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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성전환 선수의 첫 올림픽 도전, 메달도 들어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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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나가는 첫 트랜스젠더

뉴질랜드 역도 선수 ‘로렐 허바드’

[경향신문]

경향신문

뉴질랜드 역도 선수 로렐 허바드가 2019년 9월 태국에서 열린 세계역도선수권대회에서 역기를 들어 올리고 있다. 그는 트랜스젠더 여성 최초로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유튜브 경기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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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선수로 은퇴 이후 복귀…세계 랭킹 7위로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
여전한 기량에 반발도 나오지만 “나는 나, 타인의 의견 바꿀 필요 없어”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을 전환한 선수가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트랜스젠더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사히신문은 뉴질랜드의 역도 선수 로렐 허바드(43)가 국제역도연맹이 정하는 세계 랭킹에서 여자 87㎏ 이상급 7위에 올라 도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고 12일 보도했다.

역도 종목의 경우 남녀 각 체급의 세계 랭킹 1~8위와 이들을 제외한 각 대륙의 1위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로렐 허바드의 경우 뉴질랜드 올림픽위원회의 확인 절차를 거치면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004년 5월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허용했다. 경쟁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타고난 생물학적 성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바꾼 성별을 법적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은 결과다. 2015년에는 ‘성전환 수술을 시행해야 한다’는 조건을 없애고 호르몬 수치를 새로운 조건으로 삽입했다.

2004년 이후 몇몇 트랜스젠더 선수들이 올림픽 출전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변화된 호르몬으로 인한 기량 저하 등이 영향을 미쳤다. 캐나다의 사이클 선수 크리스틴 윌리는 IOC로부터 여성 선수로 인정받고 올림픽 출전을 노렸지만 근육의 생성과 심폐 기능의 회복을 돕는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극히 부족해 경기력이 급격히 하락했고 결국 꿈을 이루지 못했다. 남성에서 여성으로의 전환이 반드시 스포츠 경기에서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하는 셈이다.

로렐 허바드는 달랐다. 그는 남자 역도 선수로 활동하다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으로 20대 때 선수 생활을 은퇴했다. 35세에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이후 여자 역도 선수로 복귀했다.

남자 선수로 총 중량 300㎏까지 들어올렸던 허바드는 여자 선수로 270~280㎏을 들어올리고 있다.

역도 국제대회에서 270~300㎏의 중량을 든다면 남성부에서는 하위권이 불가피하지만 여성부에서는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다. 2019년 태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는 285㎏을 들어올려 세계 6위를 차지했다.

경기력이 거의 그대로 유지되는 허바드에 대한 반발도 뜨겁다. 벨기에의 여자 역도 선수 안나 반 벨링헨은 앞서 “내가 말하려는 것이 이 선수의 정체성에 대한 거부감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면서도 “(남성의 2차 성징이 나타나는) 사춘기부터 35세까지 20년 넘게 남성의 호르몬 체계를 가졌던 사람이 여성들과 경쟁하면 당연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반면 허바드와 뉴질랜드 코치진은 경기력의 유지가 고된 훈련의 결과물이라고 강조한다. 허바드는 최근 계속되는 자신에 대한 비판에 대해 “나는 나다. 다른 사람의 의견을 바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역도 대표팀의 코치는 “남자가 여자가 되면 이길 수 있다고 하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니다. 허바드는 모든 것을 걸고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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