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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불로 지지고 전기충격…인간이 만든 지옥, 미얀마 미친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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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미얀마 양곤의 인세인교도소 앞에서 가족들이 수감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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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가린 채 마구 때리거나, 목숨을 잃을 정도의 심한 고문을 한다. 며칠간 음식을 먹지 못한 적도 있다고 한다."

미얀마 쿠데타에 저항운동을 벌이는 시민들과 반군 인사들이 양곤의 인세인교도소에서 이런 고초를 당하고 있다. 미얀마 시위를 취재하다 체포돼 이 교도소에 약 한 달간 수감됐던 일본인 프리랜서 언론인 기타즈미 유키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범 수감자들의 실상을 이같이 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31일 전직 간수 및 재소자들에 대한 인터뷰를 통해 '미친 교도소'란 별칭을 가진 인세인교도소의 실태를 고발했다. 교도소 이름인 '인세인'(INSEIN)은 영어로 '미친'이라는 뜻의 인세인(insane)과 동음이다. 이 때문에 '미친 교도소'란 별명이 붙었다. 쿠데타 이후 수감자가 늘어 적정 수용 규모(5000명)의 두 배가 넘는 1만3000명이 수감돼있다고 현지 인권단체는 추정하고 있다. 미얀마 군정은 지난 4월 17일 새해 연휴를 맞아 수감자 2만3000여명을 석방하기도 했는데, 수용인원의 한계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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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미얀마 군정이 새해 연휴를 맞아 인세인교도소 수감자 2만3000여명을 석방하자, 시민들이 교도소를 나서는 버스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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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은 물론, 불로 지지고 전기충격도"



이 교도소는 영국 식민지 시절인 134년 전에 지어졌다. 그 뒤 1962년부터 2011년까지 반세기 넘는 군부 독재 시절엔 수천 명의 정치범을 이곳에 가뒀다.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도 2003년과 2009년 두 차례 인세인 교도소에 수감된 바 있다.

특히 열악한 환경과 고문으로 악명이 높은 곳이다. 하수시설 등 위생 인프라도 원시적이고, 딱딱한 땅바닥엔 얇은 담요가 전부다. 밥엔 모래와 작은 돌멩이가 섞여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수감자에 대한 폭행은 물론, 불로 지지거나 전기충격기를 들이대기도 했다. 일부 수감자는 개집에 갇힌 채 지냈다. 고문 후 생긴 상처에는 소금을 뿌리거나, 머리에 비닐봉지를 씌워 정신을 잃게 만든 일도 있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은 군부 정보국이 95년 교도소에서 수감자들을 밤낮없이 고문해왔다며 "족쇄가 채워진 채 두들겨 맞았는데, 가끔은 정신을 잃을 때까지 구타가 계속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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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세인 교도소 앞에 한 남성이 앉아있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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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조각 하나라도 발견되면 수감자 고문"



하지만 2015년 문민정부가 들어서며 인세인 교도소 상황은 조금씩 나아졌다. 재소자들에게 TV 시청이나 독서 등도 보장했다. 그런데 지난 2월 군부 쿠데타 이후 상황이 급격히 악화했다.

인권단체 정치범지원협회(AAPP)에 따르면 쿠데타 이후 현재까지 4300명 이상이 체포 및 구금됐는데, 대부분이 인세인교도소에 갇혀있다. 수감자들은 감방에서 나올 수 없고, TV는 군부가 지정한 채널만 시청이 허용된다. 교도소 내 군법 회의를 통해 재소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하고 있다. AAPP 공동 창립자 보 찌는 "수십 년 전보다 지금 더 정치범이 더 많이 수감돼 있다"고 밝혔다. 그도 1990년대 두 차례나 이 교도소에 수감됐다.

쿠데타 뒤 지난 4월 사면으로 석방된 풍자시인 파잉 예 뚜는 "교도소 환경이 하룻밤 사이에 악화했다"며 "충격을 받았다. 총상을 입은 그렇게 많은 사람이 체포돼 바로 교도소로 보내질 줄은 생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19년 군부 장성들을 조롱한 혐의로 수감됐었다.

인세인교도소 등에서 25년간 간수로 근무한 킨 마웅 민은 "미얀마에서 정치범들은 사소한 수칙 위반으로도 종종 고문을 당한다"며 "신문 조각이 하나라도 감방 안에서 발견되면 교도소 측은 그 수감자를 고문했고, 담당 직원은 해고했다"고 폭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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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미얀마 양곤 인세인교도소 인근에서 반군 시위대가 행진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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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 주입해 몸이 떨리는 증상 경험했다"



지난 2007년 민주화 운동인 '사프론 혁명'을 이끌었던 감비라는 인세인교도소에서 6년 넘게 지내며 친구와 형제들이 간수들에게 폭행당했다고 증언했다.

현재 호주에 거주 중인 그는 "간수들이 내 눈앞에서 그들을 치고 군홧발로 찼다"며 "내 동생은 앞니 두 개가 나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교도소 외에도 여러 교도소에서 인권 유린이 자행되고 있다며 "미얀마의 모든 교도소는 인간이 만든 지옥"이라고 비판했다. 간수들이 약물을 주입해 극심한 통증과 함께 몸이 극심하게 떨리는 증상을 경험했고 결국 해독제를 맞고서야 진정됐다고 회상했다.

이런 가운데 군사정부의 집권이 장기화하며 횡포는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지난 24일엔 독립 언론 '프런티어 미얀마'의 대니 펜스터 편집주간이 출국 직전 공항에서 체포돼 이 교도소에 끌려갔다. 팬스터는 미국인이지만 외국인에 대해서도 칼날이 드리워지고 있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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