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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오병상의 코멘터리] 붕괴참사와 조폭..5ㆍ18이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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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현장 조폭 문흥식..518 공법단체화에도 문제돼

유공자 공적 의심하는 정치논란 잠재울 자정노력 절실

중앙일보

(광주=뉴스1) 황희규 기자 = 문흥식 5·18구속부상자회 회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1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던 중 자신에게 항의하는 5·18민주화운동 부상자회 공법단체 설립준비위원회 회원들과 충돌하고 있다. 2021.5.18/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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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지난 9일 광주광역시 학동 건물붕괴 참사가 묘한 일파만파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재개발현장의 온갖 비리 중심에 조폭이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단순사고 이상의 병폐임을 알려주었습니다. 그 조폭이 5ㆍ18 단체 (구속부상자회) 회장이란 사실이 더 큰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2.광주민주화운동 관련 유공자와 공적(유공자로 인정한 사유)은 민감한 정치이슈입니다. 보수우파쪽에선 ‘엉터리가 많다’며 보훈처에 공개를 요구해왔습니다. 2018년 서울행정법원은‘5ㆍ18 유공자 명단 및 공적내용공개’소송에서 ‘명단 공개는 사생활 침해’라는 이유로 기각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파쪽에선 루머를 계속 유통해왔기에..이 이슈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3.관리대상 조폭으로 알려진 문흥식(60)이 5ㆍ18 단체의 회장이란 사실을 이러한 우파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줍니다.

문흥식은 폭력사건 유죄판결문에서 ‘신양오비파 행동대장’으로 명시된 인물입니다. 그런 그가 2015년 제7차 보상심의위원회에서 가장 약한 14등급 부상자로 인정돼 유공자가 되었습니다. 증거 없이 증인만으로 유공을 인정받는 ‘인우 보증’방식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80년 당시 계엄군에 연행되거나 구속되어 부상당한 사람들의 모임인 ‘구속부상자회’ 회장이 되었습니다.

4.이런 사람이 재개발현장에서 활약했다는 건..그래도 쪼금 이해가 됩니다. 사실 재개발 현장은 이권이 막대한데다 관계자 사이에 이해가 갈리는 험한 곳이고, 경우에 따라선 법보다 주먹이 앞서는 행위들이 빈발하니까요.

그런데 5ㆍ18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유공자와 공적을 둘러싼 시비가 말해주듯..대한민국을 갈라놓고 있는 첨예한 정치쟁점이기 때문입니다.

5.더욱이 지금 5ㆍ18관련 대표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정부로부터 각종 공식지원을 받게되는 ‘공법단체’로 인정받는 중요한 순간에 서 있습니다.

정부는 올해초 ‘5ㆍ18민주유공자예우 및 단체설립에 관한 법’을 공포했습니다. 5ㆍ18단체를 광복회나 상이군경회처럼 예산지원하기로 했습니다. 자체 수익사업도 할 수 있습니다. 광주의 숙원이 이뤄졌습니다.

6.그런데 공법단체 전환이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단체내의 이견과 알력 때문입니다.

우연인지..그 한가운데 문흥식이 서 있습니다. 구속부상자회에서 탈퇴한 일부가 ‘임의단체’를 만들어 문흥식의 전횡에 항의해왔습니다. 이들이 바로 지난 5월 18일 41주년 기념행사장에서 소란을 피웠고, 이에 앞서 3월 보훈처장이 묘지참배할 당시 시위를 벌인 주인공들입니다. 새로 출범할 공법단체 주도권다툼으로 비난받았습니다.

7.엉뚱하게도 건물붕괴 참사가..광주의 숙원인 ‘공법단체’설립의 걸림돌을 제거해주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9일 참사가 터지고, 12일 구속부상자회가 문흥식을 회장에서 해임했고, 다음날 문흥식은 미국으로 떠났습니다. 그리고 15일 사퇴를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8.때맞춰 5ㆍ18 단체들이 16일 ‘부끄럽습니다’는 합동사과문을 냈습니다. 구구절절 옳습니다.

‘좋지않은 소식이 들릴 때마다 인내와 포용으로 지켜봐주시고 감싸주셨던 시민 여러분께 사죄 말씀 올립니다.’

‘유공자라는 명예는 무한한 도덕적 면책특권이 아닙니다.’

‘시민이 참여하는 자정위원회를 만들겠습니다.’

9.제발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안타까운 참사였지만..그 희생이..5ㆍ18단체의 오명을 씻어내고 공법단체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자정의 계기가 되면 좋겠습니다.

다시 한번 기대해 봅니다. 인내와 포용의 마음으로..

〈칼럼니스트〉

2021.06.16.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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