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카드사의 해외 매출이 전달보다 많게는 12배 이상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 거래되는 가상화폐 가격이 외국보다 높은 '김치 프리미엄'(가상화폐 국내외 가격 차이)을 노리고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결제하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카드사는 '사후약방문'식으로 해외 거래소 결제를 틀어막고 있지만 모든 거래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가상화폐 카드 결제가 자금세탁과 불법 '카드깡'에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7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전업 카드사와 은행계 카드사의 해외 매출액(결제액)은 1조78억원으로 전달(6787억원)보다 48% 증가했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영향으로 40% 가까이 급감했던 해외 매출이 지난달 증가 추세로 돌아선 것이다.
특히 일부 카드사의 해외 매출이 급등하는 기현상도 벌어졌다. IBK기업은행 카드의 4월 해외 매출은 2189억원으로 전달인 3월에 비해 1105.6%나 폭증했다.
SC제일은행 카드의 해외 매출도 같은 기간 전달보다 151.7% 늘어난 117억원, NH농협카드의 해외 매출은 전달보다 145.8% 늘어난 1104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카드 역시 전달보다 69% 증가한 1158억원의 해외 매출을 보였다.
"해외서 사다팔면 400만원 이득"…코인카페엔 카드깡 정보글 봇물
카드사 해외매출 수상한 폭증
27일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한 가상화폐 거래소에 고객이 휴대폰을 보고 있다.2021.5.27. [한주형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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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카드사 해외 매출이 불과 한 달 만에 많게는 10배 이상 늘어난 이유에 대해 카드업계는 "가상화폐 열풍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초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카드사 해외 매출이 40% 가까이 급감했는데, 지난달 특별한 이유 없이 급격하게 매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지난달 20%를 넘었던 '김치 프리미엄'으로 인한 차익을 얻기 위해 개인들이 해외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결제한 것으로 본다. 가상화폐 시황 중개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27일 오전 10시 30분 현재 비트코인은 글로벌 시장에서 3만8149달러(4269만원), 우리나라 가상화폐 거래소 업비트에서는 4663만원에 거래된다. 9.2%(394만원) 정도 가격 차이가 나는데 이를 '김치 프리미엄'이라고 한다.
가상화폐 카드 결제는 일부 카드로 해외 거래소에서만 가능하다. 우선 소비자가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산 뒤 국내 거래소 지갑으로 옮긴다. 전자지갑이어서 별도 환전도 필요 없고 20~30분이면 가능하다. 이후 국내 거래소에서 가상화폐를 판매하면 된다. 카드 결제와 전송수수료를 고려하더라도 재정 거래만으로 큰 차익을 얻을 수 있다.
카드사들은 2018년부터 해외 거래소 가상화폐 결제를 자체적으로 막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국내 카드사는 비자나 마스터카드 등 국제 카드사와 계약을 맺어 해외 가맹점 현황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결제된 금액에 대해서는 할 수 있는 방법이 없고 카드사가 해외 거래소를 하나씩 찾아서 결제를 막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카드사들과 차익을 노린 개인 사이에서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진다. 지금까지 카드사들이 공유한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만 800여 개에 이른다. 해외 현금 자동인출기(ATM)를 막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반면 가상화폐 투자자들은 커뮤니티 등에서 결제가 가능한 카드사와 거래소 정보 등을 서로 공유하고 있다. 외국 계좌가 필요한 해외 송금 방식과 달리 카드를 이용한 가상화폐 구매는 내국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카드사 입장에서 가상화폐 거래는 골칫거리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일종의 '카드깡(카드로 물건을 사는 것처럼 꾸며 결제한 뒤 현금을 받는 방식)'을 묵인하는 것이어서 문제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신용카드를 이용한 '빚투(빚내서 투자)'와 마찬가지여서 부실 가능성도 높다.
[이새하 기자 / 한상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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