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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주요 20개 언어 중 가장 괴짜 같은 말은 독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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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언어학자가 쓴 신간 '바벨'

연합뉴스

독일어로 작성된 일본군 위안부 희생자 추모 문구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언어학적으로 한국어는 흔히 '고립어'라고 한다. 언어 계통도를 그리면 친밀한 관계에 있는 친족 언어가 없는 외로운 언어라는 뜻이다.

그래서 한국인은 외국어를 배울 때마다 낯선 요소를 자주 접한다. 음의 높낮이인 성조, 명사에 붙는 성(性), 목적어가 서술어 뒤에 오는 어순 등 언어별로 외워야 할 것들이 매우 많다. 하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외국인에게도 한국어가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실제로 한국어는 독특한 언어일까. 세계 언어 중에서 가장 이상한 말은 무엇일까.

네덜란드 출신 언어학자 가스통 도렌은 세계 주요 20개 언어의 특징을 정리한 책 '바벨'(미래의창 펴냄)에서 가장 '괴짜' 같은 언어는 독일어라고 주장한다.

그는 미국 언어학자 타일러 스노블렌이 만든 '언어구조세계지도'라는 데이터를 활용해 언어의 괴짜 지수를 도출했다. 그 결과 독일어, 스페인어, 영어, 프랑스어, 아랍어가 1∼5위에 포진했다. 한국어는 11위였다.

저자는 독일어가 지닌 예외적 특징으로 주어로 명사나 대명사를 의무적으로 쓰는 점, 'ㅇ'(ng)로 시작하는 단어가 없는 점, 복잡한 어순, 희귀한 자음, 세 개로 나뉘는 대명사의 성 등을 꼽는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독일어에 대한 변론도 늘어놓는다. 그는 "독일어가 이상한 것은 맞지만, 영어와 비교해서 훨씬 더 많이 이상하지는 않다"며 "독일어가 사람들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어렵지는 않다고 말하고 싶다"고 강조한다.

책이 소개한 20개 언어 중에는 한국어도 있다. 한국어에 관한 부분의 제목은 '소리와 감성'. 저자는 한국어 단어 중에서 '감감', '깜깜', '캄캄'을 비교하거나 '빙빙', '삥삥', '핑핑'의 차이를 논한다.

그는 "한국어는 동아시아 언어로는 흔치 않게 성조 언어가 아니며, 역사적으로는 중국에서 엄청난 양의 단어를 들여왔다"며 "20세기 이후로는 북한은 러시아어에서, 남한은 영어에서 단어를 수용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일본어를 이야기하면서 여성과 남성이 쓰는 말이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베트남어에 대해서는 인칭대명사가 매우 많은 데다 적지 않은 단어가 다양한 품사로 사용돼 이해하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많은 영어 사용자가 배우기 어려워하는 언어로 꼽는 중국어는 언어에 얽힌 오해와 그에 대한 답변을 달았다.

저자는 '약 5만 개의 한자가 존재한다'는 견해에 대해 "2004년 대만에서 발간된 이체자 사전에는 10만6천320개의 글자가 실렸다"면서도 "실제로는 한자 4천∼5천 개만 알아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한다.

이어 사실상 세계 공용어가 된 영어와 관련해서는 "특이하게도 스페인어와 포르투갈어 관계처럼 영어 사용자가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가 없다"며 "다재다능하면서도 적응력이 뛰어난 언어"라고 평가한다.

김승경 옮김. 456쪽. 2만3천 원.

연합뉴스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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