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25 (월)

이슈 세계와 손잡는 K팝

중국의 K팝 저작권 도용, 어떻게 가능했나? [알아보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경향신문

중국 가수와 음반사들이 유튜브에 저작권 정보를 등록하지 않은 한국곡들을 원작자 동의 없이 번안한 뒤, 해외 유통사를 통해 번안곡의 저작권을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브라운아이즈 ‘벌써 일년’을 번안한 중국곡. 유튜브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이 한국 가수들의 저작권을 도용하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러한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 유튜브에서 한국 가수들 노래를 재생하면 중국 가수와 음반사들의 이름이 저작권자로 등록돼있다. 아이유, 브라운아이즈, 윤하, 다비치, 이승철 등 피해를 입은 유명 가수도 여러명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가능성은 크게 두가지다. 원곡자의 저작권 관리에 공백이 생겼거나, 유튜브의 자체적인 저작권 관리 알고리즘에 오류가 생겼을 경우다.

유튜브는 ‘콘텐츠ID’라는 자체 저작권 관리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콘텐츠ID는 콘텐츠 하나하나에 부여된 일종의 ‘디지털 지문’이다. 만약 원작자가 콘텐츠 소유권을 주장하고 ‘참조 파일’(원본임을 식별할 수 있는 파일)을 등록하면, 유튜브 알고리즘은 이 참조 파일과 콘텐츠 ID가 일치하는 복사본들을 자동으로 찾아준다. 이 때문에 원작자는 제3자가 올린 영상으로도 수익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일부 곡들은 저작권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이번에 중국 음반사들에 도용된 것은 저작권이 아닌 저작인접권이다. 저작권이 작사·작곡·편곡자의 권리라면, 저작인접권은 가수·소속사(음반제작사)들의 권리다. 저작인접권이 한 회사에서 다른 회사로 이전되는 과정에서 유튜브 콘텐츠 ID 등록을 누락됐을 수 있다.

실제로 문제가 된 곡들 대부분은 유튜브를 통한 음악 소비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2012~2014년 저작인접권 양도계약이 체결됐다. 한국저작권위원회 데이터베이스 검색 결과 브라운아이즈의 ‘벌써 일년’은 2012년 비타민엔터테인먼트에서, 토이 ‘좋은 사람’은 2014년 더그루브 엔터테인먼트에서 로엔엔터테인먼트(현 카카오M)로 저작인접권이 양도됐다. 다비치 ‘난 너에게’는 2014년 등록권리자의 요청에 따라 저작인접권이 아예 말소됐다. 다만 현재는 세 곡의 저작인접권 모두 카카오M이 아닌 지니뮤직에서 관리하고 있다.

경향신문

유튜브에서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재생하면, 중국 가수와 음반사들의 이름이 저작권자로 등록돼있다. 아이유, 브라운아이즈, 윤하, 다비치, 이승철 등 유명 가수들이 피해를 입었다. 유튜브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국 가수와 음반 제작사들은 이 빈틈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높다. 우선 한국 가수가 부른 곡들을 원작자 동의 없이 중국어 가사로 번안했다. 중국에서는 유튜브 접속이 차단돼있기 때문에 프랑스 파리에 본사가 있는 빌리브뮤직 등 해외 유명 유통사에 번안곡의 저작권 관리를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원곡과 번안곡의 지위가 바뀌었다.

유튜브 콘텐츠ID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원곡과 명확하게 구별되지 않는 번안곡은 ‘참조 파일’로 등록될 수 없다. 하지만 원곡의 콘텐츠ID가 등록되어있지 않다면 해외 유통사들와 유튜브는 해당 곡이 번안곡이라는 사실을 알아채기 어렵다. 유튜브 알고리즘의 오류일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한 음원 유통사 관계자는 “원곡의 콘텐츠ID는 정상 등록된 것으로 안다. 알고리즘이 번안된 복사본은 미처 잡아내지 못한 경우로 보인다”고 했다.

원곡자들은 일단 대응에 나섰다. 윤하는 지난 6일 인스타그램에 “(번안곡 발매 전) 절차를 밟았다면 사용 승인을 했을 것”이라며 “상상을 초월하는 방법이라 당황스럽지만 차차 해결해 나가겠다”고 썼다. 한음저협은 “앞으로도 국내 음악 업계에 지속적으로 피해를 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유튜브 측에 재발방지 대책을 요청했다”면서도 “결국에는 원곡의 저작인접권을 가진 음반 제작사 측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원곡자가 저작인접권을 인정받으려면 유튜브에 이의신청을 하고 본인이 원곡자임을 입증할 수 있는 자료를 보내야 한다. 유튜브는 해외 유통사에게 소유권 주장을 철회하고 참조 파일 등록을 해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튜브는 경향신문에 보낸 공식입장문을 통해 “콘텐츠 ID 가이드라인에 명시한 바와 같이 모든 참조 콘텐츠는 명확하게 구분이 가능해야 하며, 더빙된 콘텐츠 등은 참조 파일에 포함되거나 단독으로 사용할 수 없다”며 “최선을 다해 파트너를 지원하여 적절한 콘텐츠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도울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향신문

프랑스 파리에 본사를 둔 빌리브뮤직은 FKJ, 가빈 제임스 등 해외의 유명 아티스트의 음원 유통을 관리하는 회사다. 유튜브 접속이 차단되어있는 중국 회사들은 빌리브뮤직(Believe Music), 이웨이뮤직(EWway Music), 엔조이뮤직(Enjoy Music) 모두 중국 외 지역에 기반을 둔 해외 유통사들에 저작권 관리를 의뢰했다. 빌리브뮤직 홈페이지 갈무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 [인터랙티브] 김진숙을 만나다
▶ 경향신문 바로가기
▶ 경향신문 프리미엄 유료 콘텐츠가 한 달간 무료~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