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통화긴축의 서막일까.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인사들이 최근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우려가 커지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한은이 금리인상 등 통화긴축 기조로 돌아설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4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준은 보유 중인 회사채와 상장지수펀드(ETF) 등을 매각하기 시작할 계획이다. 연준은 지난해 코로나19(COVID-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2차시장(세컨더리 마켓) 기업신용펀드(SMCCF)'를 통해 회사채를 사들였다. WSJ에 따르면 연준의 회사채와 ETF 보유액은 137억7000만달러(15조 3700억원) 수준이다.
인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대응이다. 연준은 지난 2일(현지시간) 공개한 경기동향 보고서 '베이지북'에서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빨라지고 있고, 기업들의 구인난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분석했다. 베이지북은 12개 연준 관할지역의 경기동향을 평가한 것으로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의 기초자료로 쓰인다. 실제로 지난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4.2% 상승하며 약 13년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연준 내에서 '매파'적 발언도 나오기 시작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여전히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달 27일 부동산 시장 과열 등을 이유로 조기 테이퍼링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지난 2일 "경제 상승세에서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대대적 부양기조라 인플레이션을 끌어올릴 위험성이 높다"며 테이퍼링을 검토할 시기라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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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라지는 미국의 긴축 시계에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변화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지난 3일 경제성장률과 소비자물가를 언급하며 "한은은 내년 1월 정책금리 정상화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에 앞서 '한국판 테이퍼링'도 고려하고 있다. 적격담보증권 확대·금융안정 특별대출제도 신설 등 기존 조치들도 순차적으로 종료돼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7일 "여전히 남아있는 게 회사채·CP(기업어음) 매입기구 운영"이라며 "코로나 상황에 대응해 설치하고 지원해왔는데 추가 연장 여부를 곧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미국의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한 지출이나 주거비의 상승 압력 등을 감안하면 서비스 물가의 수준은 예상보다 높게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물가 흐름이 일시적이라고 평가하더라도 예상보다 근원 물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진다면 연준 입장에서는 통화정책을 부분적으로 정상화할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한은의 금리인상 시점을 내년 중반 이후로 예상했다. 그는 "정치 일정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한은이 내대선과 총재 임기 종료 등 '빅 이벤트'를 앞두고 중요한 통화 정책을 변경시킨 적은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없었다"면서 "경제성장률 상승 추세와 투자 과열 등을 고려했을 때 연내 금리인상 시그널을 아예 열어놓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상황이라 매파적 발언 등이 나오는 것일뿐 실제 움직임은 내년 중후반은 돼야 나올 것"이라고 했다.
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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