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6·11전당대회에 출마한 당권주자들이 3일 최대 격전지인 대구·경북(TK)에서 민감한 현안인 전직 대통령 문제를 두고 정면 대결을 펼쳤다. 돌풍의 주역인 이준석 후보는 전직 대통령에 대한 ‘동정론’이 우세한 TK에서 “탄핵도 인정해야 한다”는 파격적 주장을 내놨다. 반면 주호영·나경원 후보는 ‘TK 소외론’과 ‘박정희 마케팅’을 집중하며 지역 민심을 자극했다. TK는 국민의힘 책임당원이 가장 많다.
이준석 후보는 이날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합동연설회에서 탄핵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나를 영입하지 않았다면 이 자리에 서 있지 못했을 것”이라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 호가호위하는 사람들을 배척하지 못해 국정농단에 이르는 사태가 발생했고, (국가가) 통치불능의 사태에 빠졌기에 탄핵은 정당했다”고 밝혔다. 이 후보는 이어 “당대표로 수행하는 동안 사면론을 꺼낼 생각이 없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은 다른 방식으로 갚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그러면서 ‘탄핵 인정론’도 받아들이는 것이 통합의 전제조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통합을 위해서는 ‘다른 생각과 공존할 자신감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준석의 이런 생각을 대구·경북이 품어줄 수 있다면 다시는 ‘배신’과 ‘복수’라는 무서운 단어가 통용되지 않을 것이며,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지휘했으나 문재인 정부의 부패와 당당히 맞섰던 검사는 위축되지 않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탄핵 인정이 윤 전 총장의 영입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들어 TK 당심을 파고든 것으로 해석된다.
주호영 후보는 전직 대통령 수감 문제와 함께 ‘TK 소외론’을 강조하며 지역 당심을 자극했다. 주 후보는 “TK는 나라의 중심을 잡고 우리 당을 열렬히 지지해 온 보수의 본산”이라며 “하지만 이곳 출신 대통령 두 분이 기약없이 감옥에 있고, GRDP(지역내총생산)는 30년째 꼴찌이며, ‘영남배제론’이 나와 15년째 당대표를 못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대선에서 대구표를 김부겸 국무총리가 빼갈 것이고, 경북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빼갈 것”이라며 “우리당의 TK표는 누가 앞장서서 지켜내야 하는가”라고 호소했다.
상대 후보를 향한 공세도 계속했다. 주 후보는 이 후보를 향해 “우리당에 불러온 활기와 전당대회 흥행은 참 고마운 일이지만 딱 거기까지”라며 “그 바람이 간판을 떨어뜨리고 유리창을 떨어뜨리는 바람이 되면 대선이라는 큰 선거 앞두고 우리가 어떻게 헤쳐나가는가”라고 반문했다. 나 후보를 향해서는 “우선 (패스트트랙 충돌 사건에 대한) 본인 재판부터 해결하는 게 우선”이라며 “법정에 매번 나가면서 어떻게 전당대회를 관리하나”라고 공격했다.
나경원 후보는 이날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에 헌화한 이야기를 시작으로 ‘박정희 마케팅’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이) 고령인데 장기간 구금돼 있다”라며 “사면을 애걸하지 않겠지만, 반드시 석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TK 신공항을 ‘박정희 공항’으로 이름 붙여 신속히 추진하고, TK에 ‘이건희 미술관’을 유치하겠다는 공약을 내놓기도 했다.
나 후보는 이 후보의 돌풍을 두고는 “분칠만 하는 변화여선 안된다”며 “이제 설익은 밥솥 뚜겅을 여는 리더십은 안된다. 밖에서는 ‘놀이’로 볼 수 있는 이 거센 바람을 이겨내야 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또 “이제는 이길 수 있는 후보에게 전략적 투표를 해달라. 정권교체로 반드시 돌려드리겠다”고도 강조했다.
3일 오후 대구 북구 엑스코에서 열린 ‘2021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 대구·경북 합동연설회’에서 당 대표 후보들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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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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