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과 돌·취추바이 선집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경험한 일본 학자들이 원자력발전과 핵에너지, 탈피폭을 철학적 관점에서 논의했다.
저자들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이 보인 행보에 대해 벤야민 사상을 차용해 '예외상태의 정상상태화'로 설명한다.
이어 일본 정부가 일부 지역 사람들이 이전에 생각하지 못한 피폭량을 경험하면서도 일상을 영위하는 '예외상태'를 해결하기보다는 민족주의 강화, 외부 세력과 대립을 통해 시선을 다른 쪽으로 돌렸다고 비판한다.
저자들은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의 안전성 근거로 제시하는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 방호 원칙이 과학적 근거 없이 비용·편익 분석에 기반했다고 주장하고, 원전 사고가 자연재해에 따른 '상정 범위 밖'의 일이었다는 견해에 관해서는 수십 년 전부터 사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고 반박한다.
아울러 원자력발전은 국가와 자본의 논리에 따라 방대한 에너지를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중앙집권적, 관료주의적, 비밀주의적 체계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결국 탈원전과 핵 폐기를 시도해야 한다고 결론짓는다.
그러면서 "탈원전은 '관리된 민주주의'를 '근원적 민주주의'로 변혁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한다.
도서출판b. 319쪽. 2만2천원.
▲ 살과 돌 = 리처드 세넷 지음. 임동근 옮김.
평생 도시와 역사를 연구한 도시학자가 1994년 발표한 저작. 1999년 국내 번역본이 나왔으나 지금은 절판됐고, 당시 역자 중 한 명이 다시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 아테네부터 현재 미국 뉴욕까지 서양 도시 역사를 '육체의 경험'이라는 관점으로 재조명한다.
예컨대 그리스 파르테논 신전의 일부인 이른바 '엘긴 마블스'에는 도시의 신들을 기념하는 행사 등이 묘사됐다. 그런데 조각상 인물은 모두 몸이 젊고 완벽하며, 표정이 평온하다. 이에 대해 저자는 "아테네 민주주의에서는 자기 몸을 드러내는 것과 자기 생각을 드러내는 것이 똑같이 중요했다"고 이야기한다.
이어 중세에 이르면 개인 자유와 공동체 유대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온 공간이 '게토'라고 설명한다. 또 현대 도시에서 인간은 수동적이고 활기를 잃은 존재가 되어 서로 접촉을 피하고 '공동 운명'을 거부한다고 진단한다.
그는 "서양 역사에서 육체의 지배적 이미지는 도시에 각인되는 과정에서 갈기갈기 찢겼다"며 "도시는 권력의 장소로 기능했고, 이곳의 공간들은 인간 자신의 이미지 속에서 일관성을 얻고 온전해졌다"고 주장한다.
문학동네. 492쪽. 2만4천 원.
▲ 취추바이 선집 = 취추바이 지음. 이현복 옮김.
중국 공산당 초기 지도자이자 러시아어 번역가였던 취추바이(瞿秋白, 1899∼1935)가 쓴 '신아국유기'(新俄國遊記)와 '적도심사'(赤都心史)를 번역했다.
신아국유기는 취추바이가 1920년 가을 중국 베이징을 떠나 이듬해 1월 모스크바에 닿기까지 여정을 다뤘고, 적도심사는 이후 모스크바에서 1년 동안 머물며 남긴 기록이다.
레닌·트로츠키와 만남, 러시아 사회주의와 종교, '노동자'에 대한 생각, 톨스토이 생가 방문, 러시아 사람들의 심리 등 다양한 주제의 글을 담았다.
산지니. 336쪽. 2만8천 원.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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