 정부기관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해주면 좋겠다. 파지 더미에 깔려 숨진 장창우씨 사건의 경우 한겨레가 깊이 있게 다뤘다는 생각이 든다. 결국 회사 쪽의 사과와 책임 인정을 끌어왔다.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자신의 몸을 살리기 위한 권리인 작업중지권에 대해서 더 고민하면 좋겠다. 한겨레 누리집에서 작업중지권으로 기사를 검색해봤는데 올해의 경우 2건밖에 확인되지 않았다. 이런 권리를 가지거나 행사해본 적이 없으니 생소한 것은 당연하다. 그래서 언론에서는 많이 공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작업중지권이 올바르게 사용되지 않으면 노동자를 살리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든다. 한겨레가 작업중지권이 필요한 이유를 더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한겨레

김경미 개인적으로 타워크레인 추적 보도(‘죽음의 타워크레인’ 퇴출 2개월 만에 현장 돌아왔다)가 인상 깊었다. 타워크레인은 한번 무너지면 큰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사고가 나기 전에 미리 경고하는 기사인 것이 좋았다. 조금 더 추적해줬으면 좋겠다. 참사와 불안정 노동을 연결한 기사(평택항, 현대중…줄잇는 참사 뒤에 ‘불안정 고용’ 있었다)도 기억에 남는데 구체적인 스토리텔링에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이 더해져 읽기 좋았다. 한겨레 노동 기사는 스토리텔링이 들어가서 가독성이 좋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런 부분이 강조되면 좋겠다.

홍윤희 자율주행트럭이 도입되면 노동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기사(휴식도 식사도 않는 장거리 자율주행트럭, 운송시간 40% 줄였다)가 눈에 띄었다. 인공지능(AI)이 도입된 뒤 실제 인간의 노동은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를 큰 차원에서 알 수 있게 해주는 기사였다. 이런 기획 기사들이 주기적으로 있었으면 좋겠다. 실제 미국에서는 트럭 운전사 수가 굉장히 많은데, 자율주행이 도입되면 숙박시설에 머물지 않는 등 다른 소비가 줄어들고 그 과정에서 사라지는 일자리도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처럼 기술과 노동의 관계에 대한 고민을 담은 기사들에 관심을 더 가져주면 좋겠다. 반면에 실제로 노동 착취를 당하는 노동자들이 현장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기사도 필요한 것 같다. 불안정 노동자들이 임금을 제대로 못 받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다룬 기사(떼인 임금 받아드립니다…‘조폭’ 아니고 ‘앱’입니다)는 작은 기사처럼 보였지만 굉장히 좋은 기사였다고 생각한다.

김민정 이번에는 보도가 많이 나오진 않았지만 과거 가사노동이나 위킹맘의 노동과 관련한 기획 기사가 한번 있었는데 이처럼 보이지 않는 노동,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노동과 관련한 보도나 칼럼, 사설을 보면 반갑다. 그런 노력을 계속 보여주면 좋겠다. 이번에는 네이버 직원의 극단적 선택이나 아이티(IT) 기업 노동자 감시 문제, 카카오의 근로기준법 위반, 의료시설 종사자나 사회복지사의 과로 문제 등과 관련한 보도가 많았다. 현장 밀착형 기사로 지역아동센터에서 보낸 한 달 기사(지역아동센터 ‘쌤’으로 지낸 한 달)도 있었는데 정말 다양한 영역에서 사람들이 너무 많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이 한국 사회 전반의 노동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답답하긴 했지만 환기를 해주는 효과가 분명히 있는 것 같다.

김영희 몇해 전부터 ‘노동의 미래’라는 주제가 대두됐는데 어떻게 보면 전근대적인 형태의 산재 문제가 이토록 해결이 안 되고 있나 답답해질 때가 많다. 최근 산재 사건을 대하는 사회의 전체적인 감수성도 올라간 것 같다. 지난해에는 한겨레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중심으로 보도를 많이 했는데,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한 것 자체가 의미가 있긴 하지만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산재와 관련해서는 완벽한 해법을 제시하는 수준까지는 아니라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향성을 보여주는 기획을 준비하고 있다. 작업중지권 관련해서는 정확한 지적을 해주신 것 같다. 언론에서 잘 공감을 못하는 것 같고, 실제 이 제도가 시행되기 위한 조건도 까다로운 측면이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도 더 고민해보겠다.

이봉현 다양한 노동 이슈가 생겨나고 있어서 이를 어떻게 봐라봐야 할지 고민이다. 산재 문제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주제이지만 가령 기후변화 시대에 여러 산업이 재편될 것이고 그 과정에서 노동도 변할 것인데 이를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우리가 고민해야 할 숙제인 것 같다.

김민정 이번에는 ‘공덕포차’ 고정 패널로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를 섭외했다가 하차하게 된 과정에 대해서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겠다.

