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견제용 미래 먹거리·안보 동맹
한·미 정상회담 뒤 공동성명에 명시
“미국, 5G 실수 되풀이 않겠다는 뜻”
“한국 기업엔 세계시장 진출 기회”
한·미 양국은 지난 21일(현지시간)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국가 안보와 성장 이슈가 동시에 얽혀 있는 6G, 오픈랜, 양자기술 등을 ‘콕’ 찍어 거론했다. 성명서엔 “양국 정상은 이동통신 보안과 공급업체 다양성이 중요함을 인식하고, 오픈랜 기술을 활용해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개방된 5G·6G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명시했다.
6G 핵심 서비스 사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여기서 언급된 기술이 상당히 구체적인 데다 가까운 미래에 중국과 기술패권 경쟁이 불가피한 분야”라며 “이 분야에서 (미국이) 한국과 ‘기술동맹’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렸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미국 싱크탱크 등은 미국이 중국과 세계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는 정보통신기술의 시장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글로벌 네트워크 2030’ 보고서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앞으로 10년이 결정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글로벌 네트워크의 힘을 키우는 방식 중 하나로 “동맹국과 기술 공조”를 강조했다. 한·미 정상회담 두 달 전(3월)에 나온 보고서다.
이번 공동성명에서 ‘6G’라는 표현은 세 차례 언급됐다. 미국엔 세계적 통신장비업체가 없다. 반면에 중국은 화웨이(32.6%)와 ZTE(11%)를 통해 세계 5G 장비 시장의 4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6G는 2030년 상용화가 목표인 가운데, 미국이 한국에 손을 내민 모양새다. 이는 미국 시장 선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에도 ‘솔깃한 카드’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은 한국과 손잡고 중국을 견제할 수 있는 한편, 한국은 미국의 퀄컴과 협력을 도모할 수 있어 윈윈”이라고 말했다. 퀄컴은 통신용 반도체 칩에서 세계 1위 회사다.
민간에선 이미 ‘6G 동맹’이 시작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미국 통신산업협회(ATIS) 주도로 결성된 ‘넥스트G 얼라이언스’에 합류했다.
CSIS 두달 전 “동맹과 공조,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보고서
여기엔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과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노키아(핀란드) 등 37개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이에 비해 화웨이는 2019년 8월 캐나다에 6G R&D센터를 설립하고 기술 개발에 나섰다.
오픈랜(Open-RAN·개방형 무선접속망) 역시 미·중 네트워크 경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분야다.
글로벌 양자 기술 수준 및 연구개발 투자 규모.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
오픈랜은 특정 장비에 의존하지 않도록 소프트웨어를 통해 인터페이스를 표준화하는 기술을 뜻한다. 이문식 전자통신연구원(ETRI) 무선분산통신연구실장은 “그동안 장비업체가 주도하던 시장을 ‘장비+소프트웨어’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라며 “한국 기업에도 세계시장 진출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양자기술은 5G·6G에 이어 ‘차세대 전쟁터’로 불린다. 얽히고 중첩되는 양자의 특성을 활용해 초고속 연산(양자컴퓨팅)과 통신 등이 가능하다. 양자컴퓨팅은 현 디지털 컴퓨터보다 30조 배 이상 빠른 연산이 가능하다.
미국 정부는 2018년 ‘양자법’을 제정하고 2019년부터 5년간 1조4000억원의 지원을 약속했다.
중국은 내년까지 17조원을 투입해 세계 최대의 양자연구소를 설립하고, 양자암호통신위성(‘묵자호’)을 쏘아올리는 등 ‘양자 굴기’를 추진 중이다.
김재완 고등과학원 교수는 “중국은 기존의 인터넷 보안을 뚫을 수 있는 양자암호통신에서 세계 최고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 입장에선 ‘보안’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산업 주도권을 빼앗겼던 ‘또 하나의 5G 사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진·윤성민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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