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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사설] ‘30대 이준석 대표’ 등 野에 청년 혁명, 낡은 정치 확 바꾸란 국민 명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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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새로 선출된 이준석 대표가 당기를 흔들고 있다. 2021.06.11 이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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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서 36세 청년 이준석이 당대표로 선출됐다. 원내 교섭단체급 주요 정당에서 30대 당수가 나온 것은 헌정 사상 처음이다. 얼마 전까지 상상하기도 어려웠던 일이다. 그는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선 다른 후보들이 얻은 것을 다 합친 것보다 많은 58%를 득표했다. 야당의 변화를 바라는 민심이 그만큼 크고 간절했다는 뜻이다.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30·40대인 조수진(49)·배현진(38) 의원이 선출됐다. 청년 최고위원에는 31세인 김용태 광명을 당협위원장이 현역 의원을 꺾고 당선됐다. ‘올드보이·꼰대·영남 정당’이라 불렸던 국민의힘이 3040 중심의 젊은 정당으로 변신했다.

이 대표의 당선은 고여서 썩은 듯했던 한국 정치가 그 내부에 역동성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1970년대 초 돌풍을 일으켰던 ’40대 기수론'과 비교되기도 한다. 당시 신민당 대선 경선에 나섰던 김영삼·김대중·이철승 의원은 40대 초·중반이었다. 하지만 당시 40대는 지금의 50대라고 봐야 한다. 이준석 대표는 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적이 없는 ‘0선’의 원외다. 다른 후보들과 달리 참모도 조직도 사무실도 없이 이번 선거를 치렀다. 대중교통을 타고 움직였고 소셜미디어(SNS)와 유튜브 등 디지털로 선거운동을 했다. 그런 청년 정치인을 국민이 보수정당 쇄신과 내년 대선을 책임질 대표로 올린 것이다. 놀라운 일이다.

우리나라 보수 정당과 그 지지층은 변화에 둔감하고 새로운 선택을 두려워한다는 평가를 받아 왔다. 그런 보수 정당이 30대 청년을 당대표로 선택한 것은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이 그만큼 컸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한 충격이 컸고 작년 총선에서 무소불위의 의석을 챙긴 집권당의 무도한 정치 행태에 대한 분노도 각성을 불러왔을 것이다. 이준석 바람은 결국 문재인 정권이 불러냈다고 봐야 한다.

이준석 현상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보수·진보 대립 구도와 586 정치를 깨는 신호탄이 될 수도 있다. 문재인 정권은 위선과 오만, 무능을 드러냈는데 견제해야 할 국민의힘은 낡은 기득권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무기력한 모습만 보였다. AI와 빅데이터, 5G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세상은 빛의 속도로 변하는데 정치권은 과거의 틀에 매여 싸우고, 국민의힘은 그런 구태의 표본처럼 돼 있었다. 국민들, 특히 젊은 세대는 이 낡은 정치에 신물이 났다. 이런 상황에서 이 대표가 하나의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이 대표의 과제는 국민에게 약속한 쇄신과 개혁을 제대로 이뤄내는 것이다. 이날 이 대표는 “다양한 대선 주자와 지지자들이 공존할 수 있는 용광로 정당, 각각의 고명이 살아있는 비빔밥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젊은 세대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대표는 국민 여론에선 압도적 지지를 받았지만 당원 투표에선 뒤졌다. 이것이 국민의힘 실상이다. 당내에서 이 대표의 쇄신을 언제든 가로막을 수 있다. 이 대표가 이 저항을 넘어서 쇄신에 성공한다면 한국 보수 정치, 나아가 정치 전체가 크게 바뀔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영국의 캐머런 총리와 캐나다의 트뤼도 총리 같은 인물이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하지만 이 대표가 좌초하거나 구습과 타협하면 지금의 기대와 희망은 빠른 시간 내에 사라질 것이다.

민주당도 변화의 바람을 제대로 읽어야 한다. 운동권 586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할 만큼 했고, 혜택받을 만큼 받았다. 4년여간 독주, 폭주하면서 온갖 위선과 불공정, 반칙을 저지르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았다. 이제는 이념과 특권 의식, 나만 옳다는 독선과 편가르기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내년 대선에서 다시 민심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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