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 삼종기도 후 언급…사과 표명은 안해
6일(현지시간) 주일 삼종기도 중 바티칸 성베르도 광장에 운집한 신자들에게 인사하는 프란치스코 교황. [AP=연합뉴스] |
(로마=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 캐나다 가톨릭교회가 운영한 원주민 기숙학교 부지에서 200여 구가 넘는 어린이 유해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을 나타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6일(현지시간) 주일 삼종기도를 마친 뒤 "캐나다에서 전해진 소식을 접하고 경악했다"며 "이는 우리 모두 과거의 식민지 개척 모델과 거리를 두어야 함을 상기시키는 강력한 신호"라고 말했다.
이어 "희생된 모든 아이의 영혼을 주님께 바치고 유가족과 고통으로 점철된 캐나다 원주민사회를 위해 기도하자"고 청했다.
교황은 그러면서 캐나다 정치 지도자 및 가톨릭교회가 결연한 의지를 갖고 진상 규명에 협조하는 한편 화해와 치유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와 더불어 원주민의 인권과 그들의 고유한 문화적 가치를 존중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다만, 이 사건과 관련해 사과하거나 유감을 표명하지는 않았다.
이는 캐나다 어린이 집단 유해 발견 뉴스가 전해진 이래 일주일 만에 나온 교황의 첫 공식 반응이다.
앞서 지난달 말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의 캠루프스 인디언 기숙학교 부지에서 지표 투과 레이더를 통해 어린이 유해 215구의 존재가 확인됐다.
이 학교는 1890년부터 1969년까지 현지 정부를 대신해 가톨릭교회가 운영했으며, 1978년 영구 폐쇄됐다.
과거 캐나다에서는 인디언과 이뉴이트족, 유럽인과 캐나다 원주민 혼혈인 메티스 등을 격리해 기숙학교에 집단 수용하고서 백인 사회에 동화시키기 위한 언어 및 문화 교육을 했다.
백인들은 원주민 언어 사용을 강제로 금지하는 등 문화 말살 정책을 폈으며 열악하고 엄격한 훈육 아래 육체적·정신적 학대와 성폭력 등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자행했다.
당시 15만 명의 원주민 아동이 139개 원주민 기숙학교에 강제로 보내졌는데, 캠루프스 인디언 기숙학교는 이중 가장 큰 곳으로 약 500명의 학생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lu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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