황세원 개인적으로는 이 대표를 ‘공덕포차’ 출연진에서 제외한 내부 의사결정은 잘했다고 본다. 이 대표를 아예 섭외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와 대립 구도로 섭외를 한 점이 문제인 것 같다. 이미 과거에 두 사람이 자주 대립했는데, 이 구도로 방송에 나오면 더 자극적인 발언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본다. 그런 일을 한겨레가 할 필요가 있냐는 생각이다. 이 대표가 도를 넘는 혐오 발언이나 갈등조장 발언을 할 수 있다는 위험이 감지됐으면 출연 여부를 다시 판단할 수 있다고 본다.

김민정 이 대표를 처음부터 섭외 안 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섭외했다가 나중에 취소를 하니 공론장에서 이들의 목소리를 처음부터 차단하는 것이 맞냐는 비판이 나오는 것 같다. 그 비판도 일정 부분 타당한 면이 있다. 그래서 처음부터 왜 남성 3명만 섭외를 했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문제 제기를 하고 싶다. 이미 너무나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사람을 한겨레가 섭외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도 든다.

임자운 마이크를 줬다가 뺏는 방식으로 적극적으로 배제를 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대표 섭외에 대한 문제 제기는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한다. 다만 이 대표를 섭외했다가 철회하는 과정에서 내부적 기준이나 절차 같은 것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그런 부분을 더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김경미 사실 진 전 교수나 이 대표가 페이스북에 글을 쓰면 언론에 실시간 중계가 되는데, 그 내용이 그만큼 중요한 담론인가 싶다. 두 사람은 이미 주목받는 사람들이다. 한겨레의 경우 패널을 섭외할 때 투자의 개념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 패널은 특히 언론에서 잘 등장하지 않는데, 한겨레가 이런 부분을 더 고민해서 섭외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논의 자체가 있었다는 것은 반갑다. ‘공덕포차’ 제작진 입장에서는 서운하고 아쉬운 부분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이후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시스템을 만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는 의미가 있었다고 본다.

김민정 이 대표 하차 과정에 대해서 치열한 논의가 있었다고 알고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났건 내부에서 이렇게 열심히 논의한 것이라면 충분히 지지하고 동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런 경우 보통 독자들이 미디어 전문지의 기사를 통해 한겨레 입장이 몇줄만 반영된 기사를 보고 관련한 상황을 알게 된다. 독자들에게 한겨레 내부의 치열한 고민이나 논의, 이견이 수렴되는 과정을 설명해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경우 한겨레 내부의 치열한 논의를 보면서 한겨레에 대한 신뢰가 생길 수 있었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녹취 설선정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공덕포차 하차 과정에 대해서는 16일자 ‘말 거는 한겨레’(왜, 이준석을 내려놨나)에서 그동안의 논의 과정을 독자께 설명 드렸습니다.

열린편집위가 뽑은 ‘이달의 좋은 기사’

9기 열린편집위원들은 2021년 5~6월 <한겨레>가 생산한 콘텐츠 가운데 13건의 ‘좋은 기사’를 추천했다. 이 가운데 위원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준 기사는 기자가 직접 지역아동센터에서 한 달 동안 일하며 쓴 ‘지역아동센터 ‘쌤’으로 지낸 한 달’ 기사였다. 이 기사를 추천한 황세원 위원은 “지역아동센터가 취약계층 아동뿐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기관이라는 관점이 돋보이는 기사였다”고 평가했다.

1. 지역아동센터 ‘쌤’으로 지낸 한 달

채윤태·이우연 사회부 기자

심사평: “한겨레 특유의 장기 체험 관찰형 기사, 무엇보다 지역아동센터를 바라보는 시각이 좋았다.”

2. ‘죽음의 타워크레인’ 퇴출 2개월 만에 현장 돌아왔다

신다은 사회정책부 기자

심사평: “대형 사고가 벌어지기 전 위험을 먼저 포착해 알려낸 좋은 기사.”

3. ‘ESG 바람’ 탄 정부…노동자·사회적 약자는 못 보나

이춘재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선임기자

심사평: “이에스지(ESG: 환경, 사회책임, 지배구조) 논의에서 소외되고 있는 지점을 잘 짚은 기사. 한겨레의 관점이 제대로 담겼다.”

4. 300㎏ 파지더미 ‘와르르’ 또 화물차 노동자 참변

신다은·박준용 사회정책부 기자, 송인걸 전국부 기자

심사평: “다른 언론에서 크게 다루지 않았던 산재 사건을 비중 있게 다루고 후속 보도로 이후 회사 대처의 문제점 등을 잘 짚은 보도.”

5. 떼인 임금 받아드립니다…‘조폭’ 아니고 ‘앱’입니다

천호성 사회부 기자

심사평: “불안정 노동자들이 실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해준 점이 좋았다.”


정환봉 기자 bon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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