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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1.5도 낮춰야”…과학자 ‘한숨’ 나오게 한 송영길 기후위기 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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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국회 교섭단체 연설서 발언

“과학적 근거도 없이 SMR 강조만”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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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내용 중 전세계 과학자들이 진단한 기후위기 문제와 다른 설명이 포함됐다. 기후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산업혁명 시기와 비교해 현재 전지구 평균 기온이 1.5℃ 이상 오르지 못하도록’ 탄소 배출을 제한해야 한다. 그런데 송 대표는 “지금보다 1.5도 낮추지 못하면 파국”이라는 ‘신박한’ 주장을 한 것이다. 연설 내용이 알려지자 과학자·기후운동가들의 한숨이 흘러나왔다. 송 대표는 기후위기 해법으로 아직 상용화는 물론, 경제성·안전성 문제 해결책을 찾지 못한 소형원전을 강조했는데, 정작 기후위기 배경 지식은 부정확했기 때문이다. “2050 탄소중립 로드맵을 책임져야 할 집권여당 대표의 기후문해력부터 높여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송 대표 연설 따져보니


16일 오전 국회 첫 교섭단체 연설에 나선 송 대표 연설 첫 소제목은 ‘지금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이었다. 기후위기를 강조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내용을 첫 메시지에 담고자한 것이다. 그의 문제의식은 연설 후반부에 강조한 탄소배출 없는 에너지원, 소형원전·핵융합 발전의 필요성까지 이어졌다.

그러나 “인류 문명은 생존의 기로에 서 있다”로 시작하는 연설 시작부터 과학적이지 않은 문장이 눈에 띈다. “지구 온도가 지금보다 1.5도 이상 오르면 지구는 불지옥인 금성처럼 변해갈 것”이라고 말한 뒤, 그에 대한 대구로 “2050년까지 지구의 평균 온도를 지금보다 1.5도 낮추지 못하면 인류 문명은 파국을 맞는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이는 전세계 과학자들이 말하는 기후위기 문제 진단과 해법과는 다른 주장이다.

1.5도가 뭐길래


1.5도는 기후변화 문제를 이해하는 매우 중요한 열쇳말이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에서 참여국들은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2100년까지 전지구 평균 온도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해 최소 1.5도로 제한하도록 노력한다는 파리협정을 맺었다. 보통 1997년 교토의정서 이후 새로운 합의 내용을 도출한 파리협정을 기점으로 전세계는 ‘신기후체제’로 접어들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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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0월8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기자회견에서 IPCC 의장단이 총회에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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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2018년 10월 인천에서 개최된 기후변화에 관한 국제 협의체(IPCC) 총회에서 채택한 특별보고서 이름도 ‘지구온난화 1.5℃’ 였다. 보고서에서는 상승 목표를 1.5도 이하로 제한할 경우 빈곤에 취약한 인구가 수억명 줄고, 물 부족에 노출되는 인구가 최대 50%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1.5도 상승을 막는 것은 모든 인류가 생존하기 위한 목표인 셈이다. 유엔 산하 세계기상기구(WMO)는 역대 기온이 가장 높았던 2016년, 2019년과 함께 지난해가 가장 기온이 높았다며, 지구 평균 기온은 이미 산업혁명 이전보다 1.2도 올랐다고 확인했다. 현재 기온과 과거 빙하기의 온도 차이는 약 5도 정도로 1.5도가 더 낮아지는 것 역시 현재 인간 활동에 많은 영향을 줄 수 있다. 조천호 경희사이버대 미래인간과학스쿨 특임교수는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 약 400년에 걸친 중세 소빙하기동안 지구 평균 기온이 0.6도 정도 떨어진 적 있는데, 평균 기온이 떨어지면 전반적으로 서늘해진다기보다 한파, 장마 등 이상기후가 급증하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송 대표 실언에 과학자·기후운동가들 허탈


송 대표의 연설 내용을 확인한 과학자·기후운동가들은 허탈해했다.

국가기관에서 근무 중인 과학자는 “어떤 경로로 저런 발언을 한 건지, 단순한 말실수인건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만 정확히 표현하려면 ‘산업혁명 이후 온난화를 1.5도로 제한하지 않는다면 큰 일이 생길 것’이라고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과학자는 정치가 과학과 연결이 안 된 현실을 보는 것같다며 씁쓸해했다. 그는 “탄소 감축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면 과학적 근거를 갖고 움직여야 한다. 정부가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의문이다. 기후변화 대응 선진국인 영국은, 정책을 세우기 전 과학이 판단한 근거를 면밀히 살피며 긴밀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그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고 현재 진행되는 기후위기 대응에도 과학자들의 참여가 적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출범한 대통령 직속 탄소중립위원회 8개 분과위원회에 기후변화나 생태다양성 등을 연구해 온 과학자가 별로 없다는 지적이 있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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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6월4일 오전 서울광장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그린캠퍼스 실천을 촉구하는 '온실가스 감축, Go! 그린캠퍼스'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광장에 펼쳐진 '1.5℃'는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 총회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 내용을 의미한다. 보고서는 지구온도상승을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1.5도 이내로 억제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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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철 기후위기비상행동 집행위원장은 “송 대표 발언은 기후과학의 기초적인 사실과 맞지 않는다. 기후위기 문제를 핵심과제로 제시하는 여당 대표의 연설이라기에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기후과학의 기본도 정확히 알지 못한채 소형원자로, 핵융합 따위를 해결책으로 제시하는게 현 정치권의 현실이다. 정치권은 스스로의 기후위기 인식 수준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지난해 7월 21대 국회에서 기후변화와 그린뉴딜 정책을 연구하는 의원 모임을 발족하기도 했다.

최우리 기자 ecowoo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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