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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다음달부터 법정 최고금리 20%…대출절벽 매달린 서민(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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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위 10개 대부社, 2년 새 차주수·신규대출 반토막

해당 업체 저신용자 대출비중도 64.5→52.8%로 뚝

일본도 금리인하로 불법대금업 이용경험자 7배 늘어

전문가 "시장경제 상황 맞춰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아시아경제

[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김효진 기자, 송승섭 기자]다음달 7일 법정 최고금리가 연 24%에서 20%로 인하되면서 약 32만명이 ‘대출 절벽’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연 20%가 넘는 대출상품을 이용하던 239만명 중 31만6000명이 대출을 연장하지 못하거나 거부당해 ‘금융 난민’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제도권 금융 최후 보루인 대부업체들마저 사업을 포기하거나 대출심사를 강화할 전망이어서 불법사금융으로 떠밀리는 중저신용자들이 속출할 것이란 지적이다.


선한 정책의 역설…불법사금융 키우는 최고금리 인하

1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대형 대부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상위 10개 대부업체의 지난해 말 차주수와 신규대출은 각각 72만명, 1조3088억원으로 2018년 말(134만명, 2조6119억원) 대비 반토막났다. 2019년 말(98만명, 1조6539억원) 대비로도 각각 26만명, 3451억원 줄었다.


이는 법정 최고금리 인하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사업을 포기하거나 대출을 옥죈 결과다. 실제 대부업계 2위 산와대부, 5위 태강대부, 8위 유앤아이대부는 신규대출을 중단하고, 회수업무만 하고 있다. 3위 대부업체인 리드코프는 캐피탈사 인수를 통한 제도권 금융회사로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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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들의 개인 신용대출액 3조4547억원 중 연 금리가 20% 이상인 대출이 95.7%(3조3046억원)라는 점이다. 대부업체에 연 20% 이상 고금리 대출이 많은 건 비용구조 때문이다. 현재 대부업체의 평균 조달금리는 약 6% 수준이다. 저신용자(7~9등급)가 주 고객인 만큼 대손 비용(떼이는 돈)이 약 10%, 관리비와 대출모집인 중개 수수료 등 운영비가 대출금의 7%다. 비용만 전체 대출금의 22~23% 선이다. 수지타산이 맞으려면 최소한 대출금리가 20%는 넘어야 한다고 대부업계가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하지만 대부업체는 지속해서 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줄여오고 있다. 2018년만 해도 상위 10개 업체 중 신규영업을 하지 않는 곳을 제외하면 저신용자 고객이 전체 64.5%였다. 이 비중은 2019년 63.3%로 소폭 감소했고, 지난해 52.8%로 뚝 떨어졌다. 업체별로 봐도 2년 전 저신용자 비중을 최대 70% 이상 확보하던 곳들이 사라졌고 대부분 40~60% 선을 유지 중이었다. 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14.2%밖에 되지 않는 업체도 생겼다.


서민금융연구원이 최고금리가 27.9%에서 24%로 인하된 여파를 분석한 연구자료에도 유사한 부작용이 발견됐다. 지난 3월 저신용자와 대부업체를 대상으로 분석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금리 인하 이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신규 대출 신청과 승인고객 수는 가파르게 줄어들었다. 신규 신용대출도 기존 거래고객 위주의 재대출이 41.9%로 전년 대비 23.9%포인트 늘었고, 모든 신용대출을 중단했다는 16.3%(9.7%포인트 증가)였다.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되면 회사 매각과 폐업을 검토하겠다는 업체도 36.4%, 인력감축과 구조조정 등 축소 운영하겠다는 곳도 26.2%였다.


피해는 결국 신용등급이 낮고 어려운 취약계층에게로 돌아갔다. 최고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나이가 많고, 소득원이 불확실하고, 신용이 나쁠수록, 불법 사금융 이용은 여전히 높았기 때문이다. 대부업체의 거절 등의 사유로 불법 사금융에 진입한 취약계층은 오히려 폭리를 감내하고 있었다. 설문 응답자의 69.9%가 법정금리를 초과한 금리를 내고 있었고, 30%는 1년 기준 원금보다 많은 이자를 내고 있었다. 연 240% 이상 금리를 부담하는 것으로 추정된 응답자도 12.3%에 달했다.


日도 금리 인하 부작용, 韓 정치권에선 "금리 더 내리자"

최고금리 인하로 인한 후유증은 10년 전 같은 조치를 단행한 일본의 선례에도 나타나고 있다. 일본은 2010년 6월부터 출자법상 최고금리를 연 29.2%에서 연 20%로 가파르게 내렸다. 여신금융연구소의 ‘일본 대금업 규제 강화 이후 10년간의 시장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 등록 대금업체는 1647곳으로 2009년 3월보다 73.3% 급감했다. 일본금융청은 2010년부터 불법대금업 이용경험자가 7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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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정치권에서는 법정 금리를 추가로 대폭 낮춰야 한다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대권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대부업체의 법정 금리를 11%대까지 낮춰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기준금리는 0.5%인데,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서민들에게 20% 이자를 강요하는 것은 헌법정신에도 맞지 않는다"는 논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형배 민주당 의원은 연 15% 또는 기준금리의 20배 중 낮은 쪽을 최고금리로 정하는 ‘이자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대부업 등의 등록 및 금융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현재 기준금리 0.50%로 산정하면 20배는 10.0%다. 같은 당 김남국 의원 등도 최고이자율이 연 10%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는 이자제한법 개정안을 지난해 발의했다.


윤 의원은 "돈의 가격인 이자(금리)를 급격히 낮추면 공급자(금융회사)는 해당 대출상품의 판매를 중단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가격간섭(최저임금 급속인상)이 부정적 효과(일자리 증발)로 확인된 최근 선례를 무시해서는 안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금융당국이 중금리 대출 확대, 햇살론 등 정책금융상품을 강화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며 "보다 실질적인 보완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전문가들은 인하 일변도의 정책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는 싼 금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제도권 금융 내에서 빌릴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경우도 있다"며 "최고금리를 계속해서 내려온 지금 시장경제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정근 한국금융ICT융합학회장은 "최고금리 인하로 가장 걱정해야 할 분들은 금융취약계층"이라면서 "지금이라도 20% 인하 방안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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