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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전문가기고] 또 다른 AML 숙제, 금융권 'DUG' 대응 전략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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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정혜수(Jude Jung)(주)알앤씨글로벌지사장/ACAMS SME(사진)
- 하나은행/신한은행 등 시중은행 TBML 시스템 구축 추진- 은행 TBML시스템에서 이중용도품목(DUG) 리스트 필터링 시스템 필요- 주요 국가의 전략물자지정 강화 추세로 DUG Filtering 업무 부담 가중- 개별 은행 차원보다 정부 주도의 DUG 및 TBML 업무 지원 정책 수립 절실
Covid19가 전세계인들의 삶에 큰 변화를 일으키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몇몇 제약회사에서 백신 개발에 성공해서 전세계에 공급하고 있다.지금은 이같은 의약품이 해당 국가에 의해서 전략물자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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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의약품, 전자제품, 소프트웨어 등을 비롯한 일상 및 산업 제품 및 서비스의 전략물자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전세계 무역수출 급성장 기류가 더해져 무역 과정에서 전략물자를 처리하는 양이 늘어나고 업무가 복잡해질 것이다.
'DUG'는 이처럼 이중용도품목(dual-use goods) 또는 전략물자(strategic items)를 뜻하며, 민간과 군사 용도 모두에 사용이 가능한 상품, 컴퓨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IT 장비, 기술, 문서 및 도면 등을 포함한다. 주로 무기나 병기 등 특정의 군용 목적은 물론 산업 부문에도 응용될 수 있는 고도첨단기술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DUG는 원료부터 완성품에 이르기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전략물자의 올바른 처리는 무역금융을 포함한 일반 무역 업무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도 난해한 영역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보통의 무역기반 금융범죄(Trade-based Financial Crime, TBFC)가 무역거래를 착취하여 불법 자금의 출처를 합법화하는 것에 전세계 안보에 끼치는 영향력이 더해지기 때문이다.
이번 칼럼에서는 한국 금융회사가 직면한 무역 금융 리스크 중에서 가장 중요하면서 난해한 영역인 '민군겸용물품'의 대응 방안을 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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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언급한 이유로 전략물자는 한 국가를 넘어 전세계의 안녕에 끼치는 파급력이 상당하여, 모든 국가는 전략물자를 관리하고 수출을 통제하는 나름의 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는 1, 2차 세계대전과 911테러를 겪으며 그 중요성과 관리, 탐지, 조사, 기소, 더 나아가 예방하려는 컨센서스를 형성시켰고, 국제 기구 및 각국 정부의 감독 및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추세다.
이에 금융회사는 DUG 필터링을 포함한 전체 무역 금융 과정에 대한 준법 감시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시행해야 하는 일부 법률적 의무와 사회적 의무를 지게 되었고, 그 결과 무역 금융에 대한 부담과 위험이 함께 증가하였다.
DUG 필터링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DUG 필터링이 포함되 전체 무역기반 금융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업무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금융회사는 무역 거래를 희망하는 고객 확인(KYC), 거래 상대방 확인(Counterparty, KYCC), 거래 상품의 국제상품시세(Commodity Price), 상품을 운송할 선박 정보(Vessel), 선박의 운항 정보 및 기록, 고객/상품/선박의 국가 리스크(Country Risk), 그리고 해당 상품의 용도(DUG Filtering) 즉, 민군겸용물품 여부 확인 등 전체 무역 금융에 참여하는 모든 고객, 서류 및 재화에 대한 거래 가능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거래가 가능한 경우에는 추가로 거래 물품 및 거래 당사자 등의 위험도에 적합한 모니터링과 스크리닝을 수행하고 관련 기록을 보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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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이중용도품목을 식별하는 일은 테러자금조달방지, 확산금융억제 및 제재 규준의 포괄성을 내포하여 복잡하고, 불법자금을 합법화하는 일반적인 자금세탁이 갖는 사회경제적 문제 이상의 중대성을 갖는다. 이중용도상품에 대한 수출 통제는 국내외 안보를 위협하는 핵전쟁, 테러 등의 대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핵무기,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모든 국가가 전략물자에 대해 특정 형식의 수출 통제를 수행한다.
