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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가치주의 시대 돌아왔다...고배당주·OOOO 투자 유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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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용 콘텐츠 '머니콕'은 매주 엄선한 투자 전문가와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믿을 만한 재테크 정보를 전달합니다.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놓치지 않고 읽으실 수 있습니다.

다음주 머니콕은 이지혜 에임(AIM) 대표의 '상위 1% 자산관리 노하우'를 소개합니다. '매일경제 에브리데이'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먼저 만나실 수 있습니다.


[머니콕-30] 국내외 주식시장에서 기업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과 금리상승에 대한 불안감이 교차하면서 투자자들 혼란이 커지고 있다.

매일경제가 국내 가치투자 1세대이자 원조로 손꼽히는 이채원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고문(전 대표)을 만나 현재 시장에 대한 진단과 투자 유망 종목을 물었다.

이 고문은 6~7년간 이어져온 성장주의 시대가 저물고 바야흐로 가치주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시장 상황을 진단했다.

그는 "금리가 오르면 성장주의 매력은 크게 떨어지고 저평가된 가치주가 크게 각광받는다"면서 "이러한 변화가 이미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달 들어 인플레이션과 금리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성장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과 국내 IT주들은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이 고문은 가치투자 관점에서 유망 종목으로 고배당 주식과 지주회사 주식을 꼽았다. 그는 구체적으로 "KT&G 같은 기업의 경우 시가총액 11조원에 이익은 1조원 이상 나고 배당 수익률은 연간 5~6% 나온다"면서 "이런 기업들은 (주가가 현재) 너무 싼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미·중 갈등, 한국 기업에 굉장한 위협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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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미·중 반도체 전쟁,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운명.

A. 이게 삼성전자랑 SK만의 문제가 아닌 것 같아요. 사실 심각하거든요. 왜 무역 분쟁이 일어날까 고민을 해보면 그 바탕에 흐르고 있는 것은 자국 보호주의거든요.

사실 전 세계 글로벌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리먼사태 겪고 또 코로나 사태까지 겪으면서 모든 국가가 중국은 중국 기업을 보호하려고 하고, 유럽은 유럽 기업을 보호하려고 하고, 미국은 미국 기업을 보호하려 합니다. 전 세계 모든 국가가 자국 기업을 보호하려고 하고 심지어는 국가주의로까지 가고 있는 것이거든요.

저희 같은 경우는 대외의존도가 엄청 높아요. 시가총액을 차지하는 비중의 거의 60~70%가 경기에 민감하고 대외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굉장히 불리하죠.

저희는 이제 자급자족이 안 되는 그런 구조이기 때문에 이런 식으로 가면 굉장히 위협적인 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든 각 업계, 시장 참여자, 당국까지도 힘을 합쳐서 자국 기업을 좀 잘 감싸고 보호해주는 정책이 좀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고요.

이제 정말 중요한 것이 실력인 것 같아요. 실력을 갖춘 기업은 문제가 없습니다.

삼성전자랑 SK하이닉스가 진정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면 중국도 미국도 두려워할 게 없을 것 같아요. 우리 제품을 써야만 한다면 그들도 방법이 없잖아요.

과거에 우리도 보면 우리가 기술력이 모자라는 부분이 있었잖아요. 소재 산업 같은 경우는 우리가 갑자기 일본이 수입을 금지하니까 굉장히 큰 곤란을 겪었는데, 결국 기술과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잖아요.

앞으로 이제 삼성전자든 SK하이닉스가 됐든 모든 기업이 더 실력을 쌓아서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위치에 가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제 개인적인 견해는 삼성전자랑 SK하이닉스는 충분히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고 있어요.

그런데 계속 중국이 추격을 하고 있으니까 절대 느슨하게 대응을 하지 말고 기업들이 다 올인해서 기술 개발하고 역량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것만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Q2. 네이버·카카오 빅테크 산업의 미래.

A. 빅테이터 산업은 이제 대세죠.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고 단지 좀 빨리 온 것일 뿐이죠.

서서히 진행될 줄 알았는데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면서 이제 언택트 문화가 급격히 확산되면서 한 5년 뒤에 올 것이 확 당겨서 와 버린 거예요. 가야 할 방향은 맞는 거겠죠.

