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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 (토)

이슈 미얀마 민주화 시위

쿠데타 이후 일평균 확진자 26명, 미얀마는 과연 코로나19에서 안전해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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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쿠데타가 일어난 미얀마의 코로나19 상황은 어떨까. 쿠데타 이전에는 약 14만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동남아시아 국가들 중 인구대비 확진자 수가 4번째로 많았다.

하지만 쿠데타 이후로는 미얀마의 코로나19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자료가 거의 없다. 쿠데타가 발생한 2월1일 기준으로, 미얀마에서는 직전 7일 동안 일평균 342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2주 뒤인 15일에는 7일 동안 일평균 확진자가 30명에 그쳤다.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쿠데타 발생 이후 지난 26일까지 115일 동안 미얀마에서는 2964명의 확진자가 발생했다. 일평균 약 26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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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주변 지역의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지도. 국경을 맞대고 있는 인도, 태국, 라오스에서 확진자가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미얀마만이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구글 세계 코로나19 지도 갈무리


그러나 미얀마가 유행병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코로나19 검사가 기존의 10% 수준으로 줄면서 확진자 수도 급감했기 때문이다. 미얀마가 코로나19로부터 안전하지 않을 것임을 암시하는 정황도 다수 발견된다. 일단 미얀마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국가들의 상황이 심상치 않다. 미얀마 북서부와 접해 있는 인도는 3월 하순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4월에는 미얀마 북동부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중국 윈난성의 국경도시에서 미얀마 국적의 확진자가 나왔다. 태국 역시 국경지역에서 확진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늘면서 미얀마와 라오스 국경의 검문을 강화했다. 지난해까지 1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았던 라오스는 이달 들어서만 2명의 코로나19 사망자가 나왔다.

미얀마의 한 의사는 지난 21일 가디언에 “이것은 퍼펙트 스톰(더할 나위 없이 나쁜 상황)이 될 수 있다. 미얀마는 대응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했다. 미얀마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인 만달레이의 한 의료진은 지난 몇달간 20여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다고 전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전파력이 뛰어나고, 미얀마에는 확진자가 있으며 무수히 많은 집회가 열리고 있다. 미얀마의 의사 킨 킨 지는 지난달 정부에 “유행병의 3차 확산이 다가올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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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확산되기 시작한 이래 미얀마의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군부 쿠데타를 일으킨 2월 1일 이후로 신규 확진자 수가 현저히 줄었다. 구글 코로나19 통계 현황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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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데타 이후 붕괴된 미얀마의 의료기능은 상황을 더 악화시킬 가능성이 있다. 미얀마 의료진은 2월 초부터 쿠데타에 반발해 업무를 거부하는 시민불복종운동(CDM)에 동참했다. CDM 참가자의 수를 집계하는 CDM2021에 따르면, 약 20만명의 공공부문 종사자가 CDM에 참여했는데 의료진 참가자가 1만7000명에 달했다. 미얀마의 상당수 병원이 기능을 상실한 셈이다.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 정부가 내놓았던 백신 접종 계획도 어그러졌다. 미얀마의 민간 정부는 인도로부터 백신을 일부 확보해 1월 말부터 필수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한 백신 접종을 시작했다. 정권을 찬탈한 군부는 의료진이 이탈하자 대체 인력을 투입해 이 계획을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계획은 성공하지 못했다. 만달레이의 간호사는 현지매체 미얀마나우에 “그들(대체인력)은 주사기를 하나씩 꺼내는 대신 2~3개를 한꺼번에 꺼내들었다”며 “백신 접종 방식에 너무 많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백신 접종이 예정돼 있던 한 만달레이 거주자도 “그들이 백신을 관리한다면 어떤식으로든 백신을 맞고 싶지가 않다. 그들을 전혀 믿을 수가 없다”고 했다.

상황이 여의치 않자 군부는 의료진에 대한 표적 탄압에 나섰다. 군부는 쿠데타 이후 형법을 개정해 ‘두려움을 유발하거나 거짓뉴스를 퍼뜨리거나 공무원을 상대로 범죄 행위를 선동하는 발언을 할 경우 최대 징역 3년에 처한다’는 조항을 새로 만들었다. 군부는 이 조항을 적용해 CDM에 참여한 의료진들에게 체포 영장을 발부하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달 7일 사이에만 CDM에 참여한 의사 400명에게 체포 영장이 발부됐다. 지난 8일부터 나흘동안 CDM에 동참한 간호사에게 발부된 체포 영장도 40건에 달한다.

군부의 병원 파괴나 약탈도 미얀마의 의료시스템 붕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인권의사회, 존스 홉킨스 공공보건 인권센터 등은 지난 3개월간 미얀마 군부가 의료진과 의료기관을 상대로 저지른 폭력 행위를 정리해 26일 발표했다. 군부가 의료진을 상대로 폭력을 행사한 사건은 178건에 달했다. 시위대와 군부의 충돌로 발생한 부상자를 구급차로 호송하려던 의료진이 군인들에게 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었다. 사망한 의료진만 12명이고, 32명이 다쳤다. 지난 4월10일 군부의 폭격에 카렌주의 병원이 파괴된 사례처럼, 의료기관에 대한 폭력도 다수 발생했다. 보고서는 군부에 의해 49개 병원이 점령되고, 73개 병원이 약탈을 당했다고 밝혔다.

레오나르도 루벤스타인 존스홉킨스 공공보건센터의 교수는 최근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동남아시아에서 3번째로 시작된 미얀마의 백신 접종 프로그램은 군부에 대한 광범위한 불신으로 인해 중단됐다”며 “의료 인력이 빠르게 감소하고, 이 지역에서 새로운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함에 따라 미얀마의 확진자가 급증하면 주변 국가들로 의료 불안정이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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