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된다면 식사 한 번 모시고, 송 대표의 경륜을 값싸게 배우는 기회를 갖고 싶은 데 응해주시겠습니까”(이준석)
“허허. 제가 모시겠습니다. 우리 정치권에선 현역(의원)이 밥을 사는 겁니다.”(송영길)
22살 차이의 여당 대표와 제1야당 대표가 17일 만났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민주당 대표실을 방문해 송 대표와 회동했다. 송 대표는 올해 58세이고, 이 대표는 '아들 뻘'인 36세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악수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송 대표는 “(이 대표가) 광주에서 5.18에 대해 한 발언이나, 대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다고 한 걸 보면서 국민이 많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라며 “합리적 보수의 새 희망이 보인다는 느낌도 줬다”고 호평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가 (경선 기간) 나경원 후보에게 ‘억까’(억지로 비난)하지 말자고 했는데 100% 동의한다”며 “소모적인 정치를 하지말고 본질과 내용을 갖고 토론하자”고 제안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를 두곤 “문재인 대통령도 환영하실 것”이라며 “문 대통령이 G7 정상회의를 마치고 돌아오면 청와대에 초청할 텐데, 협의체를 내실 있게 만들어서 야당의 날카로운 국정 비판으로 힘을 모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여야정 상설협의체는 2018년 문 대통령과 여야 5당이 청와대 오찬에서 합의한 기구이지만, 그해 첫 회의를 끝으로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
이 대표는 “우리 당이 최근 20·30세대의 주목을 받고 있는데, 송 대표도 민주당 젊은 인재들을 폭넓게 발굴하는 걸로 안다”며 “(두 당이) 경쟁해서 좋은 대안이 나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억지로 비난하지 말자는 송 대표의 제안에는 “야당이다보니 여당을 지적할 수밖에 없지만 '억까'를 하면 냉정한 평가가 뒤따른다는 걸 우리도 안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협의체에 대해선 “여야 협치 모델 구축에 방점을 찍고 서로 노력하자”고 강조했고, 송 대표는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삭발할 때 마음이 아팠다”며 “자유롭게 토론해 누가 더 설득력 있는 지를 국민에게 보이면 (양당에) 상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화답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예방해 환담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비공개 회동은 약 15분간 진행됐다. 이 대표는 회동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송 대표가 정책제안을 했고, 상당히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비공개 회동에서 “원외 정치인의 정치 여건이 좋지 않다”며 “사무실도 공식적으로 내지 못하는데, 적어도 당협위원회 사무실을 유사 선거사무소로 간주하는 선거법 개정은 어떠냐”고 원포인트 제안을 했다고 한다.
송 대표는 이 대표와의 나이 차이를 언급하며 “언론에서 아들뻘이라고 하는데 ‘오보’다. 22살 차이인데 삼촌뻘이 맞다”고 농담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송 대표의 양복에 붙어있는 태극기 배지를 놓고 이 대표가 “늘 달고 다니시는 거냐”고 묻자, 송 대표가 “그렇다. 국가의 정통성에 대해 늘 주장을 해왔고, 이 때문에 주사파와 다툼도 있었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이날 두 대표는 양당 정책위의장을 실무 협의자로 지정해 여야정 상설협의체 구성을 논의키로 했다.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박완주 의원, 국민의힘은 김도읍 의원으로 둘다 3선이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