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해외 ATM 이용 한도 강화…“가상화폐 환치기 우려”

일본 도쿄스타은행 ATM에서 한 이용자가 현금을 인출하고 있다. /조선DB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가 체크카드의 해외 자동화기기(ATM) 인출 한도를 신설했다.

신한카드는 다음 달부터 체크카드 사용자 1인당 해외 ATM 인출 한도를 월간 5만달러(약 5620만원)로 제한한다고 최근 공지했다. 최근 국내 발급 체크카드를 이용해 해외ATM에서 외환을 인출하는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자, 안정성을 관리하는 차원에서 내린 조치라고 신한카드는 설명했다. 현재는 국내에서 발급받은 체크카드가 여러 장 있다면 해외ATM에서 현지 화폐로 수억원대 거액을 인출할 수 있다.

최근 해외 ATM을 이용한 외환 인출이 급증한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그러나 금융권 일각에서는 국내 암호화폐 시장 차익을 노린 해외 거래가 주된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최근 해외에서는 ‘김치 프리미엄’ 차익을 얻으려는 불법 외환거래, 속칭 환치기나 불법 외화 반출로 해외에서 가상화폐를 매입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국내에서 비트코인을 위시한 암호화폐 가격이 글로벌 시장가보다 5~10% 이상 비싼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기준 미국에서 비트코인을 사서, 한국 거래소에서 팔면 8%에 달하는 무위험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론적으론 차익 거래가 많아지면 가격 차가 없어지는데, 암호 화폐 시장은 국가 간 장벽이 높고, 한국의 비트코인 수요가 워낙 강해 김치 프리미엄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갈수록 김치 프리미엄 현상이 뚜렷해지자, 지난달 시중은행은 외화 수요를 줄이고자 해외 송금 제한 조처를 속속 도입했다. 신한카드 뿐 아니라 하나카드와 NH농협카드도 체크카드의 해외 ATM 이용 한도를 카드 1장당에서 회원 1인당으로 최근 강화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취득 수요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리스크 관리 강화 필요성이 제기돼 각 카드사가 1인당 한도를 신설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유진우 기자(ojo@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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