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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시장은 불신하지만…주민들은 “공공재개발·공공재건축 이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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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재건축 망우1구역, 공공재개발 장위9구역 현장

한겨레

중랑구 망우동 염광아파트에 걸린 플래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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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찾은 서울 중랑구 망우동 염광아파트의 낡은 벽에는 “망우1구역의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기원합니다”라며 ‘힐스테이’, ‘현대건설’ 명의로 내건 플래카드가 걸려 있었다. 재건축 추진 조합이 설립된 지 10년 만에 건설사의 플래카드가 걸리는 등 사업에 속도가 나기 시작한 것은 지난 4월7일 공공재건축 후보지 5곳(영등포 신길13, 관악 미성건영, 용산 강변강서, 광진 중곡, 중랑 망우1)에 선정된 덕분이었다. 2012년 재건축 조합이 설립됐으나 이후 실거래건수가 10건에 그칠 정도로 염광아파트는 사업성이 낮다는 이유로 ‘투자상품’으로서 시장의 외면을 받았고, 재건축 사업도 답보 상태였다.

■ 시장은 불신하지만 주민은 믿는다

“중랑구 (재개발 원주민) 재입주율이 23%밖에 안 돼요. 분담금 낮춰서 50% 이상 올려야죠.” 이날 만난 최용진 망우1구역주택재건축조합 조합장은 공공재건축에 걸고 있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추가 분담금을 감당할 수 없는 원주민들의 내몰림 문제도 공공재건축을 통해 완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그 중 하나였다. 1983년 지어져 건령 40여년이 되어가는 염광아파트의 원주민 실거주율은 60% 수준으로, 재건축 후보지가 되어 사실상 ‘투기상품’으로 빈번하게 거래되는 다른 지역 노후아파트의 실거주율보다 크게 높다. 한국도시연구소의 보고서(임대주택등록제 현황 및 조세 등 개선 방안 마련)를 보면 강남구 은마아파트(1979년 준공)의 실거주율은 31.5%, 노원구의 상계주공5단지(1987년 준공)는 12.5%에 그친다.

부동산 시장은 민간의 영역이었던 정비사업에 공공이 관여하는 공공재건축·공공재개발 모델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지만 주민들은 공공이 사업시행자로 나서는 공공 모델이 주민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믿고 있는 분위기였다. 망우1구역에선 6월8일과 9일 주민설명회를 마친 뒤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공동 사업시행자로 하는 주민동의서 징구가 이뤄졌는데, 일주일여만에 28%가 동의서를 냈다. 국토부와 엘에이치가 망우1구역과 함께 16일 국토부 출입기자단의 현장방문 자리를 마련한 서울 성북구 장위9구역은 공공재개발 구역으로 공모 신청할 때 이미 주민동의율이 68%였다.

이날 찾은 장위 9구역은 인근 장위7구역, 10구역, 14구역 등의 재개발이 완료되면서 아파트 단지로 둘러싸여 개발 압력이 높아보였다. 장위9구역은 뉴타운 지구로 지정됐다 사업성 부족에 따른 주민 간 갈등이 발생하면서 표류하다 2017년 구역 지정이 해제됐다. 지난 3월29일 공공재개발 후보지로 선정됐고 예상 공급물량이 2434호로 엘에이치가 맡고 있는 공공재개발 후보지 12곳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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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장위9구역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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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민동의율 50% 넘긴 곳 나오기 시작

김지훈 장위9구역 추진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가장 좋은 건 신속한 인허가로 그 점 하나만 보더라도 큰 인센티브”라며 “저희는 너무나도 만족하고 엘에이치와 협력해 최고의 주거단지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조합설립부터 사업시행인가, 관리처분인가, 착공에 이르기까지 10여년이 소요되는 민간 재개발 대비 공공 재개발은 인허가 기간이 5년으로 크게 단축된다는 점에 대한 주민 이해가 높아진 데다 안양 덕천 래미안 등 민간 아파트 브랜드를 사용한 공공재개발 성공 사례가 회자되면서 수용력이 크게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공공재개발 구역에서는 이미 주민 과반 동의라는 요건을 충족해 공공 사업시행자 선정을 신청한 곳이 나오고 있다. 용두1-6구역은 지난 11일 주민 70% 이상이 동의해 서울주택도시공사(SH)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고, 15일에는 신설1구역이 주민 68% 동의로 엘에이치를 사업시행자로 지정해달라고 신청했다. 이들 지역은 연내 정비계획수립이 확실시되는데 지난해 9월 공모를 실시한 점을 감안하면 1년 반도 채 되지 않아 정비계획 수립이 완료되는 것이다. 주민 자력으로 실시하는 민간 재건축은 조합 설립부터 정비계획수립까지 5년 정도가 소요된다.

분양가도 구체화되고 있다. 엘에이치는 장위9구역이나 망우1구역 등 공공재개발과 공공재건축 후보지의 일반분양가는 시세 대비 70% 수준, 조합원 분양가는 일반분양가의 85%~90%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 오세훈 재개발 규제 완화 대책에 반사효과

공공재개발의 경우 5월26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발표한 ‘재개발 활성화 방안’을 통해 오히려 사업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엘에이치 관계자는 “2종 일반주거지역 7층 높이제한 폐지가 되면 여기 해당하는 장위9구역도 기부채납 비율이 줄기 때문에 건설 가용 택지를 추가로 확보할 수 있어 일반분양분이 늘어나 사업성이 좋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지난해 공공재개발 공모 당시 주거정비지수제 점수 미달로 탈락한 곳이 상당수였는데 이번에 주거정비지수제가 폐지되면서 그 지역들이 (재공모할 수 있게 돼) 환영하는 분위기를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이 규제 완화까지 하면서 주민들에게 개발이익이 돌아가는 재건축을 실시할 필요가 있을까. 공공재건축을 비롯한 공공재개발, 2·4 대책을 통해 등장한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등 공공이 주도하는 정비사업의 핵심은 ‘공공주택 확보’다. 망우1구역의 경우 용도지역이 두 단계 상향되어 민간재건축을 통한 세대수(344호) 대비 공공재건축 세대수(481호)가 40% 가까이 늘어났다. 규제 완화로 137호가 늘어나면서 사업성을 높일 수 있는 일반분양분이 늘지만, 공공주택 공급 물량도 늘어난다. 망우1구역에선 늘어난 물량의 절반에 가까운 64호를 공공분양(29호)과 공공임대(35호) 등의 공공주택으로 기부채납받는다. 공공재개발이 추진되는 장위9구역은 공급물량 2434호 가운데 공공임대 633호, 수익형 전세 250호 등 공공주택 물량 36%를 확보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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