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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현실화된 검찰·공수처 '중복수사'…법조계 "이미 예견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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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효정 기자]
머니투데이

(서울=뉴스1) =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8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김오수 검찰총장과 손을 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공수처 제공) 2021.6.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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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에 연루된 문홍성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 등을 입건하면서 '중복수사'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피의자 인권과 방어권을 침해하는 등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오는 한편 중복수사는 이미 예견된 문제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검찰 '재재이첩' 안했는데…사건 자동 입건한 공수처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달 초 문 검사장 등 검사 3명을 입건하고 사건번호 '2021년 공제5호'를 부여했다.

공수처는 지난 3월 이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면서 수사 후 사건을 다시 공수처로 돌려보내라는 '유보부 이첩'을 주장했다. 공수처 수사체제가 갖춰지지 않은 만큼 수사는 검찰이 하되 기소 여부는 공수처가 결정하겠다는 논리였다.

사건을 재이첩받은 수원지검이 이성윤 서울고검장을 기소하는 등 공수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자 공수처는 이달 초 검찰에 문 검사장 등 사건을 '재재이첩'하라고 요청했다. 동시에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근거해 이들 사건을 입건했다.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유보부 이첩한 사건을 공수처가 다시 이첩 요청하면 입건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수처의 재재이첩 요청과 동시에 사건이 '자동 입건'된 것이다. 반면 수원지검은 대검에 공식 반대 의견을 전달하는 등 공수처의 재재이첩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어 중복수사가 불가피해졌다.


법조계 "중복수사는 인권침해…자동 입건 법적 근거도 불명확"

법조계에서는 공수처의 중복수사가 법적 안정성을 해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에 재이첩한 사건을 다시 요구하거나 이미 수사 중인 사안을 중복 입건하는 것은 예측 가능성을 떨어뜨리고 피의자의 방어권 행사를 방해할 수 있어서다.

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인권친화적 수사기구를 강조해온 공수처 입장과도 모순된다. 김진욱 공수처장은 이성윤 고검장 '황제조사' 당시 피의자인 이 고검장을 직접 면담한 이유에 대해 "공수처가 인권친화적인 수사기구를 표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한 법조계 전문가는 "양 기관이 가지고 있는 권한을 전부 행사하려다 보니 중복 수사가 될 수밖에 없다"며 "당초 인권침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만들었어야 했는데 양측의 수사가 가능하도록 법을 미흡하게 만든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반면 공수처의 자동입건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도 있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공수처가 사건을 재이첩한 만큼 고소·고발장을 포함한 사건 기록은 전부 수원지검에 있다"며 "검찰이 재재이첩을 받아들여 기록을 공수처로 돌려보냈다면 몰라도 재재이첩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자동입건이라는 것은 작위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자동입건에 대해 명확한 법 규정이나 해석이 없는 만큼 이번에도 법원 판단을 구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서울중앙지법은 수원지검이 공수처 요구를 거부한 채 이규원 검사를 직접 기소한 것이 적법하다며 본안 심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검사가 수사대상인 사건의 공소권은 공수처에 있으므로 검찰 기소가 위법하다는 이 검사 측 주장이 근거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수처, 한 달 만에 사건 9개…'문어발 수사' 비판도

한편 지난 4월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시작으로 공수처가 수사에 나선 사건이 9개로 늘어나면서 '문어발 수사'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사 인력이나 역량 등에 한계가 있어서다.

김 처장은 앞서 공수처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연간 3~4건의 사건을 선별해 수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공수처 검사가 당초 계획한 23명의 절반 수준인 13명에 불과한데도 중복수사까지 벌이는 등 무리한 수사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스스로를 자제하고 존재 의미를 보여줄 수 있는 사건을 선별하는 것"이라며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를 막기 위해 공수처가 탄생한 만큼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힌 사건보다 검찰 견제를 위한 사건으로 존재감을 드러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다른 법조계 인사는 "유의미한 객관적 범죄사실이 드러났다면 수사를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공수처 몫"이라며 "다만 불기소나 무죄 판결 등 사건 결과에 대한 책임도 공수처가 져야하기 때문에 입건 단계부터 비판하기보다는 사건 처분을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김효정 기자 hyojh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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