이처럼 중요한 전략물자 관리에 대한 세계적인 컨센서스는 미국 911테러 발생 이후 강화되었다. 2004년4월28일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제1540호의 채택을 시작으로 FATF의 권고 사항을 포함하여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국제 규약이 강화되고 구체화되고 있는 추세이다.유엔과 더불어 FATF도 국제 규범 제정 및 개정과 그 이행을 권고할 뿐만 아니라 전략물자 관리, 확산금융방지와 관련하여 각국 감독당국 및 금융회사에 방법론과 지침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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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전략물자 관리 및 파생 무역금융과 관련하여 내국법에서 비준하고 있거나 비준해야 하는 국제 규준은 크게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과FATF의 권고안 두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국제 규준에 근거하여 입법된 국내법에 의거해 국내 기업과 금융회사는 테러자금조달금지, 대량살상무기확산억제, 전략물자 과련 규제 준수의 의무를 갖는다.
금융회사의 경우 물리적으로 국경을 넘는 상품 이동에 수반되는 자금의 해외 이동을 확인하는 일을 수행하게 된다. 다시 말해, 무역 서류에 표기되는 상품 및 서비스와 이중용도품목을 대조하여 일치하는 상품을 찾아내는 게이트키퍼(gatekeeper) 역할을 맡게 된다. 이때 금융회사가 DUG 스크리닝에 실패하게 되면, 제재, 금수조치 등의 국제 규약을 위반하는 위험을 지게 되며, 나아가 대량살상무기, 핵무기 등에 해당 물품이 사용되어 국내외 안보에 상당한 리스크를 야기할 수 있다.
이런 중대성에도 불구하고 현재 내국법에서는 DUG리스트를 스크리닝해야 할 의무를 명시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법적 구속력과 별개로 국내 금융회사의 경우 대부분 홍콩, 싱가폴을 비롯하여 미국에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거나 해외 은행과 코레스 계약 관계를 맺어 외환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글로벌 규제에 적극 대응할 필요가 있다. 더불어 금융이라는 업의 본질과 사회적 역할을 고려할 때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역시 자명하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이와 같은 국제사회의 요구와 주요국의 감독 및 제재 강화 추세에 대응하는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TBML 시스템 구축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였고, 신한은행은 TBML 시스템 구축을 검토 중에 있으며, 다른 시중은행 역시 무역기반자금세탁방지 시스템 구축을 논의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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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anti-TBML시스템을 갖춘다고 해도, 수출입을 업으로 영위해온 기업들도 새로운 품목의 경우 이중용도 여부를 가려내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허다한 실정에, 금융회사에서 금융업무를 전문으로 하는 은행원이 수많은 종류의 상품이 DUG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고 사후 처리를 하는 일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
우선 은행원이 수출입 서류에 기재된 상품이 전략물자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일에 어려움이 있다. 서류상에 존재하는 상품의 설명이 모호하거나, 문서상의 일반적인 설명이 정부기관에서 발표하는 DUG 리스트 상의 전문 용어와 불일치하는 경우가 있고, 일치하는 경우에도 상품의 직경, 인장 강도 등 특정 조건에만 이중용도로 사용되는 제품과 같이 까다로운 케이스도 존재한다.
또한 상품이 DUG임이 확인된 경우에도 이것이 오탐(false-positive)일 확율이 높은 기술적인 문제와 실제 DUG 경고(alert)를 받은 이후에 이에 대해 어떻게 다룰 것인 지에 대한 규정 및 절차가 미비한 것 역시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이에 금융회사 내에서 DUG 스크리닝 관련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하여 여타 AML/CFT 업무와 같이 해당 스크리닝 프로그램에 4 개의 기둥(4 Pillars of AML Program)을 주춧돌 삼고 RBA 방식을 적용할 것을 제안한다.
DUG 스크리닝에 관련한 규정을 수립하고 내부 통제를 이행하는 것이 1차 방어의 역할을 할 것이다. 여기에는 DUG control과 관련한 프로세스를 수립하고 이에 대한 기록을 보관하는 것이 포함되어야 한다. 이후 전체 은행의 DUG 스크리닝 관련한 담당자를 임명하여 비즈니스 통제 모니터링을 수행하여야 한다. 이것이 금융회사에 DUG 관련 2차 방어선이 될 것이다.
그리고 DUG를 다루는 담당자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에게 특정 품목이 왜 DUG 및 통제 대상인지, 수출입 대상국과의 정치적 상황, 제재, 금수 조치에 대한 직원 교육을 수행할 것을 권고한다. 그리고 이 전체 프로세스에 대한 독립 감사가 수행되어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를 하고, 기록을 남긴 후 필요한 부분에 대한 개선이 수반되어야 한다.
