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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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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색깔 분명한 이준석, 3년 전 미풍 넘어 고지에 이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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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최고위원에게 정치권에서 농담처럼 붙인 수식어가 ‘0선 중진’이다. 국회의원 당선 이력은 없는데 웬만한 중진 의원보다 널리 알려져 있고, 이슈 파이팅도 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경험이 없다”고 일축하기엔 거쳐온 모든 당에서 지도부 경험이 있고, ‘청년 정치인’으로 뭉뚱그리기엔 존재감이 독특한 지점이 있다.

중앙일보

현장풀) 25일 서울 마포구 누리꿈스퀘에서 국민의힘 1차 전당대회가 열렸다. 당 대표로 출마한 이준석 후보가 비전발표를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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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과 출신의 프로그래머라는 정체성을 가진 이 전 최고위원의 존재감을 키운 건 정치인의 무기인 말하기와 글쓰기다. 그는 하루에도 십수 건씩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해 정치권 안팎의 이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선명하게 펼친다. 아예 카카오톡 상태 메시지가 ‘인스타그램 팔로우 좀 해주세요. 굽신굽신’이다. 또 라디오는 물론 예능을 포함한 TV 프로그램에도 자주 출연해 인지도가 높은데, 사석에서 2030 남성들이 다가와 사인이나 사진촬영을 요청하는 일이 적지 않다.

높은 인지도에서 한 발 더 나가 2030 표심 결집 능력을 인정받은 건 지난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다. 당시 오세훈 후보 캠프의 뉴미디어본부장을 맡아 '2030 시민 유세단'을 꾸렸는데, 이들의 활동이 오 후보에 대한 청년층의 호감도를 키우는 데 역할 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이 집중적으로 공략했던 20대 남성의 경우 출구 조사에서 70%가 넘는 비율로 오 후보를 지지했다고 답했다.

그렇다고 마냥 운이 좋았다고 하기엔 공력도 만만찮다. 이 전 최고위원은 주요 당직을 두루 맡는 등 정치적 자산을 꾸준히 다져왔다. 2011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에선 비상대책위원을, 새누리당을 탈당해 합류한 바른정당→바른미래당(국민의당과 합당)에선 최고위원을 맡았다. 정치 입문 당시 '하버드 출신 박근혜 키즈' 이미지에 갇혀있던 그는 탄핵 때 새누리당을 탈당하며 박 전 대통령과 결별 수순을 밟는다. 당시 유승민 전 의원 등이 창당한 바른정당에 합류해 2020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과 통합할 때까지 바른정당→바른미래당→새로운보수당을 지켰다. 2018년 바른미래당 당 대표 선거에 출마했지만 '경험과 경륜'을 내세운 손학규 후보에 막혀 3위로 최고위원이 된 경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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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이준석 최고위원(왼쪽)이 손학규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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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둘러싼 논란도 있다. 특히, 최근 이른바 '반페미니즘 노선'을 강하게 내세우며 여성계와 대척점에 선 걸 두고선 “질 나쁜 포퓰리즘”(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이란 비판에 직면했다. 28일에도 2030 여성중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이준석이 되면 국민의힘은 철저히 2030 남자들만 대변하는 정당이 될 것’이라는 비판이 다수 제기됐다. 발언 횟수가 많고 입장이 선명한 만큼 논란이 되는 경우도 적잖다. 바른미래당 시절 사석에서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욕설이 담긴 비난을 한 녹취 파일이 공개돼 윤리위원회에 회부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이 전 최고위원의 선전을 놓고 당에선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야당의 한 전직 중진 의원은 “당원들이 변화를 기대하는 건 맞다”면서도 “이렇게 가도 되나 싶다”고 토로했다. 당선될 경우 지도부 구성에 난항을 겪을 거란 우려도 있다. 원내 경험이 없는 만큼 당 사무총장 등 주요 당직에는 중량감 있는 인사로 구성해야 한다는 의견에 한 국민의힘 의원은 “당장 주요 당직에 과연 원내 인사가 나서려고 할지 걱정”이라고 전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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