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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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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는 곡마다 빌보드 1위… '버터'로 완성한 '슈퍼스타' 방탄소년단의 세계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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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경향신문

방탄소년단. 빅히트 뮤직


방탄소년단(BTS)이 통산 4번째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1위에 올랐다.

빌보드는 지난 1일(현지시간) 방탄소년단의 신곡 ‘버터’가 이번주(6월5일자) 메인 싱글 차트 ‘핫 100’에 1위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다이너마이트’ ‘새비지 러브’ ‘라이프 고스 온’에 이어 10개월 만에 벌써 네 번째 1위다.

내는 곡마다 핫100 차트 정상으로 직행하고 있는 방탄소년단이지만, 이번 1위 다툼은 그 어느때보다 치열했다. 미국 Z세대들 사이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괴물 신예’ 올리비아 로드리고(18)때문이다.

로드리고는 지난 1월 데뷔곡 ‘드라이버스 라이선스(drivers license)’로 미국, 영국 등 전세계 음악시장을 석권했던 신인이다. 그는 지난 21일 발매한 첫 정규앨범 <사워(SOUR)>로 빌보드 앨범차트(‘빌보드200’) 정상에 오르는 등 대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선공개 타이틀곡 ‘굿포유(Good 4 U)’는 지난주 핫100 1위를 차지했으나, 이번주엔 ‘버터’에 이어 2위로 밀려났다.

방탄소년단은 스트리밍에서는 로드리고에 뒤졌다. 빌보드가 인용한 MRC데이터에 따르면 이번주 로드리고의 ‘굿 포 유’의 스트리밍 횟수는 지난주 4320만회에서 45% 오른 6270만회를 기록했다. 방탄소년단의 ‘버터’가 발매 첫 주 3220만회 스트리밍된 것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수치다.

하지만 음원 다운로드 성적은 방탄소년단이 압도했다. 버터의 다운로드 횟수는 24만2800건을 기록하며 ‘디지털 송 세일즈’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는 방탄소년단이 지난해 8월 ‘다이너마이트’로 세운 기록(30만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같은 기간 ‘굿 포 유’의 다운로드 수는 1만2000회에 불과했다.

라디오 방송 횟수(에어플레이)도 방탄소년단이 월등했다. ‘버터’는 발매 첫 주 ‘팝 에어플레이’ 차트에 26위로 진입했다. 대부분 신곡들이 40위권 언저리에서 진입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인 수치다. 늘 약점으로 꼽히던 에어플레이 성적을 만회하기 위해, 미국 레이블인 컬럼비아 레코즈가 일찌감치 라디오 DJ들에게 신곡을 들려주는 ‘버터 버스 투어’에 나선 결과다.

프리랜서 음악저널리스트 휴 매킨타이어는 포브스에 “26위 진입은 마룬5, 에드 시런, 아리아나 그란데처럼 이미 엄청난 성공을 거둔 스타들에게만 허락되는 성적”이라고 했다. 그는 “미국의 라디오 DJ들은 검증되지 않은 트랙에 대해 악명이 높을 정도로 까다롭다”며 “‘버터’가 수많은 라디오 방송국에서 이토록 즉각적이고 따뜻한 환영을 받았다는 건 방송 관계자들이 방탄소년단의 음악에 그만큼 열려있었다는 의미”라고 했다.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노래 순위를 보여주는 핫100 차트는 스트리밍 실적과 음원 판매량,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해 순위를 낸다.

‘버터’는 한국 대중음악 최초로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른 ‘다이너마이트’의 흥행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두 곡 모두 영어 가사인데다, 남녀노소 쉽게 들을 수 있는 팝댄스 장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방탄소년단은 ‘버터’에서 마이클 잭슨, 어셔, 퀸의 노래 가사를 오마주하며 미국 대중에게 친근한 느낌을 강화했다. 그러면서도 ‘다이너마이트’에 없는 랩파트를 추가하며 팀의 정체성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냈다.

전문가들은 ‘학교’ ‘화양연화’ ‘윙스’ 연작 등 주로 어둡고 철학적인 세계관을 쌓아온 방탄소년단에게 ‘밝고 경쾌한 슈퍼스타’라는 새로운 세계관이 추가됐다고 봤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심심하고 안전한 선택이라고 느낄 수도 있지만 방탄소년단이나 소속사인 하이브 입장에선 ‘다이너마이트’로 발견한 성공 공식을 한번 더 사용해보고 싶은 욕심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음악시장의 빈틈을 전략적으로 공략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현재 미국 대중음악계 강자는 힙합·솔로가수다. 위켄드, 아리아나 그란데, 도자캣 등은 모두 욕설과 성적 은유가 많은 가사를 쓴다”며 “방탄소년단은 조나스 브라더스, 원디렉션 등 기존 보이밴드들이 수행했던 착하고 순수한 이미지를 계승하고 있다”고 했다.

방탄소년단은 미국 대중음악계의 상수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은 모양새다. 외신들이 방탄소년단을 지칭하는 수식어도 “K팝 센세이션”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보이밴드”(롤링스톤)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매킨타이어는 “불과 몇년만에 방탄소년단은 일시적 유행 또는 아웃사이더(외부인)에서 미국의 팝 라디오 시장에서 가장 사랑받는 인물로 바뀌었다”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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