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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5 (수)

"軍 의료과실로 숨진 홍정기 일병, 국방부 책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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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홍 일병 사망 '순직3형'으로 분류

유족 "죽음과 직무수행 간 직접적 관련성 인정해야"

CBS노컷뉴스 차민지 기자

노컷뉴스

17일 군인권센터 기자회견 모습. 임민정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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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복무 중 급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홍정기 일병의 순직유형 변경 신청이 기각된 가운데, 시민단체와 유족이 "군이 책임을 부정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시민단체 군인권센터는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 교육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방부가 '홍 일병의 사망과 군 복무 간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며 순직 유형을 변경해달라는 유족의 요청을 무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일병은 지난 2016년 3월 24일 급성 골수성 백혈병 발병에 따른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는 이유 없이 몸에 멍이 들고, 두통을 느끼는 등의 증상으로 3월 초부터 연대 의무중대와 사단 의무대에서 진료를 받았지만 혈액검사 같은 기초적인 검사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홍 일병의 목숨을 살릴 기회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군 의료체계는 이를 모두 놓쳤다.같은 해 3월 21일 연대 의무중대 군의관은 홍 일병에게 혈소판 감소 등 혈액 계통 문제가 있는 것을 파악했음에도 응급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해 돌려보냈다. 대대장은 혈액암 가능성이 있어 즉각 검사가 필요하다는 민간병원의 소견을 전달받고도 홍 일병을 상급 병원으로 보내지 않았다.

홍 일병의 증상은 22일 새벽 급격히 악화됐다. 하지만 군의관은 활력징후가 정상이란 이유로 응급후송을 하지 않았다. 밤새 구토에 시달리던 홍 일병은 당일 오전 9시가 돼서야 국군춘천병원을 방문했다. 즉시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의식을 잃었고 24일 사망했다.

센터는 "부대는 당시 '사단 전면전 작계시행훈련'으로 외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고, 홍 일병은 아픈 와중에도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해 계속 업무를 보았다"며 "결국 부대 훈련 상황이 환자 관리 실패의 주요한 원인이었고 그로 인한 지휘관, 군의관 등의 안이한 대처가 허망한 죽음을 야기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의료인들도 백혈병에 걸렸다고 누구나 한 달도 안 되어 뇌출혈로 사망에 이르지 않으며, 빨리 식별하여 잘 관리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입을 모은다"고 덧붙였다.

육군 보통전공사망심사위원회는 2016년 9월 홍 일병의 사망을 '순직 3형'으로 분류했다. 순직 3형은 "국가수호· 안전보장, 국민의 생명· 재산 보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직무수행, 교육훈련 중 사망한 사람(질병 포함)"을 의미한다. 이에 영향을 받은 국가보훈처 역시 2016년 12월 홍 일병을 '순직군경'이 아닌 '재해사망군경'으로 보고 국가유공자가 아닌 보훈보상대상자로 지정했다.

유족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2019년 2월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위원회는 지난해 9월 군의관의 직무유기와 지휘부의 잘못된 판단, 군 의료 체계의 결함이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진료를 방해해 사망을 야기했다고 판단했다. 지휘부가 훈련기간 이유로 병색이 완연한 홍 일병을 훈련에 참여시킨 점, 훈련이 끝난 시점에서야 외부 병원에 보낸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유족은 이런 판단을 토대로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사위원회에 순직 유형 변경을 신청했다. 죽음과 직무수행 간 직접적 관련성을 인정하는 '순직 2형'으로 변경·인정해야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지난 3월 국방부는 입장 변경 없이 기각 결정을 내렸다.

센터는 "군 복무가 질병의 악화에 영향을 미쳤을 뿐, 군이 직접적 책임의 원인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소리"라며 "대한민국은 장병들을 건강한 모습으로 데려가 주검으로 돌려보내놓고도 책임이란 것을 모른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방부는 유족 앞에 사죄하고 홍 일병의 사망 구분을 순직 2형으로 다시 심사해야 한다"며 "보훈처 역시 홍 일병이 순직군경이 아닌 재해사망군경이라는 억지를 그만두고 유족과의 소송을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기자회견에는 홍 일병의 어머니 박미숙씨도 참여했다. 박씨는 "군이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의 결정을 무시하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순진한 병사들의 죽음에 등급을 나누고 있다"며 "군이 아들의 책임을 느껴야 한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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