다만 문제가 뭐냐면 좋은 기업과 좋은 주식은 다른 문제잖아요. 이 세상 최고의 주식이라도 이미 누구나 다 알고 있어서 주가가 크게 올라 있으면 이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좋은 것을 나만 알고 사서 남들이 좋은 것을 알 때 팔아야 되는 것이죠. 네이버와 카카오의 성장성에 대해서 대한민국에 누가 의심을 하겠어요. 저마저도 엄청난 성장을 할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그 성장의 폭이나 속도를 모르겠어요. 예를 들면 네이버가 시가총액이 현재 62조원 정도이고 카카오가 52조원 정도 될텐데, 지금 현재는 그 기업들이 버는 이익이 아주 크지는 않잖아요. 작년 기준으로 보면 주가수익비율(PER)이 100배에 이르잖아요.

문제는 이 기업들이 제가 보기에는 한 10배 정도 성장은 충분히 할 거 같은데, 10배까지 성장하는 속도나 이런 폭이 과연 어떨지 미지수입니다.

만약 5년 안에 이익이 10배가 된다고 하면 PER가 낮아져버리잖아요. 그럼 주가는 훨씬 더 오르겠죠.

그런데 생각보다 더디게 SK텔레콤처럼 20년에 걸쳐 10배 이익이 늘어나면 성장은 계속 하는데도 주가는 떨어지는 거죠. 그런 것을 잘 감안해야 합니다. 지금 주가가 싸다, 비싸다라고 누구도 얘기할 수 없는 거예요.

'PER가 100배니까 거품 아니야.' 그건 아닌 거예요. 왜냐하면 이익이 몇십 배 늘어날 지 어떻게 압니까. 일단 성장하고 정말 좋은 기업인 건 확실하잖아요.

그런데 이익증가 속도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니까요. 결국 이건 성향이에요. 저희 같은 사람들은 모든 기업에 대해서 조금씩 알고 있는 거잖아요. 아주 깊게 알기는 쉽지 않아요. 상장 종목 수가 2000개 종목이 넘지 않습니까.

그런데 이제 어떤 특정 산업에 종사하시는 분이나 IT산업에 종사하는 분이 '내가 보기에는 이건 100배 성장할 거야'라는 확신이 있다면 그런 분은 주식을 사셔야죠.

고배당주·지주회사 투자 1순위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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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언제쯤 다시 가치주의 시대가 올까.

A. 저는 한 2~3년 전부터 올 줄 알았어요. 과거에 제가 한 30년 겪어보면 밸류 사이클은 좀 천천히 길게 가요. 조금씩 그래서 2000년부터 14년 이어진 거잖아요. 1999년에 3차 산업혁명, 소위 인터넷 혁명 시절은 1~2년밖에 안 갔거든요. 이번 그로스 사이클도 보통 평균적으로 3~4년 이렇게 갈 줄 알았는데, 지금까지 6년이거든요.

과거와는 좀 다르긴 합니다. 과거에 3차 산업혁명은 돈을 못 벌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마존이고 마이크로소프트이고 다 돈을 잘 벌고 있잖아요.

특히 플랫폼 기업들이 주도를 하고 있고 플랫폼이 있는 것들이 가치투자의 가장 중요한 핵심 요소로 또 떠오르고 있어요. 그래서 이 사이클이 굉장히 길어졌다고 볼 수 있죠. 다만 이제 너무 긴 것 같아요.

거의 대부분 이런 주식을 안 들고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많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테슬라를 들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에 대부분 투자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이제 상승의 폭이나 속도 이런 등으로 봐서는 (가치주의) 시기가 왔다고 봅니다.

미국 같은 경우는 이제 플랫폼 기업이 많기 때문에 우리보다 괴리가 훨씬 커요. 과거 10년간 한국의 가치주와 성장주, 미국의 가치주와 성장주의 궤적을 보면 한국도 괴리가 벌어졌는데, 미국은 더 크게 벌어져 있거든요.

그러니까 과거 10년간 이제 미국의 인덱스가 한 5배 정도 올랐는데, 미국의 성장주는 한 15배 올랐어요. 반면 미국의 가치주는 2배밖에 못올랐어요. 이렇게 벌어진 건 처음입니다.

정리하면 첫 번째는 성장주의 기간이 너무 길었고, 두 번째는 괴리가 너무 많이 벌어졌죠. 세 번째는 금리죠.

작년에 이제 금리가 0.3%까지 갔지만은 지금 미 국고채 10년물이 1.7%까지도 갔었고 최근 1.5%, 1.6%로 서서히 올라가고 있습니다. 누구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죠. 전 세계가 모두 제로 금리 간다고 그랬었잖아요.

