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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장관 임명 순간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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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유흥식 대주교가 지난 12일 세종시 천주교 대전교구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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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천주교회 역사상 최초로 교황청 고위직인 성직자성 장관에 임명된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70)가 "교황님 방북을 주선하는 역할이 맡겨진다면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유 대주교는 12일 세종시 반곡동에 있는 천주교 대전교구청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제적으로 고립되면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부닥친 북한이 교황님을 초청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며 "바티칸 현지에서도 저의 임명이 북한이나 중국 문제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다"고 전했다.

유 대주교는 "교황께서는 한국천주교에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 탄생 200주년 희년'을 맞아 자랑스러운 신앙 선조들 후예답게 주어진 소명을 잘 수행해 줄 것을 당부했다"고 말했다.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장관 제안을 받았을 당시 "망치로 머리를 강하게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자세였다"고 고백했다.

유 대주교는 천주교 대전교구 홈페이지에 올린 '대전교구 하느님 백성에게 전하는 서한'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소식을 들은) 당일 밤을 뜬눈으로 보냈다"고 말하면서 "기도하고 숙고하면서 성 베드로 광장을 걷고 또 걸으며 성령께, 성모님께, 우리의 장한 순교자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고 말했다.

유 대주교는 "다른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대화하며 받아들일 줄 알고, 필요하면 적극적으로 나설 줄도 알고, 민족·종교에 구분 없이 사람을 대하는 형제애를 가진 사제를 양성하는 데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유 대주교에게 축전을 보내 "한국 천주교회의 경사일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위상을 드높인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며 "한국인 최초 사제인 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이 되는 해여서 더욱 뜻 깊다. 국민과 함께 진심으로 축하드린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나는 세상의 빛이다(Lux Mundi)'라는 대주교님의 사목표어처럼 차별 없는 세상, 가난한 이들이 위로받는 세상을 위한 빛이 되어 주실 것을 믿는다"며 "한반도 평화를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오신 분이어서 더욱 기대가 크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을 직접 세종시에 내려보내 축전을 전달했다.

이탈리아 언론들은 일제히 유 대주교 임명 소식을 전하면서 교황청과 북한 관계의 진전을 기대했다.

일간 '라 레푸블리카'는 "유 대주교가 교황 방북의 가교 역할은 물론 교황청과 중국 간 관계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유 대주교가 2018년 당시, 시노드에 초청된 중국 주교 2명과 각별한 친분을 쌓았다"며 "앞으로 전 세계 사제와 부제를 관리하는 성직자성 장관으로서 교황청과 중국 관계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유 대주교가 가까운 시일 안에 추기경에 서임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덧붙였다. 교황청 행정기구인 9개 성 장관은 추기경 직책으로 현재 모든 장관이 추기경이다.

유 대주교는 오는 7월 말 교황청이 있는 이탈리아 로마로 출국해 8월 초부터 성직자성 장관직을 수행한다.

[허연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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