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가격 변동성이 더 높아진 가상통화 시장이 향후 금융시장 리스크가 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신용대출을 받아 가상통화에 투자한 2030세대의 대출이 부실화할 경우 금융시장 전반이 위험해질 수 있어서다.
키움증권이 18일 내놓은 은행산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국내 상위 13개 거래소의 시장규모를 지난 17일 기준으로 추산하면 약 31조원, 주간 방문자는 한국의 경제활동인구(2800만명)의 약 20%인 580만명에 달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미 국내 가상통화 시장 규모는 개인투자자의 코스닥, 해외주식 거래대금을 상회하는 규모로 커져 더 이상 미술품 시장이나 사설 도박장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상통화의 가치를 인정하느냐 여부를 이미 넘어섰다는 것이다.
가상통화 시장은 이같은 급성장에도 여전히 가격 변동성이 높아 투자 위험이 크다. 최근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의 일거수일투족에 가격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거래 시간 제한도, 가격 제한폭도 없는 시장 특성도 변동성의 이유로 꼽힌다. 국내 가상통화 거래 비중의 72%를 차지하는 업비트에서 비트코인은 최근 8일만에 23.4%, 도지코인은 22%, 이더리움 클래식은 29%나 가격이 하락했다.
서 연구원은 대출금리가 상승할 경우 가상통화 가격 전반이 조정을 받고, 신용대출을 통해 가상통화 시장에 뛰어든 2030세대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 통계에 따르면 2030세대의 신용대출 증가율은 지난해 3분기 각각 27%, 13.6%로 가파르게 높아졌다.
빚을 내서 뛰어든 투자자들은 가상통화 시장 내에서도 더 투기적 성향이 강한 종목을 찾아 베팅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업비트 내에서 비트코인의 거래 비중은 10.2%에 불과하다. 이외 코인을 이르는 ‘알트코인’ 중에서는 리플이 18.4% 비중으로 가장 컸고, 도지코인(17.8%), 이더리움(13.6%) 순이었다. 서영수 연구원은 “알트코인 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것은, 거래행태가 점점 투기화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징후”라고 밝혔다.
향후 가상통화 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면 해당 시장 뿐 아니라 주식시장, 금융안정까지도 위협이 될 가능성이 있다. 서 연구원은 “신용대출은 담보가 없는 대출이어서 부실화가 나타날 경우 은행의 건전성 악화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가상통화 시장이 금융시장 전체의 위험으로 확대되기 전에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정호 명지대 특임교수는 “초기에 가상통화를 어떻게 국민들이 받아들여야 할지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주는게 좋았겠지만 이미 적절한 시점을 놓쳤다”면서 “금융상품으로 볼 것인지, 전혀 다른 카테고리의 자산으로 볼 것인지 정부가 정의하고, 거래와 과세에 대한 원칙도 세우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도 “시장규모에 비해 미흡한 규제 체계로 적지 않은 소비자 피해가 우려된다”며 “개인간(P2P) 금융시장처럼 금융소비자보호 대상에 편입시켜 시장 규모를 점진적으로 축소해 정상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키움증권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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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주 기자 run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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