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G7 정상회의의 또 다른 화두는 미국 주도의 중국 견제 전선 구축이다. 중국의 경제권 구상인 '일대일로'에 대응한 새 글로벌 인프라 구상인 '더 나은 세계재건'(B3W)에 합의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의욕적으로 추진해 온 일대일로는 중국과 중앙아시아, 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축 야심으로, 미국의 강력한 견제 대상이다. 경제 영토 확장을 둘러싼 서방과 중국의 경쟁이 더 불붙게 됐다. 홍콩 민주화, 신장위구르 자치구, 대만 문제 등에도 G7은 인권 존중과 자치 허용 등을 촉구하며 날을 세웠다. 하지만 중국 대응 관련해 프랑스, 이탈리아 등의 입장은 다소 엇갈렸다고 한다. 중국과 관련한 경제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주요 동맹인 한국도 여기서 예외일 수가 없을뿐더러 교역과 안보 상황으로 볼 때 부담이 더하다.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에는 동참해야겠지만, 사안별로는 유연하게 대처하는 지혜를 발휘하며 국익을 확보해야 한다는 과제가 G7 정상회의에서 재확인됐다. 주요 선진국들과의 협력은 강화하되, 미국이나 중국 어느 쪽이 주도하든 패권 경쟁과 직결되는 국제 블록에 섣불리 발을 들일 필요는 없다. 냉엄한 국제 사회 속에서 우리에게는 우리의 이익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혹시나 기대했던 문재인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의 회담이 성사되지 못한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양국이 당초 약식 정상회담을 하기로 잠정 합의했으나 일본이 일방적으로 취소했다고 한다. 일본은 한국이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동해영토 수호훈련을 이유로 호응하지 않았다. '독도방어훈련'으로 알려진 이 훈련은 정례적으로 있었고 일본의 반발도 처음이 아니다. 하지만 이를 구실로 합의한 정상회담까지 취소하는 태도는 납득이 어렵다. 일본의 비뚤어진 과거사 인식과 진정성 결여에도 오히려 피해국이 나서서 대화에 공을 들이는데도 말이다.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한일 간에는 독도 영유권과 동해 표기, 강제 징용과 일본군 위안부 배상 등 여러 사안에서 인식과 입장차가 워낙 극명해 상호 타협과 절충 외에는 해법이 없는 상황이다. 대화조차 거부하는 태도는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비상식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스가 총리가 코로나19 부실 대처로 지지율이 바닥인 국내 상황을 모면하려는 카드로 활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은 그래서 나온다. 간극이 현격한 현안은 미뤄두고 이행 가능한 사안부터 견해차를 좁혀가는 게 상식 아닌가. 스가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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