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일 경기도 성남 국군의무사령부 장례식장 접견실에서 성폭력 피해를 입고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중사 유족과 면담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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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 내 성추행 피해 신고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공군 여성 부사관의 유족이 송영길 더불어 민주당 대표를 만나 고인이 성추행 피해 신고 접수 후 겪은 2차 가해 고충에 대해 털어놨다. 송 대표는 유가족을 위로하고 철저한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송 대표는 지난 1일 저녁 성남시 국군수도병원 장례식장에서 여군 부사관 A 중사의 부모와 변호인과 면담을 가졌다.
유가족은 빈소 마련도 미룬 채 군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
A 중사의 아버지는 "엄마와 아빠가 있는데 왜 얘가 이런 선택을 해야 했고, 그런 사진까지 찍어가면서 뭘 얘기하고 싶어서 그런 선택을 했느냐"고 말했다.
딸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생전 영상을 돌려본다는 어머니는 "엄마로서 그 아팠던 마음을 내가 3분의 1도, 아니 하나도 못 알아줬다는 것에 밤잠을 이룰 수 없다"고 토로했다.
성추행 피해 접수 후에도 고인이 힘든 시간을 겪었다는 게 유족들의 설명이다.
어머니는 "딸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싶다는 암시를 했다"며 "그러더니 그냥 있으면 안 될 거 같다면서 직접 자살방지센터에도 연락을 하고 상담관에게 장문의 메일을 써서 보내는 등 자기 나름대로 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아이였다"고 했다.
이어 "내게 '엄마, 만약 잘못되면 가해자, 나를 힘들게 만든 사람을 그냥 안 놔두겠다'고 한 뒤 나를 안심시키려고 자살은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그 말만 믿었다"며 "앞의 얘기를 더 깊게 헤아려줬어야 했는데 못했다"고 털어놨다.
고인은 어머니에게 상급자인 가해자와 관련한 고충 상담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어머니는 "가해자가 자기(A중사)가 지나가면 '꺼져'라고 하고 자기가 열심히 일을 하면 (성과물을) 빼앗아가서 자기가 한 듯이 상부에 보고했다고 말했다"며 "엄마인 저는 사회생활하니 그런 사람있더라, 견디자고만 말했는데 세상살이가, 사회생활이 그렇다고 말한 못난 엄마"라고 한탄했다.
유가족의 호소를 경청하던 송 대표는 "오기 전에 서욱 국방부 장관, 공군참모총장과 통화했는데 공군이 맡으면 절대 안 된다고 했다. 공군이 지휘감독상 책임이 있는데 어떻게 (수사를 맡느냐)"며 "국방부 장관도 처음에는 안이하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날 서 장관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오후 7시부로 해당 사건을 공군에서 국방부 검찰단으로 이관해 수사할 것을 지시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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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담을 마친 송 대표와 민주당 의원들은 유가족들과 함께 시신 안치실을 찾아 조문했다.
이후 송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아버지의 말씀을 들어보니 할아버지나 다 국가유공자 집안이었고 평소 군인이 된 걸 너무나 자랑스럽게 생각하던 우리 대한민국의 딸, 자랑스러운 공군 중사였다"며 "성추행 사건 이후 처리 과정이 어떻게 됐길래 3월2일에 발생한 사건으로 5월22일에 비극적 결말이 나게 됐는지 너무나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고인 소속의) 공군 20전투비행단은 여러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저희 당 국방위와·여성가족위원들이 여성 부사관 내무반 상황, 숙소 관리, 상황 처리 매뉴얼 등을 철저히 점검해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제도적 개선을 해나가겠다"고 약속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 이성용 공군참모총장 등 군 상층부까지도 책임을 물을 필요성이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선 "그것은 지금 논할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가해자와 회식 자리에 피해자를 부른 상사 등 실질적인 책임의 주체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이후 (책임) 문제를 판단할 일"이라며 "(사건이) 보고된 후 처리과정, 피해자 보호조치 등이 안돼 2차 가해가 발생하고 비극적 사태를 막지 못했는지, 이 시스템의 문제점을 정확히 밝힐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깝고 소중한 대한민국 공군 중사를 잃었다는 아픔이 크다"며 "같이 책임을 지고 이 억울함을 풀어주고 제2의 이런 사태가 나오지 않도록 전반적 상황 점검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공군 20전투비행단 소속 A중사는 지난 3월 회식에 참석했다가 숙소로 돌아오던 중 동료 B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 A중사는 이 같은 피해 사실을 상관에게 신고했으나 오히려 상관들은 "없던 일로 해주면 안 되겠느냐", "살면서 한번 겪을 수 있는 일"이라며 회유를 시도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불안장애와 불면증 등에 시달리던 A중사는 결국 전출을 요청해 다른 부대로 옮겼으나 부대를 옮긴지 나흘 만인 지난달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A중사는 남자친구와 혼인신고를 마친 당일 저녁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A중사 유족은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통해 '사랑하는 제 딸 공군중사의 억울한 죽음을 밝혀주세요'란 제목의 청원 글을 올렸고, 지난 1일 공개된 해당 청원은 2일 오전 27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어 청와대 답변 기준 요건을 넘어섰다.
김자아 기자 kimself@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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