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결국 배럴당 70달러를 돌파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고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는 국제 곡물가격은 12개월 연속 상승을 눈앞에 두고 있고, 올들어 급등한 철광석 가격은 자동차 강판 가격까지 밀어올렸다. ‘원자재 수퍼사이클(장기 상승세)’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고 있지만, 자고나면 치솟는 오르는 원자재 가격이 물가는 물론 한국경제 회복에 적지 않은 변수가 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지난 1일(현지시간) 북해산 브렌트유는 1.3% 오른 배럴당 70.25달러(약 7만8000원)를 기록했다. 2019년 5월 이후 최고가다.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가격도 2.1% 올라 배럴당 67.72달러(약 7만5000원)를 기록하면서 2018년 6월 이후 최고수준에 도달했다.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원유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감산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침을 유지하기로 결정하면서 가격을 끌어올렸다. 이란 핵협상과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변수가 남아있지만, 하반기에도 경기회복세가 쉽게 꺽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시장을 자극한 것이다.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연상시키는 품목은 원유만이 아니다. 곡물을 비롯해 철, 비철금속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1년 새 70% 이상 급등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자료를 보면 CRB 원자재 지수는 2일 221.52를 기록했다. CRB 지수는 곡물, 원유(WTI), 천연가스 등 19개 주요 산업용 원재료 선물 가격을 평균 낸 지수다. 1년 전 117.82와 비교하면 88% 상승한 수치인데, CRB 지수가 221을 넘은 것은 2015년 5월 이후 6년여 만이다.
원자재 가격 급등은 당장 장바구니 물가부터 생산현장까지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 4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세계식량가격지수는 한달 전보다 1.7% 오른 120.9포인트를 기록하며 11개월 연속 상승했다. 1년째 고공비행하고 있는 국제곡물가격이 주요인으로 지난달 국제곡물 선물가격지수는 미국과 브라질 등 곡물 주산지의 가뭄 여파로 한달 전보다 8.9% 더 상승했다. 이때문에 2분기 식용 수입단가지수와 사료용 수입단가지수는 전분기 대비 각각 9.4%, 10.8%씩 상승했다. 정부는 국제곡물가격이 밥상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이 더 커짐에 따라 식품 제조·외식 업체 및 사료업체 및 식품 제조·외식 업체 원료구매자금 금리를 인하하는 한편, 긴급통관지원팀을 통해 수입산 곡물 통관을 최우선적으로 처리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생산 현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현대자동차·기아, 포스코, 현대제철 등 국내 완성차 업체와 철강 관련 업체들은 최근 자동차 강판 공급 가격을 t당 5만원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지난해 5월 t당 100달러 수준이던 철광석 가격이 올해 200달러를 넘나들면서 원가 인상 압박을 피해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지난달 역대 최고가를 기록했던 철광석 가격은 이날 208.67달러로 200달러대로 다시 뛰어올랐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소재인 전기동의 t당 가격은 이날 현재 전날보다 53달러 오른 1만212.5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에는 5376.5달러로 약 2배 뛰었다.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 저장장치(ESS) 등에 쓰이는 니켈도 전날보다 336달러 오른 1만8147달러를 기록했다. 1년 전 가격(1만2418달러)에 비하면 약 50% 올랐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전날 거시경제 금융회의에서 “국제 원자재 가격이 슈퍼 사이클에 진입했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으나 경기회복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단순한 상승세로 봐야 한다는 평가도 많다”면서 “다만 변동성이 지나치게 확대될 경우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관련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강구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호준·장은교·박효재 기자 hj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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