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나토 본부에서 열린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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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14일(현지시간) 중국의 '군사적 야망'을 동맹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나섰다. 미국이 주도하는 '중국 포위망' 구축을 위한 틀이 주요7개국(G7)을 넘어 나토로 확대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국가와의 협력도 언급하는 등 미-유럽 군사동맹의 본격적인 '동진(東進)' 가능성도 시사했다.
나토는 14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정상회의를 마치고 발표한 공동 성명(Communiqué)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국제 정책은 우리가 동맹으로써 함께 해결해야 할 도전(challenge)"이라고 명시했다.
이어 "중국의 명시적 야망과 공격적 행동은 규칙에 따른 국제질서와 동맹 안보와 관련된 분야에 대해 구조적 도전을 야기한다"고 지적했다.
나토는 "중국의 빈번한 투명성 부족과 허위 정보 유포에 대해 여전히 우려한다"고 했다. 또 "중국이 주요 강대국으로서 역할에 걸맞게 우주와 사이버, 해양 영역에서 국제 시스템 속에서 약속을 지키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고 촉구했다.
나토가 중국의 부상을 이처럼 직접적으로 견제하고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나토는 2019년 영국 런던 정상회의 후 발표한 선언문(Declaration)에서 중국의 부상을 "기회이자 도전(opportunities and challenges)"로 규정한 바 있는데, 이번에 '기회'가 삭제됐다. 공동성명은 나토 30개 회원국이 컨센서스 방식으로 합의했다.
나토는 안보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 동반자 국가들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면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태평양 4개국을 지목했다.
공동성명에서 "협력적 안보와 규칙에 따른 국제 질서를 증진하기 위해 우리의 오랜 아·태 지역 동반자인 호주, 일본, 뉴질랜드, 한국과 정치적 대화와 실질적 협력을 증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나토 정상들이 14일 벨기에 브루셀 본부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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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중국을 '도전'으로 규정한 것은 러시아와 국제 테러로부터 회원국 방어를 중심 임무로 삼아 온 나토에 큰 방향 전환으로 평가된다. 중국 견제를 위해 동맹 규합에 나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적극적인 요구가 주요 동력이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공동성명에 처음으로 중국에 대한 우려를 포함한 데 이어 나토까지 이에 가담시키면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나토 스스로도 역내에서 중국의 정치·경제·군사적 영향력이 커지는 데 대해 우려해왔던 것도 이번 공동성명이 채택된 배경으로 분석된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우리에게 점점 다가오고 있다"면서 "사이버공간에도 있고, 아프리카에서도 볼 수 있으며, 우리의 중요한 인프라에 거액을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NYT는 중국은 미국에 이어 국방비 지출이 세계 2위이며, 러시아와 연합훈련을 통해 지중해와 북극에 진출하고, 아프리카에 군사기지를 건설하는 등 나토의 영향권을 파고들고 있다고 전했다.
나토가 한국 등 아태 4개국과 안보 협력을 언급한 만큼 앞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미국과 유럽, 아태 국가 간 연대가 구체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워싱턴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피에르 모르코스 유럽·러시아·유라시아 프로그램 방문연구원은 이달 초 '나토의 중국으로 방향 전환' 제목의 기고문에서 "동맹들은 나토의 아태 동반자 국가인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와 더 관여해야 한다"면서 "나토+4형식의 보다 정기적인 논의를 통해 중국의 역량과 활동에 대한 인식을 공유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나토 본부에서 정상들이 회의하고 있다. 나토는 30개 회원국을 두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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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토는 러시아를 "위협(threat)"으로 규정하는 반면 중국은 그보단 낮은 수준인 "도전(challenge)"으로 정의했다. 반중 전선을 얼마만큼 넓게 펼치느냐를 놓고 상대적으로 신중한 유럽 회원국들의 시각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신냉전으로 흐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나토는 어디까지나 북대서양 조약기구"라면서 "중국은 북대서양과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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