習 앞장서 7년 공들여...인권 탄압 물거품
中 "호혜 협정, EU가 이익 걷어차" 달래기
美 향해서는 "뒤에서 충돌 유도" 거친 반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30일 베이징에서 유럽연합(EU) 지도부와 화상회의를 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이 자리에서 양측은 '포괄적투자협정(CAI)'을 체결했다. 베이징=AP 뉴시스 |
“더 넓은 시장과 더 나은 기업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개방에 대한 중국의 결의와 자신감을 보여줬다.”
지난해 12월 30일 시진핑(習近平) 주석은 이렇게 강조했다. 시 주석이 전면에 나서 유럽연합(EU) 주요국 정상과 화상회의를 갖고 포괄적투자협정(CAI)을 타결했다. 2014년 이후 7년 만이다. 35차례 협상 끝에 얻은 성과가 5개월 만에 물거품이 됐다. EU가 협정 비준을 보류한 것이다.
중국은 당혹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다만 EU에 대한 직설적 비판은 자제했다. 자칫 판이 깨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대신 “미국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며 화살을 돌렸다. 막강한 경제력으로 미국에 맞서온 중국의 ‘필승 공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유럽의회는 20일(현지시간) CAI에 대한 논의 중단 결의안을 찬성 599표, 반대 30표, 기권 58표로 통과시켰다. 시한은 중국이 EU 인사에 대한 제재를 해제할 때까지다. 앞서 3월 EU가 신장지역 인권 문제를 제기하며 위구르족 탄압에 연루된 중국 관리 4명과 단체 1곳을 제재하자 중국은 유럽의회 5명 등을 맞제재하며 보복했다.
지난해 EU의 대중국 수출 규모는 1,980억 유로(약 265조 원), 수입은 3,620억 유로(약 484조 원)에 달한다. 이처럼 압도적인 무역 의존도를 바탕으로 CAI를 통해 투자의 장벽을 걷어내면 EU는 중국을 공략할 기회가 훨씬 늘어나지만 경제적 이익을 포기한 셈이다. EU는 동남아국가연합(ASEANㆍ아세안)에 이어 중국의 두 번째 무역 파트너다.
그래픽=김대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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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제재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격한 반응은 애써 삼갔다. 환구시보는 20일 “CAI는 중국에 일방적으로 유리하지 않은 상호 호혜적인 협력의 틀”이라며 “중국은 침착하게 원칙을 지키면서 유럽이 중국과의 협력에서 얻는 이익을 깨닫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추이훙젠(崔洪建) 중국국제문제연구원 유럽연구소장은 “협정 동결로 유럽의 경제 회복에 영향을 미치고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데 장애에 부딪힐 것”이라면서 “유럽에서 중국의 이미지가 더 나빠지겠지만 경제적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기회를 걷어찬 EU가 더 손해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을 향해서는 불만을 쏟아냈다. 환구시보는 “미국이 중국과 서구의 인권 갈등을 격화시켜 충돌을 유도했다”며 “EU가 미국의 장단에 맞춰 춤을 추면서 자신의 살을 베어 미국을 살찌우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주EU 중국 사절단 대변인은 "CAI는 누가 누구에게 하사하는 것이 아니다”고 일갈했다.
베이징= 김광수 특파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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