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적 상상력 수업서 '부와 권력의 비밀, 地圖力' 출간
지리학자인 김이재 경인교육대 교수는 '지도 중심의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꼽는다.
전통적 지도 강국인 영국은 19세기 콜레라가 창궐했을 때도 지도를 통해 문제를 풀었고, 유대인들은 지리적 본능과 유목민 마인드를 갖췄다고 한다.
김 교수는 신간 '부와 권력의 비밀, 地圖力'(쌤앤파커스 펴냄)에서 '지도력(地圖力)'이란 키워드로 권력과 부를 설명하는 지리적 상상력 수업을 펼친다.
저자가 정의하는 지도력은 '지도를 읽고, 낯선 곳에서도 방향과 동선을 설정하는 능력'이자 '지리적 상상력으로 성공의 기회를 포착하고, 공간적 의사결정으로 운명을 바꾸는 능력'이며 '일상의 경관을 새롭게 해석하고 발굴하는 창의력'이기도 하다.
19세기 영국 의사 존 스노가 콜레라는 나쁜 공기로 전염된다는 통설을 뒤집고 수인성 전염병임을 밝혀낼 수 있었던 것은 지리적 상상력 덕분이었다. 그는 콜레라 발생 지역을 지도에 표시하고, 환자 수를 그래프로 표기해 환자가 식수 펌프 주변에서 많이 발생한다는 것을 발견해냈다.
저자는 "영국에서는 거의 모든 대학에 지리학과가 존재하는데, 지리학은 인문, 예술,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지역연구 등 다양한 학문을 연결하는 원조 '통섭' 학문, 다양한 지식과 배움의 기초가 되는 학문으로 인식된다"며 "모든 정책을 지도와 함께 펼친다"고 말한다.
특히 전염병이 수시로 창궐할 미래에는 지리적 해법이 중요해진다고 강조한다.
저자는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한 대학생이 급하게 만든 코로나 지도 앱이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며 "이런 현실은 그동안 한국 정부가 공간적 사고에 서툴고 방역에서 지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지적한다.
이어 "수백 년 전부터 지도를 활용해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세계 경제를 주름잡아 본 영국은 지리의 힘을 활용해 다양한 문제 해결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고 덧붙인다.
저자는 지도력을 기르려면 세상의 모든 것을 공간적으로 분석하고, 평소에도 주변 경관을 창의적으로 해석하는 지리적 상상력을 집중적으로 훈련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한다.
지리적 상상력은 자연환경과 인문 요소를 통합해 사고하도록 돕고, 세상의 모든 문제가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런 예로 저자는 1815년 인도네시아 탐보라 화산의 대폭발이 19세기 유럽의 자전거 발명으로 이어진 것을 든다.
탐보라 화산의 화산재가 대기를 덮어 지구 전체의 평균 기온이 낮아지고, 유럽의 곡물 생산량이 급감하자 굶주림에 시달리던 유럽인들은 당시 중요한 운송 수단이던 말을 잡아먹게 됐으며 말이 부족해 수송 문제가 심각해지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독일의 카를 폰 드라이스는 자전거를 고안했다.
유럽 전역에서 말 대신 자전거가 인기를 끌면서 사회적 변화도 촉진됐다고 한다. 특히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면서 이동의 자유가 확대됐고, 바지를 입게 된 여성들은 교육권, 투표권 등 더 많은 권리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책은 문명이 형성되기 시작한 때부터 오늘날까지 세계사의 흐름과 경제에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해 온 '지리의 힘'을 권력의 지도, 부의 지도, 미래의 지도 등 3부로 나눠 소개한다.
304쪽. 1만6천800원.
justdus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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