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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00달러' 시대가 다시 올수도 있다는 일부 외신의 공격적 전망이 나온 가운데 국내 산업계에서는 기대감과 우려가 동시에 교차했다. 유가 상승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단 분석이 지배적이다. 따라서 앞으로 코로나19(COVID-19) 타격으로 억눌렸던 수요가 본격적으로 살아날 것이란 희망이 나오는 반면, 현재 수준 이상의 급격한 유가 상승이 있다면 제조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실적에 부담을 줄 것이란 우려도 공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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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8개월 만에 70달러 돌파한 유가…더 가나, 멈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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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서부텍사스산원유) 7월 선물가는 배럴당 70.88달러에 마감했다. 전일(70.91달러) 대비 소폭 하락 마감했지만 장 중 71.78달러까지 치솟으며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18년 10월 약 2년 8개월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유가는 지난 8일 70.05달러(종가기준)를 찍으며 마찬가지로 2년 8개월 만에 처음으로 70달러선을 뚫었다.
국제유가는 2분기 들어서만 이미 20% 가까이 올랐다. 이 상황에서 유가가 더 오를지, 아니면 고점을 찍었다고 봐야 할지에 관해 국내 정유업계 전망은 분분하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향방을 예측하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아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면서도 "외신에서처럼 세계적으로 ESG 경영을 강화하고 노후화된 원유 시설들을 폐쇄하는 분위기를 감안하면 예전처럼 석유회사들이 공급을 확 늘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유가 상승의 지속을 전망했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도 "이달 초 주요 산유국들 협의체 'OPEC+'(OPEC플러스)가 기존의 속도로 감산 완화 정책을 유지키로 한데 비해 수요가 그 속도보다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란 게 글로벌 기관들의 판단"이라며 "하반기 수급이 견조할 것이란 가정 아래 유가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유가가 더이상 상승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맞섰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지금 올랐다는 유가는 결국 하반기 수요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감을 선반영한 '선물가격'"이라며 "실제 수요가 되살아나지 않는 이상 유가를 여기서 더 끌어올릴 동인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정제마진이 여전히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달러에 못미친 1~2달러 대에 머물고 있다는 사실이 수요가 되살아나지 못했음을 뒷받침한다"며 "만일 지금 상황에서 금리인상까지 겹치면 소비는 좀 더 위축돼 유가 상승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도 "OPEC 등 산유국의 공급 확대 여력이 여전히 크다는 판단이고 이란의 원유수출 가능성도 외신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며 "언제든 원유 공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유가가 급등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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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상승에 조선 "호재" VS 운송 "추가 급등은 우려" VS 정유·석화 "수요회복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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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계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유가 향방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5월 발간한 '최근 유가 상승의 국내 경제 파급효과'에 따르면 유가 상승시 생산비용이 가장 많이 오르는 업종은 운송서비스, 화학제품 등이다. 국제유가가 2020년 배럴당 42.25달러에서 2021년 60.0달러로 42.7% 오른다고 가정했을 때 전 산업 생산비용은 평균 0.7%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중에서도 운송서비스와 화학제품은 생산비용이 각각 3.2%, 2.7%씩 오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유가가 70달러를 돌파한 만큼 이 생산비용은 더 높아질 것으로 추산된다.
유가 상승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업종 중 하나로 꼽히는 물류, 항공업계는 아직까지 영향은 미미하지만 예의주시하는 중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발이 묶여있는 비행기가 전체의 70%"라며 "추후 정상 운행이 가능해지면 유가에 민감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평상시 정상운항을 전제로 유가가 배럴당 1달러 변동할 때 약 3000만달러 손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단 현재는 코로나19로 국제선 운항률이 30%가 채 되지 않는 상황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국내 유가는 국제 가격 후행으로 2~3주 정도 간격을 두고 반영되기 때문에 현재로선 영향이 없다"면서도 "앞으로 국제유가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도 "엄청난 고유가가 아니면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고 볼 수 있다"면서 "유가 상승세가 장기화될 경우 경기 침체로 이어져 자동차 수요를 위축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석유화학 업계도 현재 단계에서 당장 희비를 가르긴 어렵단 판단이다. 제품 원료가 되는 유가가 상승한단 측면에선 부정적이다. 반면 만일 수요 회복에 의한 유가 상승이라면 석유화학 제품가도 그만큼 오를 것이기에 실적에 긍정적 요인이 될 수 있다.
한 석유화학 업계 관계자는 "올해 1분기 석유화학 회사들 실적이 좋았던 것은 고객사들이 지난해 코로나19로 낮아진 재고를 하반기 경기 회복 기대감에 채우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며 "여기서 유가가 더 오를 것이라 가정되면 오히려 제품을 미리 사두려는 수요가 더 늘어나 석유화학 업계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면 유가는 오르면서 수요가 계속 살아나지 않게 된다면 당연히 석유화학업계 실적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정유업계도 최근 유가 상승에 따른 실적 영향을 논하긴 이르단 의견이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시 재고 평가이익이 호실적에 영향을 줄 순 있다"면서도 "실제 이익이 급증하려면 결국 장거리 비행 수요, 즉 국제선 운항이 정상화돼 항공유 수요가 늘어나는 것을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업종에는 현재와 같은 유가 상승 기조가 호재로 작용할 것이란 판단이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유가가 상승하면 해양 플랜트 발주가 회복돼 결과적으로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며 "실제로 최근 유가가 상승세를 타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플랜트 발주가 늘어나려는 조짐"이라고 설명했다.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최석환 기자 neokis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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