금리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성장주를 밸류에이션할 때 디스카운트 캐시플로(DCF) 기법을 쓰거든요. 어떤 기업이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을 현재 가치로 할인을 하는데, 할인할 때 쓰는 게 이자율을 쓰거든요.

이자율이 높을수록 할인율이 커지니까 밸류에이션이 천지 차이가 나요. 금리가 0.3%, 1% 이럴 때는 성장주가 이렇게 비싸지 않아요. 그런데 금리가 2~3% 가버리면 굉장히 비싸지는 거죠. 반면에 가치주는 PER가 5배 이런 것도 많잖아요. 그럼 그런 게 더 돋보일 수 있는 거죠.

이 세상에 어떤 기업이나 산업도 영원히 성장할 순 없고 때로는 쉬어갈 때도 있고 역성장할 때도 있어요. 이제 더 이상 성장할 기업이 없으니까 다른 데로 눈을 돌리게 됩니다.

더 이상 팔 우물이 없으면 이제 할 수 없이 고인 물을 정화해서 마시는 시대가 오는 거죠. 다른 말로 표현하면 과거 성장의 결실을 일시에 취하려는 움직임이 이럴 때 벌어집니다.

어떤 기업이 과거 10~20년간 돈을 많이 벌어 곳간에 재물이 두둑이 쌓여 있어요. 그런데 성장성은 별로 없어요. 이런 기업이 타깃이 되는 거예요.

이럴 때일수록 어떤 일이 벌어지냐면 지배구조 개선 운동이 벌어지고 소액주주 운동, 배당 압력 이런 게 엄청 강해집니다. 기업가치 개선 펀드, 액티비스트가 등장하고 행동주의 펀드도 나와서 기업을 공격하고 쥐어짜는 거죠.

이렇게 되면 이제 수익 가치주나 자산 가치주, 이런 쪽이 크게 각광을 받는 시대가 오거든요. 그런 시기가 이제 정말 다가온 게 아닌가, 그리고 이미 시작을 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4. 가치투자 관점에서 눈여겨볼 업종·종목.

A. 특정 종목을 거론하기는 쉽지는 않지만은 카테고리를 봤을 때는 지금 제일 저평가돼 있는 것이 고배당주가 아닌가 생각을 하고 있어요.

내 주머니 속, 손 안의 동전이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보면 KT&G 같은 기업을 보면 탄탄하잖아요. 시총 11조원에 이익은 1조원 이상 따박따박 나고 배당은 연간 5~6% 나오거든요. 이런 기업들은 너무 싼 것 같아요.

또 하나의 카테고리에 대해서는 지주회사라고 생각해요. 지주사라고 하는 거는 이제 사실 대주주와 이해관계가 같이 움직이는 거고 사실 투자회사 같은 개념이죠.

좋은 사업이 있으면 인큐베이팅하고 상장시켜서 차익을 얻죠. 가지고 있는 계열사를 팔기도 하고요. 미국은 그렇게 많이 하는데 우리가 그게 좀 약해서 저평가돼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보면 애널리스트들이 밸류에이션을 할 때 그 지주사 아래 자회사별로 하거든요. 그럼 SK가 갖고 있는 SK텔레콤 지분을 30% 디스카운트 해요. 이유가 없어요.

근데 SK가 SK텔레콤을 만약 팔면 이 가격에 팔겠어요. 거의 두 배 받고 팔지 않겠습니까. 이런 오해 때문에 지주사가 너무 저평가돼 있어요. 저는 그래서 지주사랑 고배당주를 좀 제일 좋게 보고 있습니다.

Q5. 앞으로의 활동 계획.

A. 제가 일단 한국투자금융그룹의 고문으로서 역할을 연말까지 충실히 해야 합니다. 따로 고민하고 있는 건 행동주의펀드를 구상하고 있어요.

공격적인 행동주의 펀드보다는 기업에 우호적인 행동주의 펀드, 기업가치 개선 펀드 개념이에요. 그러니까 액티비스트보다는 인게이지먼트(관여)에 가까운 것이죠.

우리가 관여를 많이 해서 착하고 저평가돼 있는 기업, 어느 정도 마인드가 열려 있는 기업 발굴을 하고 힘을 합쳐서 그 기업이 갖고 있는 저평가 요인을 해소하고 기업 가치를 올려서 모든 주주가 행복해질 수 있는 그런 구조를 만들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을 둘러싼 환경을 개선시켜서 장기가치 투자가 가능한 시장을 만들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겠다는 것 이것이 제 꿈이자 목표입니다.

[최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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