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로펌에서 근무하던 대표 변호사로부터 성폭행을 당한 후배 변호사 A씨 측이 로펌 내 위계질서와 취업 부담감 때문에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가 더 있다고 밝혔다. 대한변협 측은 대책을 마련하고 재발 방지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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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임변호사 불만 제기 어려워…피해자 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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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이은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A씨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가 로펌 대표변호사의 초임변호사에 대한 성폭행 및 피의자 사망 관련 사건 발생 및 고소 등 경위 등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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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A씨의 법률대리인 이은의 변호사는 31일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A씨가 장기간 피해를 입고 변호사임에도 쉽게 고소에 나서지 못했던 이유는 법조계가 청년변호사들의 열악한 지위를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고용문제가 걸려 있는 상황에서 수습변호사가 자신의 피해를 말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20대 변호사 A씨는 5개월 차 초임변호사로 근무하던 도중 소속 로펌 대표 40대 변호사 B씨로부터 여러 차례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며 지난해 12월16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으로 고소했다. A씨 측에 따르면 A씨는 B씨로부터 지난해 3월31일부터 4월26일까지 2차례 강제추행, 4차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4차례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을 당했다.
A씨 측은 A씨 외에도 최소 5명의 피해자가 더 있다고 주장했다. 그 중 2명은 A씨와 같은 초임변호사 혹은 수습변호사인 것으로 전해진다. A씨 측은 해당 피해자들의 상황 역시 서울 서초경찰서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해당 로펌 내에서 이미 가해자가 저지른 성비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이 변호사는 "해당 로펌은 중소형 로펌이었고, 피해자가 실무수습을 하던 당시 피해자 외에도 3명의 수습변호사가 있었다"며 "모두가 채용될 수는 없었기 때문에 수습변호사로서 피해자가 가졌던 부담감은 당연했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초년병으로 이제 막 법조계에 발을 내딛은 새내기 변호사들의 입장은 채용이나 향후 이직을 위해 평판조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이 사건 피해자 역시 채용, 업무의 분배, 평가, 연봉 등에 대한 일체의 권한을 갖고 있는 대표변호사에 대해 느끼는 업무상위력이 상당했다"고 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6일 로펌에서 퇴사했다. 이 변호사는 "A씨가 선배 변호사에게도 피해 사실을 말한 적이 있으나, 선배 변호사도 고용된 입장이기 때문에 행동을 취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선배 변호사 역시 이 같은 사실을 듣고 퇴사를 고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변호사는 A씨가 언론 취재 등에 응한 이유가 단순히 성폭행 피해를 알리기 위해서가 아닌 수습변호사와 초임변호사 제도의 구조적인 문제를 알리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는 추가 피해자들의 존재를 알게 되며 더 이상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생겨선 안 된다는 생각으로 깊이 고민하고 고소에 나서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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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의자 사망했더라도 수사 판단 이뤄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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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경찰서 /사진=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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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A씨 측은 수사 관행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수사 받던 피의자가 사망할 경우 '공소권 없음'으로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게 되어 있다. 특히 검찰과 경찰 조사는 형사처벌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공소권이 없으면 조사하지 않는 게 보통의 관행이다.
지난달 23일 피의자 조사를 받은 B씨는 지난 26일 오전 4시쯤 자신의 서초동 사무실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타살 혐의점을 발견되지 않았다.
이 변호사는 "피의자 사망 등으로 기소나 처벌이 어렵더라도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한 수사와 판단은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피해자가 피의자가 선택한 사망으로 떠안을 2차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피의자의 극단적 선택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씨 역시 입장문을 통해 "(가해자는) 지금도 죽음으로 나에게 위력을 행사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자들이 목숨을 끊으며 죄를 숨기는 계기가 되지 않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대한변호사협회는 신임변호사들의 직장 내 성폭력 피해 방지를 위한 소통 창구를 마련하는 등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선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대한변협은 "신규 변호사들의 처우 개선에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실질적 대책 마련에 힘쓰겠다"며 "직장 내 괴롭힘과 성폭력 등 문제에 대해 신규 변호사들이 적극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점을 이해하고 직장 내 부당한 처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도록 변협 내 소통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지현 기자 flow@mt.co.kr, 정한결 기자 hanj@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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