더불어 DUG 스크리닝을 수행하는 과정은 RBA방식으로 접근하여, 은행의 실무와 리스크 완화의 균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즉, DUG 경고 처리 방법, DUG filter 설정 방법, DUG 관련 당사자/대상국을 위험도 등에 입각해 관리하는 것이다. 이를 테면, 생산 업체가 무기 등급의 전략물자를 생산할 수 있는 지를 확인하는 것은 한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같은 전략물자에 해당하는 진공 펌프라고 해도 중소 소매 기기 제조업체가 생산한 펌프와 방산업체의 펌프는 다르게 처리하는 규정을 세우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업무 규정을 세우고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한다고 하더라도 위험을 완화하고 실무를 가능하게 할 수준의 리스트가 없다면, 해당 필터링은 무산으로 돌아갈 것이다. 현재 전략물자 관리를 하는 대부분의 국내 시중은행은 전략물자관리원에서 제공하는 DUG 리스트만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에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입장에서는 최소한 해당국가의 DUG 리스트를 함께 필터링해야 한다.
여기에는 미국 상무부(BIS)의 EAR(Export Administration Regulations) List,영국UK Strategic Export Control List, EC(유럽연합) List of Dual-use Items and technology, Singapore Customs의 Strategic Goods Act List, 홍콩금융관리국의 Strategic Commodities Control List 등이 해당된다.
그러나 국내 및 주요국의 DUG리스트를 갖추어도, 이를 매핑을 하는 일은 업무의 전문성, 양, 복잡성 등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개별 은행이 수행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에 어큐이티, 다우존스 등의 상용 리스트를 구입하여 사용하는 것이 현재 주어진 해결책이나 이는 금융회사에 추가적인 비용 부담을 지우는 일이다.
또한 비용을 지불하여 대조 대상 리스트를 갖추는 첫번째 산을 넘었다고 할지라도 복잡하고 다양한 무역 문서의 내용을 텍스트로 변환해서 해당 리스트와 대조해야 하는 업무량이라는 두번째 어려움이 남아 있다. 이를 자동화하기 위한 움직임이 일부 은행에 있지만 OCR 처리 등의 기술적 한계로 인해 즉각적 해결은 어려운 실정이다.
마지막으로 해당 리스트를 은행의 문서와 비교하는 엔진 즉, 필터링 솔루션이 초기 단계라 시스템적으로 취약해 실무를 무리없이 운영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정교한 엔진이 필요한 실정이다.
금융회사가 DUG 필터링을 온전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상용 리스트 구비, 필터링 솔루션 구축, OCR 기술의 완성도의 세가지 측면을 모두 갖추어야 하는데 아직은 매우 초기 단계라고 판단된다.
이에 정부나 금융당국에서 금융회사가 직면한 DUG Filtering 업무의 현실적 어려움과 향후 전개될 업무 확장성 등을 감안하여 Public Utility 서비스 제공을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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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lic Utility 서비스는 두가지 방법으로 제공할 수 있다. 첫번째로는 우리나라 DUG리스트와 글로벌 DUG 리스트를 취합하여 매핑한 후 아이템 별로 재작성하여 '통합 DUG리스트(Consolidated DUG List)'를 만드는 것이다. 이후 이를 일반 기업과 금융회사에 무상 및 유상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두번째 안은 이렇게 작성한 통합 DUG리스트에 추가로 필터링 엔진을 개발해 ASP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향후 확산금융에 대응하기 위한 금융회사의 역할이 강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략물자가 전세계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행사하기 때문이고, 해당 물자의 이동에 수반되는 자금을 은행이 확인하고, 막을 수 있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회사는 DUG 필터링과 관련하여 은행의 자금세탁방지 시스템과 유사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담당자를 지정하며, 관련 직원을 교육하고 독립감사를 수행해야 한다.
이 전 과정에 RBA방식을 도입하여 은행의 무역금융업무 수익과 위험 완화의 균형점을 찾아야 함은 물론이다. 은행이 이러한 업무를 수행하는 것을 돕고 부담을 완화시키기 위해 유관기관인 관세청과 전략물자관리원 등의 정부당국은 금융업계 관련자를 포함하여 우리나라의 DUG 리스크 라운드 테이블 미팅 등의 PPP(Public-Private Partnership)를 활발하게 진행하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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