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에서 지난 1일 전국 공립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학생의 90%가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군인들의 호위를 받아 등교하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사진=이라와디 캡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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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투데이 정리나 하노이 특파원 = 미얀마에서 학교가 다시 문을 열었지만 학생들의 10%도 등교하지 않았다. 교사와 학생들은 “쿠데타 군부 밑에선 가르칠 수도 배울 수도 없다”며 등교를 거부하고 있다. 학교에는 학생 없이 군인과 경찰들만 있는 모습도 속속 포착됐다.
3일 미얀마나우·이라와디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군부는 이달 1일부터 전국 공립학교의 개학을 지시했다. 하지만 학생들은 90% 넘게 등교하지 않고 있다.
군부 입장에서 공립학교 개학은 상징적인 의미를 지닌다.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반(反)군부 시위 △정부군과 소수민족 무장단체·시민군과의 교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뒤숭숭한 정국에도 미얀마 국가 행정이 군부 통치 하에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걸 증명하기 때문이다. 군부 쿠데타를 규탄하며 교사 절반이 시민불복종운동(CDM)에 참여해 파업을 이어가고 있는 데도 개학을 강행한 배경이다.
억지로 개학을 밀어붙였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개학을 앞둔 지난달 31일 밤에는 사가잉주(州)의 9개 마을 학교들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폭발이 일어났다. 미얀마 전역에서는 시민들이 학교에 사제폭탄을 설치하거나 불을 질러 개학을 저지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등교하는 교사나 학생들에 대한 거센 비판이 쏟아져 군부는 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학교 인근 및 통학버스에 군경을 배치했다. 학교에 등록은 했지만 치안이 불안정해져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학부모들도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들 가족이 대거 거주하는 한 마을에서는 등교하는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 무장한 군경까지 등장했다. 마을 주민은 현지매체를 통해 “학생 300명이 있는 이 마을 고등학교는 절반 이상이 군인과 군무원들의 자녀다. 학교가 문을 열긴 했지만 교사와 학생들이 뒷문을 이용하고 군경은 이들을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미얀마 교원연맹(MTF)은 “미얀마 전체 900만명 학생 중에 불과 10%인 100만명 미만이 등록했고 이들 중에서도 등교하지 않은 학생들이 있다”며 “올해 학교에 등록한 10%의 학생들 중 다수는 미얀마 군대가 지배하는 마을의 학생들”이라고 설명했다.
최대도시 양곤과 제2도시 만달레이에서는 반군부 시위가 격렬하게 벌어지고 있는 만큼 등교 거부 운동도 크게 일고 있다. 사가잉·카야·친주(州) 등 시민방위군이 결성돼 군부와 충돌하고 있는 지역의 등교율 역시 저조했다. MTF 관계자는 “이들 지역 학교에는 학생들이 없다”며 “특히 사가잉주에는 학교에 등록하거나 등교하는 학생이 한 명도 없는 학교조차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미얀마에서 등교거부 운동이 반(反)군부 운동의 주요 양상으로 떠올랐다.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학부모·학생과 일반 시민들이 학교 교문에 빨간 페인트나 벽보로 “등교 거부”, “노예를 만드는 군은 물러나라” 같은 항의 문구를 적으며 동참하고 있다.
미얀마 양곤대학생 A씨는 아시아투데이에 “군부 쿠데타가 벌어지자 대학생들이 학교 수업을 거부하고 시위하기 위해 거리로 나왔다. 이제는 더 어린 학생들이 나오고 있다”며 “고등학생인 동생은 이번 학기 등교를 거부하기로 했다. 이제는 온 가족이 시민불복종운동에 참여하며 군부와 맞서고 있다”고 했다. 이어 A씨는 “가족과 동생 모두 군부의 노예교육을 받을 바엔 군부가 물러난 후 교육다운 교육을 받는 것이 낫다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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